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순기능

부기데이즈_4화 : 일상이라는 바다를 헤엄치는 스토리툰

by 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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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는 성격이 예민한 편이였다. 누군가가 눈밑이 떨리는 모습을 보거나,

타인의 숨결이 달라져도 혹시 저게 한숨이 아닐까 하고 안절부절해 하던 성격이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발화되는 화들로 인해 몸이 녹아버릴 것 같은 시절들이 있었다.

그런 힘든 시간들 동안 부기는 이것이 권위를 존중해주길 바라는 것을

그저 화로 포장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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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는 이제 어조와 표정과 분위기는 읽을 수는 있지만 담아두지 않자고 생각했다.


‘화를 내는 사람 또한 사탕을 달라고 보채는 아이처럼, 자신에 대한 존중을 보채는 거야’


그래서 그냥, 지시하는 업무에 대해서 알맹이만 생각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거북 등을 앞으로 내세웠고,

거친 표현들에도 단답으로 응수했다. 점점 영혼이 없다는 말을 듣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유연하게 대처하게 될수록 마음이 약해질까봐 차라리 표면적인 모습을 내보였다.

물론 그래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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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증오의 시간들 속에 남은 것이 있었을까?

부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무대에 나와서 역량을 발휘하는 모습을 볼 때

부기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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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해야 되는 춤과 노래 뿐만이 아니라

성대모사, 입담, 다양한 매력을 갖춘 그들을 보며


부기는 자신에게 업무도 하고, 싹싹하기도 하고, 다른 역량까지 갖춰라 라고 요구한다면

그래서 본인에게 그 시간을 쓰라고 한다면 얼마나 힘들까. 라고 생각을 했다.


예능에서 돋보이고 있는 아이돌들은 어쩌면 시간외의 야근을 하는 직장인 같은거구나

라는 생각에 미치자. 그의 멋진 모습이 조금은 처연하게 느껴졌다.

‘화’로 인해 종종 녹아내렸던 부기에게 증오는 ‘이면’을 보게 해주는 힘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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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은 부기에게 '화'를 쏟아부었던 어떤 이의 인터뷰 기사를 봤을 때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며, 타인을 대했지만

공식적인 석상에서는 당신들 덕분이라고 말했던 그의 모습


부기는 증오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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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사를 읽은 이들은 멋지고 아름다운 것에 대해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업적들은 수많은 결들을 무시하여 만들어졌다.

어떤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지옥으로부터 만들어진 것 일수도 있다.

증오를 통해서 조금 덤덤하게 되었다. 미움을 통해서, 조금 덜, 머뭇거리게 되었다.

그러나 좋은 결과가, 아름다움이 꼭 힘든 과정과 화를 통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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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을 통해 부기가 얻은 것이 없지는 않다.

부기는 덤덤해진 자신과 이면을 볼 수 있는 눈에 대해 생각하며

그래도, 사람들이 점점 목소리를 높이는 일을 줄이고, 서로 존중해주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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