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은 May 27. 2020

젖은 땅을 바라보며

그날은 하루 종일 마음이 불안했다. 분명 비 소식이 없었는데...


젖은 땅을 바라보며


그날은 하루 종일 마음이 불안했다. 분명 아침에 어플에서 확인한 

오늘 날씨에는 비소식이 없었는데 지하철에는 우산을 들고 탄 사람이 몇 있었다.

우산을 챙기지 않아 초조한 마음으로 역에서 내렸다.


다행히 출근길에 비가 오지 않았다. 

점심시간도 화창해 나는 잠깐 비 소식을 잊어벼렸다.




4시경 동료가 “비가 오네요”라고 했다. 

'아 우산이 없는데 어쩌지' 잠시 생각을 했다. 

이후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다보니 퇴근시간이 30분이상 지나있었다. 

퇴근을 하는 길에는 다행히도 비가 오지 않았다. 

땅은 비가 지나간 흔적이 남아 촉촉히 젖어있었다.



집까지 가는길도 빗방울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소파에 누웠다.

요즈음 퇴근 후, 온갖 망상이 나를 괴롭혔다. 


힘들었던 일들, 피로했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몸을 움직일 힘이 없었다.

이상하게 모기에게 피가 빨리듯이,

 쪽쪽 기운을 빼가면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똑같은 말을 보여주는 사람이 바뀌는 것에 따라 계속 조금씩 수정하며, 

너덜너덜해지는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가장 피곤했다.

밥을 차리는 것도 귀찮아,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보다보면 1시간이 금방 갔다.

그러면 밥을 먹어야 하는데 또 이렇게 시간을 낭비한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고는 했다.




음식을 시켜먹을까 배달어플을 뒤지다가, 

'그래도 해먹자. 그래 밥을 차려먹는게 건강에도 재정에도 좋지'

 라며 장을 볼 양으로 문 앞을 나섰다.

대문앞에는 내가 시켜둔 택배들이 그 사이 도착해 있었다. 

내가 퇴근하고 잠깐 누워 있는 동안 왔다간 택배였다. 

그리고 문 밖에는 또다시 소나기가 지나간 흔적이 있었다. 


‘택배아저씨는 비를 맞으셨겠구나.’ 

‘아니 누군가는 오늘 몇번 비를 맞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온전히 기가 빨린 것 같은 하루였지만

나는 하루에 몇 번이고 비를 피하는 행운을 겪었다.


내가 온전히 마른 상태로 지나간 하루

누군가에게는 소나기가 들이쳤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행운 속에서 살고 있는 날들인데, 

갑작스레 발견한양 고마움이 들이쳤다

고마운 하루였다. '나는 기운을 내야지'

되내이며 찬거리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작가의 이전글 월세집이 빠진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