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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Feb 10. 2021

광고회사 퇴사, 그리고 그 후

6시에 나를 마주친 아버지는 물었다 "또 이제 오니?"


아침은 골프연습장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아침 알바를 마치고 대학교로 갔다. 점심을 먹고 하루 종일 공모전 회의를 했다. 집에 가서 자거나, 대학교에 딸려있던 여자 휴게실에서 잤다. 그리고 알바를 갔다. 2011년 겨울의 기억이다. 


카페 혹은 대학교 빈 강의실, 그곳에서 공모전 회의를 하며 대학생활을 보냈다. 남은 시간은 알바를 했다. 밤을 새우며 회의를 하며 싸우고, 농담하고, 웃고, 제출했다. 밤을 새우며 얘기하다 보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고, 시간낭비를 하기도 했다. 더 나은 것으로 하기 위해 계속 토론하고 토론하다가 만든 것을 수정하는 시간들이었다. 그 과정 중에 포토샵을 독학으로 배웠고, PPT도 수십 장씩 만들었다. 여러 번 공모전에 출품했고 수상은 2번 했다. 지나와서 보면 즐거운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기도 했다. 공모전을 계속할 수 있던 것은 동아리 친구들 덕분이었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즐거움과 책임감에 밤을 새울 수 있었다.


아침을 택시에서 시작했다. 아니 아침이 시작된 분기점도 알 수 없었다. 회의실에서 밤 12시에 한번 회의를 하고, 2시까지 각자 자리로 가서 아이디어를 생각해 오기로 했다. 밤에 야식으로 시켜준 햄버거를 먹으면서 아이디어를 냈다. 2시에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괜찮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로 하고 자리로 흩어졌다. 각자 아이디어에 따른 자료 보완, 카피 쓰기, 이미지 찾기 등을 하고 5시에 퇴근했다. 카카오 택시로 택시를 불러 집까지 가면서 잠을 잤다. 6시쯤 집에 도착했을 때, 출근을 하려고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시던 아버지와 마주쳤다.   


“또 이제 오니?”


대학시절 클럽에 가고 술 마시며 밤새 놀 때도 이렇게 열심히 밤을 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광고회사에서 2년 차 밤샘과 야근이 일상이 되었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PT를 하기 위해서는 밤샘이 많았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1년 이상 다닌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옆에 있던 대리님은 하혈을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광고에 대한 재미로 시작했지만, 밤을 새우다 보면 재미가 없었다. 며칠 동안 철야를 하면 화가 났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낮에는 업무 밤에는 PT를 하는 패턴이 익숙해지지 않았다. 퇴사를 했다. 


고등학교 때, 아디다스 광고에 빠져있었다. “Impossible is nothing -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디다스의 단호한 슬로건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카피. 메시, 베컴, 무하마드 알리 등 스포츠 선수들이 모델을 하며 시리즈로 이어진 광고는 감동적이었다. 자기 개발서를 읽으며 결의를 다지는 사람처럼, 아디다스 광고를 보면서 공부를 했다. 감흥을 준 콘텐츠가 광고였기에 그런 감흥을 주는 광고를 만들고 싶었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은 나처럼, 감동받은 광고가 있고 그 계기로 광고에 대한 꿈을 가진다. 힘든 업무 환경 속에서도 '재미'와 '신념' '꿈'이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며 버틴다. 


 지금도 광고는 나를 감동시키고 즐겁게 한다.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을 움직이는 결과물은 광고는 아니어도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 마케터로 일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콘텐츠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 브런치 속 글 한 줄, 왓챠에 적은 영화 리뷰 한 줄도 콘텐츠다. 일상 속 콘텐츠 속에서도 감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래간만에 떠올려 본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슬로건처럼 가능성을 향해 한 자 한 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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