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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Nov 23. 2020

올해, 결혼한 이야기-1

노아의 방주처럼 50명의 사람만 태울 수 있는 시기였다.

올해, 결혼한 이야기-1


8월 말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었다. 그녀는 국가 공공기관에서 10월 예식을 앞두고 있었다. 

지속되던 2.5단계가 일주일 연장되어야 하는 시점에는, 

결혼식장에서 결혼을 할 수 있는 건지 마음이 불안해서 전화를 했다. 

공공기관 그녀의 예식 사실을 아예 잊고 있었다. 

그들은 하반기에 아예 예약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는 변명을 늘어놓았고, 계속 추궁하자 미안하다고 말했다.

6월에 한 번 결혼이 밀렸다. 그리고 이제는 10월 결혼식이 취소되었다.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녀는 그날은 잠깐 망연자실했다. 


예비 신랑과의 대화, 그리고 혼자 고민을 했다. 내년이 된다고 해서 나아질 리는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스튜디오 촬영도 마친 상태였다. 

지금껏 준비를 해왔는데, 그리고 같이 살고 싶은데 

언제까지 코로나가 이어질지 모르니 그냥 올해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녀는 ‘원래 크게 결혼하고 싶지 않았잖아. 원래대로 작은 결혼식을 하자’ 

라고 생각하고 식장을 알아보았다. 스몰웨딩도 종류가 참 많았다. 

인당 10만 원 이상의 밥값을 받는 한정식 집, 

전체를 대관하여 진행하는 카페(대관비가 비쌌다.)

여러 가지 곳들이 있었지만 그녀와 같은 처지에 처한 

신혼부부들이 스몰웨딩을 알아보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결정을 해야 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그녀의 집 근처에 있는 한정식집의 한 실을 대관하기로 했다. 

50명밖에 초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족끼리 밥을 대접하는 방식으로 식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카페보다는 한식이 어른들에게 좋을 것 같았다.

우선 그녀의 부모님을 모시고 한정식집을 갔다. 

그녀의 부모님은 밥이 깔끔하게 나오고, 주차할 공간이 많다는 것에 만족해하셨다. 

그리고 그의 부모님 또한 모시고 한정식집에 갔다. 음식도 맛있고 깔끔하다고 하셨다.

 비 신혼부부는 부모님들이 까탈스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감사했다.

가장 중요한 장소는 우선 정했다. 그녀는 원래 정해놨던 어깨가 보이는 웨딩드레스를 취소했다. 

한정식집에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드레스를 빌리게 되면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헬퍼 이모님도 꼭 오 실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깔끔하고 많이 치렁치렁하지 않은

 피로연 드레스 형식의 원피스를 빌리기로 했다. 장소와 예복은 정했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그녀는 그 주만 해도 친구들에게 청첩장을 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친구들에게 청첩장을 주지 못하고, 

장소가 바뀐 청첩장을 주어도 친구들을 초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지금 시기에 친구들을 만나는 일 자체가 걱정스러웠다. 


중대본에서는 계속 모임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었다. 

그녀는 먼저, 친구들에게 얘기를 했다. 

족끼리 밖에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들은 결혼식에서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녀의 집에서 식사자리를 갖고 얘기를 하기로 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결혼을 작게 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꼭 축하받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축하를 받고 싶었던 마음들이 교차했다. 

어려웠다. 마음먹은 대로 무언가 결정해서 진행해야 하는 시기였다. 

노아의 방주처럼 50명의 사람만 태울 수 있는 시기였다. 

게다가 친척들만 헤아려 봐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초대 좌석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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