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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두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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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혜BaekJi Dec 27. 2021

[두바퀴]12/26

한남동과 용산

옛날에 기타쌤이 그랬다. 음악이 CD에 담길 때, 특정 주파수 이상의 소리들은 전부 균일화된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귀가 편한 매끄러운 소리가 만들어진다. 듣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 표정의 찡그림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지만 그만큼 소리가 사라진다. 실제 녹음당시 악기들이 낼 수 있는 변칙적인 소음들이 말끔리 날아간다. 매끈하지만 그만큼 오리지널로부터 멀어진 소리가 된다.


록음악의 경우, 그 변칙의 소리들이 더 많다. 귀가 불편할 수는 있지만 그게 록음악 자체의 매력이다. 자유분방함, 저항 온갖 록의 수식어들은 그 찢어질듯한 소리에서 비로소 더 잘 느껴지는 법, 이라고 쌤이 그랬다.

그래서인지 오늘 들른 한남동 바이닐 앤 플라스틱의 경험이 더 와닿았다. 디지털 음원으로만 들었던 레드제플린의 음악을 LP플레이 해보니 쌤이 말했던 그대로였다. 귀를 찌르는 불편한 소리들. 로버트 플랜트의 보컬, 존 본햄의 드럼, 지미 페이지의 솔로, 존 폴 존스의 멀티플레이 모든 것들이 CD에서처럼 매끄럽게 섞이기보다 각자 도드라졌다.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앨범도 그랬다. 물론 아날로그감성빨 무시는 못하지만 한층 오리지널에 가까운 날 것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행복한 30분(턴테이블 이용 제한시간)이었다.

 

저녁에는 친구와 함께 용산 cgv에서 <킹스맨>을 봤다. 솔직히 킹스맨 1 이후의 시리즈들은 오리지널의 아성을 이기지 못한다는 걸 증명만 하는 꼴인 것 같으나, 3도 3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 실존인물이나 역사를 자기들만의 병맛 상상력으로 엮어내는 위트나 아서왕의 이름을 코드네임으로 활용하는 것 등 다분히 영국적인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체감길이는 실제 길이보다 짧지도 길지도 않았다. 엄청 재밌거나 또 무척 별로도 아니라는 얘기. 간간이 스릴이나 액션은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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