임신 조언이라는 포장지에 싸인 잠자리 참견
“방금 전에, 삼촌이 뭐라고 하는 줄 아냐?
너네 몰래 피임하는 거 아니냐고 귓속말하시더라.”
결혼식장에서 시어머니가 나에게 전달해 준 말이었다. 어머님은 정말 웃기시다는 듯이 큭큭대며 악의 없이 말씀하셨다. 그 대화에서는 우리 부부가 정말 피임을 안 하는지 떠보시거나 궁금해서 말을 전달하는 의도 같지는 않았다. 나는 조금 어색하게 웃어넘겼다. 하지만 아마 눈은 웃고 있지 않았으리라. 그 귓속말은 결혼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남편의 친척 결혼식에서 전해 들은 말이다. 지금까지 이 귓속말은 잊히질 않는다.
결혼을 한 후, 몇 년이 지나도 아기가 생기지 않자 나는 섹스에 대한 많은 오지랖을 들었다. 결혼 전 야한 거 깨나 좋아(물론 지금도 좋아함)했던 나지만, 지금은 왜 그렇게 남의 잠자리에 관심이 많은 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결혼식 때 보고, 거의 최초로 본 남편의 삼촌에게서까지 피임을 하는지 안 하는지 참견을 들어야 하는 사이인가… (저희 거의 초면 아닌가요?) 물론 그분은 정말.. 정말 좋은 마음으로 궁금하셨겠지. 그분 입장에서는 '관계가 좋은데 왜 애가 안 생겨?'라는 느낌일 것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고 따라가서, 이렇게 대답하는 상상을 해봤다.
“어떻게 알았어요? 몰래 피임하는데! 점쟁이세요? 사람 잘 보신다!”
라고 해야 하는지 혹은
“피임 안 하는데, 그래도 아직 안 생기네요! 애가 셋이시던데 섹스 잘하는 비법 좀 알려주세요!”
물론 상상으로 그쳤다. 그랬다가는 우리 어머님은 어떤 친척 결혼식에도 앞으로 못 가시겠지. 나도 물론이고. (그건 좀 편할수도 있겠다.) 그리고 질문을 한 당사자는 내 답변을 듣고 얼굴이 붉어졌을 거라고 예상한다. 먼저 물어보셨음에도 당황하셨겠지, 그렇다면 답변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을 왜 할까? 그런 이야기를 들은 내 남편은 가끔 저녁의 우리만의 시간에 이런 말을 했다.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있는데 우리 힘내자!”
그 말을 듣자 밑도 끝도 없는 이상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생겼다. 갑자기 흥분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섹스의 결과로 임신을 하는 거지만, 우리의 섹스가 임신만을 위한 것이었나? 부부의 소중한 순간에 남편의 삼촌이 갑자기 침실로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기분이었다.
결혼을 하고 남들에게 섹스에 관한 참견을 정말 많이 들었다. 나는 섹스라고 표현했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임신-출산'에 대한 조언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임신에 대한 조언이랍시고 섹스 이야기를 할 때, 나는 들으며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웃어넘겼다. 웃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를 갖기 위해 보약을 한참 먹고 있을 때, 주변에 아이가 있는 친구들 모임에 갔을 때였다. 얼마 전 보약을 먹고 있다고 하니, 한 언니가 그런 말을 했다.
“보약은 다 필요 없어. 가임기(한 달 주기 중 임신의 가능성이 높은 기간)에 하루에 3번씩 해”
그래서 나는
“언니 남편 분 정말 건강하신가 보다!”
라고 받아쳤다. 그녀는 물론 나를 생각해서 해준 말이었다. 하지만 한의사보다 자신이 더 맞으며(왜냐면 자신은 임신을 했으니까) 한의사의 조언은 필요 없다고 말을 했다. 여기서 당혹감을 느꼈으며, 섹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하는 그녀를 보며, 나와 그녀가 그 정도의 막역한 사이인가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가 서로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었는데.. 내가 보약을 먹는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아무렇지 않아야 할까? 내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는지 다른 친구가 언니 그만하라며 말려서 우리의 섹스토크는 중단되었다. 그녀가 하루에 세 번씩 한 결과로 낳은 자신의 귀여운 아이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토크는 마무리되었다. 난 그래서 궁금해졌다. 그녀의 눈에는 아기를 못 가진 사람들은 가임기에(하루에 세 번씩 안 했기 때문에 난임의 과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일까?
그런데 대부분의 성인들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이모와 고모들.. 기타 등등 친척들에게 ‘혹시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닌지, 금슬이 안 좋은 건 아닌지’ 우려를 하는 말을 들었다. 그니까 아기를 갖지 못하면 = 섹스를 안 하는 사이 이렇게 보이나 보다. 이런 참견을 들으며 나는 결혼을 하면 섹스를 몇 번 하는지도 밝혀야 하나 보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친한 친구는 농담처럼, 이런 말을 했다
“중국에 어떤 부부가, 손만 잡고 자면 와이파이처럼 정액이 전달돼서 애기가 생기는 줄 알았대,
혹시 너도 그런 거 아니지?”
이 말도 웃어넘겼지만 (얘들아 난 직접 충전을 좋아한단다) 아 친구들도 내가 사이가 안 좋다고 생각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도 조만간 우리 침실에 초대할 예정이다. 정말 사이가 안 좋은지 내가 한 번 보여줄게!
* 나에게 세 번 하라고 한 언니의 말이 잘못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다루긴 하겠지만, 실제로 난임병원에서도 가임기간에 많은 관계를 맺기를 권장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양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 글은 내가 느낀 무례함을 담은 글 이기는 하다. 브런치에 난임과 임신에 관해 써야 한다고 생각하며,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잊을 수 없고, 중요한 문제고, 한 번쯤 글로 남겨보고 싶어 용기를 내서 썼다. 날이 서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아 부끄럽기도 하다. 남들은 부부가 식장에 들어간 순간부터, 당신들에게 출산과 섹스에 관한 질문을 할 권리증이 생겼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런 일을 몇 번 겪은 뒤로웬만하면 아기에 대한 이슈를 입 밖에 올리지 않았다.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하면 다들 섹스에 대한 조언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많은 이들이 조언해준 섹스가 아닌 의학기술로 임신에 성공했다. 앞으로도 그 얘기를 쭉 써볼까 한다.
여러 조언을 들으며 하나 다짐한 게 있다. 결혼한 부부에게 육아나 섹스로 조언을 결코 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다. 사람의 몸은 모두 다르며, 섹스를 많이 한다고 누구나 애가 생기진 않는다. 결혼을 했다고 그런 '임신 조언'이라는 포장지에 싼 섹스에 관한 질문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음 그럼 그런 조언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상대방이 직접적으로 질문하거나 조언을 구하지 않는 이상 '안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게 내 결론이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하기 전 우리의 사이에 관해 한 번 돌아보시는 것도 좋겠다. 당신이 그 질문을 하는 상대와의 관계가 그 정도로 가까운지 말이다. (사실 나는 남편의 삼촌 분과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 다 떠나서 그냥 안 하는 게 좋다. 아마 당신이 가볍게 하는 그 질문 이전에도 당사자는 이미 수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부디 제발, 결혼한 부부의 침실에 신경을 꺼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