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은 Feb 08. 2021

추나요법으로 인내를 배우다

이런 무시무시한 의술로는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추나요법으로 인내를 배우다.


여러분은 추나요법을 받아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추나요법을 10회째 받고 있습니다. 추나요법을 관장하는 선생님은 척추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의 입은 늘 한일자로 근엄하게 닫혀 있습니다. 그의 목은 둥근 C자로 딱 맞게 커브가 되어있으며, 절대 웃는 법이 없습니다.


그와 저의 인연은 친구의 추천으로 인해 시작되었습니다. 친구는 저만 보면 관장을 때리지 못해 안달 난 포졸처럼, 제 목과 등을 손날로 쳤습니다. “야 야 허리 펴” “야야 목 굽었어” 그럴 때마다 죄를 진 사람처럼 몸은 아파서 더욱 구부러졌습니다. 거의 새우에 다다른 제 몸을 보고 친구는 추나요법을 추천했습니다. 

추천으로 도착한 병원의 외곽은 허름했습니다. 그래도 바깥에 <교통사고 전문>이라고 쓰여 있었더군요. <추나요법 실비 환급>이라는 문구도 커다랗게 보였습니다. 괜히 신뢰가 갔습니다.


처음에는 물리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상의를 탈의하고 환자복을 입고 침대 바닥을 보고 엎드려 누웠습니다. 간호사가 어깨와 허리에 차가운 물체를 댔습니다. 그 물리치료 기계는 등을 잡았다 놨다 하면서 어깨와 허리에 자극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엎드려서 물리치료를 받으니 처음에는 간질간질했으나 나중엔 시원했습니다. 이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선생님은 보자마자 제가 “디스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서는 “모르셨어요? 딱 봐도 알겠는데”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추나요법을 했다. 처음엔 누우라고 해서 다리 끝을 보더니 다리 길이를 맞춰보았다. “왼쪽이 오른쪽보다 낮네요, 이 골반이랑 척추를 맞춰야 됩니다”


몸이 이상한 줄은 알았지만 “디스크”라는 병명을 듣고 나니 겁이 났습니다. 연예인 김종국은 디스크 때문에 군대도 공익으로 갔다던데? 그 디스크가 나란 말인가. 하얗게 질린 내 얼굴을 봤는지 선생님은 그래도 심각한 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의 추나요법을 20번만 들으면 고쳐질 거라고 했습니다.


추나요법은 다리 끝 맞추기, 내 왼다리를 선생님이 구부린 다음 자신의 체중을 실어 누르기, 아빠 다리를 하고 앉았을 때, 자신이 뒤에서 목을 당겨서 뚜둑 소리 나기, 입에 막대기를 물고 턱을 옆으로 당겨 턱 당기기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저는 몸에 힘이 빠지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왜 몸에 힘을 주냐고 선생님께 혼났습니다. 그런데 힘을 빼는 건 어떻게 하는 건지 참 어렵더군요. 그렇게 몸에 힘을 주고 사니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거라 했습니다. 대부분 많은 활동이 추나요법 후 ‘뚜둑-‘ 소리가 나야 성공적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물리치료와 침 맞기, 부황 뜨기가 있습니다. 침 맞기는 평소에 허리와 어깨는 그저 참을 수 있는 수준인데, 망치로 맞는 듯 엄청나게 강렬한 침이 있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은 저보고 자리에 앉아보라고 한 다음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보라고 하고, 오른쪽으로 돌려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디가 더 불편하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미세한 차이를 알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고 오른쪽이 더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오른쪽에 침을 놨는데, 그 침은 이상하게 머리부터 팔까지 찡해지는 것처럼 아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양쪽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려보자 신기하게도 양쪽이 균일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무시무시한 의술로는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리치료-침 맞기(추나요법 이후에 하기도 합니다)-부황 뜨기-추나요법으로 추나요법 치료가 시행됐습니다. 사실 20번 오라고 해서 계속 가고 있기는 하지만 좋아진지 나빠진지는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은 가면 점점 좋아지고 있으나 더디니 빨리 다음 주에 오라고만 재촉했습니다.


선생님은 갈 때마다 매주 “어디가 어땠어요?”라고 묻고, “아빠 다리를 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저렸어요” “구두를 높은 걸 신었는데 다리가 저렸어요”라고 하면 마치 어린아이가 당연한 걸 말한다는 듯이 “양반다리 하시면 척추에 안 좋습니다” “구두 높은 거 디스크에 안 좋은 거 모르셨어요”라고 말한 뒤 혼을 내 듯 강한 침을 놓았습니다. 그는 늘 그동안의 건강상 안부를 묻고서 당연한 걸 입 밖으로 내뱉는구나 라는 태도로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가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허리와 척추가 펴지면 입꼬리도 일자로 펴지는 걸까요.


한 번은 이 지리멸렬하고 차도가 보이지 않는 치료를 언제까지 받아야 할까 싶어. 왜 일주일에 한 번 와야 하는지, 어떻게 나아지는 걸 알 수 있는지 따졌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끝난 후 엑스레이를 찍는 방법도 있으나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고, 아니면 어깨선, 골반뼈 등이 맞춰졌는지 보는 방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왼쪽 어깨가 더 낮으니, 거울을 보며 스스로 점검해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서양식 의학에만 길들여져 있던 나는 즉각적인 피드백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저렇게 차츰 확인해가는 방법을 말해줬다. 원장님은 의사보다는 스승님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기다림을 배우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훈련에 길들여지며, 점차 물리치료를 안 받으면 시원하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직까지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도 확연하게 달라진 것은 모르겠습니다. 제 목표는 양쪽 어깨가 동일선상에 유지되는 것, 그리고 선생님이 환하게 웃을 만한 농담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추나요법을 받으며 인생의 여유를 가져보려 합니다. 평생 구부려 살았는데 제 뼈가 맞춰지는데도 시간이 걸리겠죠. 추나요법으로 몸을 치료하며 저 또한 모든 것에 시간이 든다는 걸 기다려보려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중고 : 중고라서 더욱 좋은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