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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Jan 25. 2021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소중함

간만에 가본 스타벅스는 낯설면서도 친근했다.


 오랜만에 스타벅스에 갔다. 카페 내에서 커피를 마시는 건 약 2개월 만이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커다란 스타벅스에 갔다. 2층에 DT까지 있는 매장으로 규모가 꽤 컸다. 1층에는 별로 사람이 없어서, 주문을 하고 앉으려고 메뉴를 봤다. 이번 신메뉴인 더블 에스프레소 크림 라떼와 말차 초콜릿 라떼를 주문하자고 얘기를 했다. 주문을 하려고 가니, 직원이 “QR코드 먼저 찍어주시고요, 2층으로 가서 자리를 먼저 확인해주세요, 자리가 없는 경우가 있어요”라고 했다. 우리 뒤에 온 손님이 “자리 먼저 맡고 QR 찍어도 되죠?”라고 하니 “안 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마 그렇게 자리가 없어서 허탕 치고 나가는 사람이 많나 보다.

 

 핸드폰 카카오 탭에 코로나 19 탭을 눌렀는데 잘 인식이 안 되었다. 다 써버린 LTE 때문에 핸드폰이 느렸다. 뒤에 있는 사람들이 신경 쓰여 수기 작성 명부가 있냐고 했는데 없다고 했다. 대신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 민증을 가져와야 되는구나... 그때, 버벅 거리던 핸드폰도 눈치가 있는지 작동하기 시작했다. QR코드를 냉큼 찍고 2층으로 향했다. 자리는 듬성듬성 테이블과 테이블 간격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자리는 꽉 차 있었다. 사람들은 혼자 컴퓨터를 놓고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친구끼리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있었다. 산악회에서 나온 듯한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어르신들은 테이블을 띄어 앉아있었지만 일행으로 보였다.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이 시원하게 보이는 2층은 전부 꽉 차 있었다. 우리는 1층으로 내려와 자리를 맡고 주문을 했다. 테이블의 개수가 전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스타벅스는 흥하고 있었다.


음료가 나왔다. 신메뉴는 달고, 부드러웠다. 스타벅스의 신메뉴로 나오는 커피와 음료는 매년 달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맛있기는 했다. 커피를 먹지 못하는 남편도 달달한 에스프레소 크림은 좋아했다. 우리는 따뜻한 음료 두 잔을 두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음료를 마시지 않을 때는 마스크를 했다. 점원이 우리의 뒤쪽으로 왔다. 대화를 하는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은 무리의 테이블에 가서 마스크를 써 달라고 권고했다. 사람들은 네네 하며 마스크를 쓰고 대화했다.


직원의 경고를 등 너머로 듣고 나서 우리도 좀 더 잽싸게 마스크를 올렸다. 직원도 저 말까지 하려면 참 힘들겠다 싶었다. 코로나 19가 시작되며, 카페들은 많은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스타벅스는 직원 조정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사정이 어려워진 카페는 일손을 줄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 문을 닫은 카페도 많이 보였다. 그리고 여전히 일을 하는 사람도 딜리버리, 픽업, 코로나 방역 수칙에 맞춘 업무까지 새로운 일이 많이 생겼을 것이다. 이런 생각 중에 방송이 들려왔다 “스타벅스는 방역수칙을 지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 두 분이 오셨으면 1시간 내에만 매장에 있어주십시오” (*기억에 따른 내용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온 우리는, 1시간이 안 되게 시간을 보내다가 나왔다. 이 또한 정부에서는 벌금 등의 방식이 없기에 권고사항이라고만 되어있다. 그래도 한시간 안에는 나왔다. 나오는 문 앞에는 이번 스타벅스 MD제품인 플레이 모빌이 판매 소진되었다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짧지만 카페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 시기의 카페는 타인과의 대화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혼자서 음료를 즐기게 권유하고 있었다. 이 또한 뭐가 맞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득 찬 스타벅스의 테이블과, 소진된 MD제품을 보면서 개인 카페나 브랜드는 어떻게 변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시간이었다. 간만에 가본 스타벅스는 오랜 휴가 뒤 만난 동료처럼 어딘가 낯설면서도 친근한 느낌이었다. 스타벅스를 가는 것도 이렇게 소중한 일이 되었다니. 이것마저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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