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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Feb 04. 2021

코로나 19와 함께 온 퇴사 바이러스

예비 퇴사자가 있는 팀은 더욱더 분위기가 나빴다.

코로나 19와 함께 온 퇴사 바이러스


이것은 코로나 19와 함께 시작된, 한 회사의 <퇴사 바이러스>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작년부터 시작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회사는 경영환경이 많이 악화되었다. 직원들은 어려운 시기를 버티며 매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인사 팀장이 새로 입사했다. 그는 전직장에서 '도끼'로 불렸다고 한다. 그가 찍은 사람은  다 퇴사한 것이 그 이유였다. '도끼'는 올빽 머리에 회색 정장을 입고 출근했다. 그의 눈빛은 싸늘했다. 도끼가 입사 후 일주일 뒤 <감봉 공지>가 게시되었다. 회사 전 직원의 임금을 일부 삭감한다는 공고였다. 회사가 어려우니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동의해 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직원들은 불만을 제기했다. 동의하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연봉 삭감을 할 때는 동의서에 사인을 받아야했다. 직원들은 동의를 거부했다. 서류 자체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한팀장은 죽어도 사인을 못하겠다고 도끼에게 말했다. 도끼는 안경을 한 번 쓱 올린 후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죠, 다음 조치를 하는 수밖에"


임금삭감이 회사에서 진행한 '조치'의 끝이 아니었다.  도끼가 움직였다. 회사에 주요 인물들을 구조 조정했다. 직급이 높고, 오래 일을 했던 사람들도 퇴사하게 되었다. 한팀장도 있었다. 사실 구조조정의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성과, 업무의 중복, 태도 등등 먼저 자른 후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격이었다. 구조조정의 칼은 바이러스처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겨누어졌다. 구조조정을 당한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걸려 자가격리를 하듯이 인수인계도 없이 사라졌다. 급작스러운 사람들의 퇴사로 남아있던 이들은 혼선에 빠졌다.


"영업팀 안 과장님께 제품 등록을 요청하세요."

"아, 안과장님 퇴사하셨어요."

"네, 안과장님도 구조 조정되신 거예요..? 그럼 이 업무는 누가 하죠?"

"글쎄요.. 저희도 다 바빠서 안과장님 업무까지 맡을 수가 없어요."


기존의 주요 인력들을 퇴사시키자 업무 공백이 생겼다. 그리고 도끼는 그 결과에 책임지지 않았다. 공백을 메울 새로운 인력을 확보하지 않았다. 남은 사람의 업무 과중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사람들은 마스크 안으로 욕을 삼키며 일을 했다. 남은 이들은 바이러스는 피했지만, 가슴의 깊은 상처와 후유증이 생겼다.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속상함과, 두 배 이상 부가된 업무. 회사는 늦게까지 불이 켜졌다. 야근이 잦아졌다. 사람들은 절반의 숫자로 줄었다. 그래도 공백은 메워지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추가 확산은 자발적 퇴사자의 발생이었다. 평소 조용하던 구대리의 퇴사가 그 시작이었다. 구대리는 전체적으로 매출을 확인하고 경영기획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전사에 공유해야 할 업무가 많은 인물이었다. 그는 조용하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다. 불만이 많지는 않았지만 한 마디를 하더라도 무게감과 영향력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조용하고 침착한 성향과, 데이터를 신뢰했다. 그런 구대리가 퇴사를 선언했다. 그는 동종업계의 더 큰 규모의 회사를 간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의 업무 공백을 걱정하면서도, 구대리를 우수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퇴사를 앞두고 자신의 상황에 대해 편안하게 업체와 통화했다.


"네. 제가 다른 데에 가게 되어서요. 그쪽 가서도 잘 부탁드릴게요."


그는 어두운 퇴사 바이러스의 기운 속에서도, 항체나 백신을 가진 사람처럼 걱정이 없어 보였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 동료들은 부러워했다. 


구대리의 퇴사와 함께,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퇴사' '이직'등의 키워드를 말했다. 휴가를 쓰면 면접을 보러 가냐고 물어봤고, 좋은데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말을 농담처럼 했다. 구대리를 기점으로 몇 사람이 퇴사를 했다. 구대리와 유독 친하던 정과장도 이직을 했다. 활발하던 윤사원은 점차 말이 없어지고, 밥도 잘 먹지 않더니, 퇴사 의사를 밝혔다. 그녀는 우울증에 걸렸다. 제주도에 가서 한 달 살기를 한다며 카톡에 고양이 프로필 사진을 올리고 퇴사를 했다. 유사한 이유로 몇 사람이 퇴사를 했다. 사무실은 자리가 비어 공간이 많아졌다. 사람들은 방탈출을 하듯이 누구든 먼저 탈출하고 싶어했다. 예비 퇴사자가 있는 팀은 더욱더 분위기가 나빴다. 바이러스 보균자가 있듯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음울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리고 마지막 확산은 대표의 퇴사와, 조직개편이었다. 사람들은 구조조정 이후로 대표가 회사에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기안도 잘 결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도끼가 전사 메일을 보냈다. 


"대표님은 개인적인 사유로 퇴사하셨습니다. 결제는 '본부장'까지만 받으면 됩니다."


사람들은 대표가 퇴사한 상황을 두고 다양한 말을 했다. 매출이 잘 나오지 않아 잘렸다. 도끼가 대표 자리에 올라갈 것이다. 회장님의 가족이 대표를 맡을 것이다. 등등 다양한 소문이 무성했다. 모든 것을 지시한 듯 보였던 대표도 바이러스를 피해 갈 수 없었다. 대표의 퇴사 이후로 회사는 또 다시 술렁였다.  


그러던 중 한통의 메일이 왔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

저희는 이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중략)

저희는 영국에 본사를 두며 전세계에 지사가 있는 OOO그룹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회사가 영국의 한 회사에 매각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몇몇은 알고 있었다는 듯 침묵을 했고, 몇몇은 깜짝 놀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이제 직원들은 파란 눈의 대표를 맞아야 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생긴것처럼, 사람들은 긍정 또는 불안에 가득 찬 전망을 말했다. 이번 일이 백신이 되어 퇴사를 잠재워 줄 것인지. 더욱 큰 역풍을 몰고 올지는 알 수 없었다. 


이 회사의 결론은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 19처럼 무시무시하고, 파급력이 강한 '퇴사 바이러스'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사람들은 몇 단계를 거처 결국 체념을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몇몇 이들은 의연했다.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고, 소문에 휩싸이지 않았다. 그들은 우울한 이야기를 피해 이어폰을 꽂고 일을 했다. 그들은 '바이러스'가 누구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바이러스 이야기로는 바이러스를 막을 수도 없었다. 그들은 대신 귀를 막고 스스로를 방역했다. 마음을 정화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다짐했다. 손을 씻듯 몸을 움직여 일을 하고, 소독제를 바르듯 때때로 눈을 감았다. 


그 회사의 그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그렇게 '바이러스'속에서 견뎌냈다. 그저 그들은 새로운 곳 또는 지금 여기에서 그전과 같이 평화로울 내일을 바랐다. 그 내일에 누가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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