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는 완성했다.
전날밤부터 목이 쓰려 잠을 제대로 못잤다
술 담배 노래방 미세먼지 4콤보의 영향으로
급성 인후통이 도졌겠거니 하고
이비인후과를 갔다
마치 내 몸이 “코로나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는지 열이 나기는커녕 평소보다 차가워서 일단 코로나는 아니겠지했다.
하지만 이같은 시국, 더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개인의 작은 실수가 공동체를 위협하는 나비효과가 될 수 있기에…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일단 했다.
찾아보니 델타변이 코로나의 경우 발열증상 없이 인후통, 두통이 주증상이라 해서 또 뇌내망상을 시작했다. 인터넷에는 인후통만으로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사연도 넘쳤다. 하 요근래 사람을 자주 만나고 이래저래 싸돌아다닌 게 원인일까. 나 하나 걸리면 우리집안 구성원 모두가 확진이다. 아빠는 기저질환이 있어 고위험군이고, 부모님 두분 다 서비스업 종사자라 코로나 감염은 치명적일 수 있다. 부모님의 타박도 시작됐다.
“너가 요즘 너무 싸돌아 다니니까…”
“너 하나 걸리면 우리 다 죽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죄책감, 온갖 근심이 몰려왔다. 이 나이 먹고 제역할은 못하면서 민폐만 끼치는구나.. 못난 놈하며.
그래도 단편 영화 시나리오 한 편은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