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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Feb 04. 2021

음식 : 따스한 힐링푸드

따스한, 속 시원한, 사랑스러운, 에너지! 같은 힐링 푸드들

나의 힐링 푸드에 대해서 말해본다.

내 기준 든든한 밥상

된장국

가족처럼 익숙하지만 따뜻한 음식

조폭 마누라에서 신은경이 된장찌개를 끓인다. 신은경의 남편이 칭찬을 한다. 어린 시절 본 영화 속 이 장면은 머리에 깊이 남아있다. (내 나이가 짐작 가능한 대목이다.) 또는 다이나믹 듀오의 '어머니의 된장국'이라는 노래 때문일까? 된장국은 가정적이면서도 따스한 음식이다. 어머니는 된장국을 자주 끓여 주셨다. 어머니가 해 주신 된장국 중에서도 시래기가 들어간 된장국이 맛있었다. 칼칼하고 시원한 맛. 된장국은 다 좋다. 미소 된장 국부터 얼큰하게 끓인 된장찌개까지 다 좋다. 애호박과 두부는 된장국의 필수요소다. 길쭉하게 존재감을 자랑하는 팽이버섯, 턱턱 크게 썰어 넣은 대파, 식감을 살려주면서 맛도 있는 양파. 푹 퍼진 감자까지 들어가 있다면 된장국은 더 바랄 게 없다. 된장국과 계란 프라이, 김치를 한 상에서 먹으면 '아 밥 제대로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고깃집에서 고기를 다 먹고 나오는 된장국은 왠지 곁들인 음식 같다. 하지만, 나는 식사 된장찌개도 메인 음식처럼 맛있게 먹는다. 된장찌개에 밥을 비빈 후 고기를 한 점 얹어 입안으로 직행하면 식사는 완벽하게 끝난다. 된장국은 내게 익숙하지만 따뜻한 힐링 푸드다.

짬뽕

화가 난 후 속 시원하게 사우나하는 느낌

대학교 때 과제나 시험으로 밤을 새우고 난 뒤. 회사에서 과로나 철야를 한 날. 과로와 같은 정신적 피로감을 느낀 날. 그런 날에 나는 혼자 짬뽕을 시켜 먹는다. 진하고 얼큰한 국물과 오징어의 풍미가 가득한 짬뽕. 삼선 짬뽕의 진한 국물을 먹으면 뭐든 상관없어지는 기분이 든다. 단무지로 얼얼한 입안을 달래주면 뜨거운 땅 위로 시원한 빗물이 닿는 듯 시원하다. 요즘은 짬뽕의 자리를 마라탕이 대체하고 있다. 마라탕의 사골국물 같은 걸쭉한 국물과, 식초와 같이 시큼한 향. 내가 선택해서 넣는 각종 야채들. 마라탕도 매력적이다. 그런데 짬뽕에 비교하면 마라탕은 좀 치사하다. 내가 선택한 야채가 들어갈 수 있는 매력이 있는 반면, 새우, 햄, 이런 꼬지들을 선택하다 보면 1,000원씩 가격이 붙어 꽤 비싸진다. 정가로 정해진 가격으로 주는 데로 먹는 것과, 내 선택을 통해 가격이 오르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다른 느낌이다. 얼마 전 한 테스트에서 ‘내일을 알고 싶다.’ ‘내일을 모르고 싶다’ 둘 중 무엇이 더 원하는 것인지 선택을 하라고 했다. 나는 '모르고 살기'를 선택했다. 모르고 사는 것은 어차피 지금과 같아 크게 불만이 없다. 알고 사는 것은 기쁜 일에는 기쁨을 느낄 수 있지만, 슬픈 일이 닥치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전날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구태여 내일까지는 아니라도, 짬뽕이나 마라탕의 재료도 다 알고, 가격도 다 알면서 먹는 것보다, 쉐프의 선택대로 주어진 것을 먹는 것도 괜찮다. 짬뽕을 얼큰하게 먹고, 밥을 말아서 먹으면 기분이 좋다. 사우나를 하고 땀을 쭉 뺀 것처럼 지나간 일은 잊고 개운하게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얼큰한 짬뽕은 나의 힐링 푸드이다.

푸딩

사근사근한 반려동물의 애교를 보는 느낌

푸딩은 기존과 다른 기조의 음식이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배가 고팠다. 하지만, 뭔가를 부담스럽게 먹기보다는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자고 싶은 마음이었다. 굳이 식사류를 고르기는 애매했고, 과자의 식감도 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게 푸딩이었다. 프레첼 푸딩으로 기억되는 어떤 푸딩을 샀다. 지금까지 내게 푸딩은 음식도 그렇다고 스낵도 아닌 기분이 들어서 사 먹은 기억이 별로 없었다. 푸딩은 값도 거의 1,500원~2,000원 이상으로 삼각김밥 같은 허기가 채워지는 음식과 비교하면 비싸다고 생각했다. 조금 사치하는 기분으로 푸딩을 사 와서 먹었다. 커스터드 초코 푸딩이었을 것이다. 부드럽게 퍼지는 커스터드의 맛이 내 혀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갔다. 그리고 조금 밑에 가라앉은 초코가 커스터드를 감싸며 쌉쌀하고 은은한 맛의 조화가 입 안에서 심포니를 이루었다. 앞의 음식들은 힘든 기분을 씻어주는 느낌이라면. 푸딩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맛이다. 할아버지나 갓 젖을 땐 아기가 먹어도 무해할 것 같은 부드러운 식감. 이 식감은 누구에게나 마음을 열고 따스한 배려심을 보여주는 푸딩의 관용같이 느껴졌다. 나는 그날 푸딩을 새롭게 경험했다. 강아지나 귀여운 반려동물이 와서 애교를 부리는 것 같은 부드러움과 사랑스러운 기분 그것이 푸딩의 매력이다.

나의 힐링 푸드는 내가 돈이 있으면 꼭 사 먹는 음식은 아니다. 돈이 있다면 소고기나 초밥을 사 먹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힘든 하루를 겪었거나 언제 먹어도 위로가 되는 음식이다. 쓰다 보니 또 만나고 싶다. 마음까지 허기진 날 나를 다정하게 해 줄 힐링푸드를 찾아 심신을 위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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