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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Mar 04. 2021

그냥 들어와도 돼, 우리 방이야

4살 터울이 나는 동생은 어느새 한껏 컸다.


그냥 들어와도 돼, 우리 방이야


내가 자취를 할 때쯤, 부모님이 이사를 한다고 하셨다. 나는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려, 더 작은집으로 가시라고 말씀드렸다. 부모님은 방 2개짜리 집을 구하셨다. 부모님이 쓰시는 안방, 동생이 쓰는 작은 방 이렇게 방 2개와 거실이 있는 집이었다.

 

부모님의 집이 이사를 한 후, 휴지를 사서 집에 놀러 갔다. 엄마는 고기와 과일이 가득한 상을 차려 주

셨다. 밖에서 약속이 있다던 동생도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나를 빤히 보며 머리를 쓸어주었다,


“네 방이 없어져서 아쉽다.”


사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정말 진퇴양난이다. 독립해서 계속 살거나, 결혼을 해야겠다.' 하지만 그건 아쉬움이라기보다는, 당연한 것이었으며 스스로의 결의였다. 그래도 그런 기색을 들키지 않으려 말했다.


“나 어차피 나중에는 결혼해서 나갈 거야, 방 하나 비워두는 것보다 이렇게 이사 온 게 합리적이죠~.”


엄마랑 얘기를 나누고, 동생 방을 구경하고 싶어, 노크를 했다.


“누나 그냥 들어와도 돼, 내 방이긴 하지만, 우리 방이지.”


우리는 서로 만나면 장난을 치거나, 잔소리를 많이 한다. 특히 잔소리를 하는 건 거의 내쪽이다.  4살 터울이 나는 동생은 내게는 어리게만 느껴졌는데 때로는 한껏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없는, 나와 동생의 방은 깨끗했다. 동생의 여자 친구가 준 디퓨저, 인형들을 바라보며, 방이 참 예쁘네 라고 말했다.

 

이후 나는 자취를 1년 정도 한 후 결혼을 했다. 이제 그 방은 정말 동생만의 방이 되었지만, 동생이 얘기해준 따뜻한 말 한마디는 내 마음에 남아있다. 따뜻한 말에 대해서 생각하면 여러 가지 추억들이 떠오르지만, 동생의 저 말이 기억난다. 언제든 나의 방을 준비해줄 것 같은 동생의 고마운 말. 항상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방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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