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꿈으로 오늘을 버텼다

사소한 꿈 하나로 삶을 움직이는 이야기

by 정공


프롤로그


어떤 꿈이어도 괜찮다


사람들이 “꿈이 뭐야?”라고 물으면

나는 한동안 대답을 못 했다.

없어서가 아니라,

말해도 될 만한 꿈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상하게 배운다.

꿈은 거창해야 하고,

말하면 멋있어야 하고,

이루면 대단해야 한다고.


그래서 다들 비슷한 말을 한다.

“아직 꿈이 없어요.”

“그냥 현실적으로 살려고요.”


근데 가만히 보면

정말 아무 욕망도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그게 너무 소박하고,

너무 웃겨서

스스로 꿈 취급을 안 해줄 뿐이다.


이 책은

성공한 사람이 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대단한 목표를 세우라는 말도 아니다.


그냥

터무니없는 꿈 하나가

사람을 어떻게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1장


공부를 못했는데 꿈은 많았다


중학교 때까지 나는 공부를 안 했다.

그래서 성적은 늘 바닥이었다.


못한 게 아니라

애초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열심히 해봤는데 안 된 것도 아니고,

노력형인 척해본 적도 없었다.


공부보다

노는 게 좋았고,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좋았다.

교실에서는 늘 시끌시끌했고,

분위기 메이커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도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공부에 매달릴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산 건 아니다.

이상하게도 나는

공부 말고 다른 욕망은 분명히 있었다.


어느 날

엄마가 웃으면서 말했다.


“너도 어떤 과목이든 하나만 전교 1등 하면

내가 옷 벗고 동네 한 바퀴 뛴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계속 남았다.

공부를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상황 자체가 재밌어서.


그래서 그게

내 첫 번째 목표가 됐다.

어떤 과목이든 하나, 전교 1등.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목표다.

중학교 때 공부를 안 하던 애가

전교 1등을 꿈꾼다는 게.


근데 신기하게도

부담은 없었다.

실패해도

“그럴 줄 알았다” 하고

웃고 넘길 수 있는 목표였으니까.



2장


하나만 파보기로 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나는 딱 한 과목만 골랐다.


다른 과목은 그대로 뒀다.

전부 잘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안 될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씩 시간을 쓰고,

조금씩 집중했다.


그리고 정말 어이없게도

그 과목에서

전교 1등을 했다.


머리가 띵해질 정도의 성취감이 왔다.

운이라고 넘기기엔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 경험은

자연스럽게 다음 목표를 만들었다.

반 1등.


이미 한 번 해봤다는 기억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조금 더 진지해졌다.

처음으로

‘다음’을 생각하게 됐다.


결과는 같았다.

목표를 이루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꿈 하나를 이루면

사람은

다음 목표를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걸.



3장


자격증 10개라는 말도 안 되는 목표


그다음 목표는

자격증 10개 취득이었다.


왜 그런 목표를 세웠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많으면 괜히 뿌듯할 것 같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필요와 상관없이

자격증을 하나씩 취득하기 시작했다.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미래를 내다본 선택도 아니었다.


하나를 취득하니

자연스럽게 다음이 이어졌고,

그렇게 10개가 넘었다.


이 과정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된 게 있다.


사람은

‘완료했다’는 감각을 얻을 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



4장

꿈은 꼭 멋있을 필요가 없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나는

가장 사소하고 웃긴 꿈을 하나 꺼냈다.


많이 먹고,

배달앱 VVIP 되기.


중학교 때 나는 뚱뚱했다.

먹는 걸 좋아했지만

늘 참고, 조절하고, 눈치 보며 먹었다.

그래서 마음속에

한이 좀 남아 있었다.


대학생이 된 나는

돈을 모으지 않았다.

미래를 준비하지도 않았다.

수입의 대부분을

먹는 데 썼다.


먹고 싶은 걸 먹고,

맛있는 걸 시키고,

아낌없이 먹었다.


그리고 정말로

배달앱 VVIP를 찍었다.


웃긴 꿈이었지만

분명한 성취였다.

그때 확실히 느꼈다.


꿈은

멋질 필요가 없다는 걸.



5장


외로울수록 할 수 있는 일


외로울 때

사람들은 쉽게

사람으로 그 자리를 채우려 한다.


연애, 술, 유흥.


근데 나는

이건 꼭 말하고 싶다.

외로움을 그렇게 덮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잠깐 잊게 해 줄 뿐,

결국 더 공허해진다.


외로울수록

차라리 바쁘게 움직였으면 좋겠다.

내 목표 하나라도 달성하면서

그 성취감으로

하루를 버텼으면 좋겠다.


그 감각은

아무도 대신 채워줄 수 없다.


6장


꿈은 바뀌어도 괜찮다


전교 1등도 끝났고,

반 1등도 끝났고,

자격증 10개도 끝났고,

배달앱 VVIP도 끝났다.


꿈은 끝나도 된다.

바뀌어도 되고,

사라져도 된다.


중요한 건

그 꿈이 있는 동안

내가 멈춰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소한 꿈이어도 괜찮다.

웃긴 꿈이어도 괜찮다.


그 꿈은

그 순간의 나를 움직였다.


그래서 하나의 꿈이 끝나면

이상하게도

다음 꿈이 생긴다.


꿈은 목적지가 아니다.

멈춰 있던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장치다.



에필로그


꿈은 자유다


꿈이 없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다.

하루를 버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날.


그럴 때 우리는

자신을 너무 빨리 포기한다.

멈춰버린 사람이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정말로 아무 욕망도 없는 사람은 드물다.

다만 그 바람이 너무 작아서

꿈이라고 불리지 않았을 뿐이다.


꿈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인생을 바꿀 계획일 필요도 없다.

오늘을 한 번 더 넘기게 만드는 이유,

그 정도면 충분하다.


웃겨도 되고,

사소해도 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 꿈은

당신을 성공하게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당신을 멈추지 않게 한다.


어떤 날은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마음이 바닥에 닿을 때도 있다.


그런 날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이 말만은 전하고 싶다.


아직 해보지 못한 게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그 이유 하나로

오늘을 버텨도 충분하다고.


꿈은

자격이 있어야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허락을 받아야 생기는 것도 아니다.


꿈은 자유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신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