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르츠 바스켓

2기 - 파이널까지.

90년대생이라면 후르츠 바스켓을 모를리가 없다. <후르츠 바스켓>은 한창 투니버스의 리즈시절을 이끌었던 작품군들 중 하나에 속했다. 이성과 닿으면 십이지 동물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소마가문'이 주요한 작품의 뼈대인데, 소재도 신선하고 주인공 캐릭터도 잘생기고 예뻐버리는 바람에 한 인기 했던 작품이다. 주인공은 소마가문 캐릭터가 아닌 '혼다 토로우'라는 여고생이다. 어린시절 상처가 있고, 고아에, 텐트에서 사는 그녀는 여느 애니 여주인공처럼 밝고 활달하다. 소마유키(쥐), 소마쿄우(고양이), 소마시구레(개)의 눈에 들어 토오루는 그들과 생활하게 된다. 1기는 십이지에 끼지 못하는 고양이, 소마 쿄우의 상처와 열등감, 유키의 외로움을 토오루가 위로하며 펼쳐지는 러브스토리가 주요한 이야기다. 언제나 그렇듯 츤데레인 쿄우가 토오루의 마음을 쟁취한다. 이렇게 가벼운 1기에 비해 2기부터 작품은 사뭇 무거운 주제들을 풀어나간다.

<후르츠 바스켓 2기>

2기부터는 '소마가문'으로 포커스가 본격적으로 옮겨간다. 1기보다 훨신 많은 소마가문의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서사가 펼쳐진다. 그래서 초반부는 집중하기가 어려울 수는 있다. 낯선 캐릭터가 마구 등장하고 자기들끼리 꼼냥하는데 관심이 갈리가..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파이널 시즌의 밑밥이 되니 열심히 봐야 한다.

소마 가문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린시절의 상처가 있고, ‘부모', '어른'이 주로 원인제공을 했다. 보호를 해주기는커녕 자녀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말을 뱉고 때로는 폭력을 행항다. 이런 나쁜 부모/어른들로 인해 인물들의 마음은 멍이 든다. <후르츠 바스켓>은 그들이 이런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비춘다. 친구와 연인, 우정과 사랑을 통해 인물들은 치유되어간다.

또 이 시즌에서 소마가문의 '저주'의 의미가 명확해진다. 소마가문의 구성원이 영원히 하나의 운명을 살아간다는 징표인 '십이지'는 한편으로는 ‘속박'이다. 십이지 간의 유대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신, 아키토. 태생적으로 아키토와 감정적으로 연결된 소마가문의 인물들은 그런 아키토의 집착과 명령을 쉽게 져버릴 수가 없다.

조금 긴 감은 있으나, 서사가 구체화되어갈수록, 주제로 수렴할수록 긴장도나 재미가 높아진다. 개막장이긴 해도...

<후르츠 바스켓 파이널>

<후르츠 바스켓>의 가장 큰 비밀이 밝혀진 후 파이널 시즌이 진행된다. 아키토는 여자다. 아키토가 유독 소마의 남자들에게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쿠레노, 시구레와의 꼬일대로 꼬인 관계는 바로 여기서 비롯한다. (아키토와 시구레, 쿠레노의 관계 비밀 등이 모두 밝혀지는 것도 이 시즌인데, 음지컨텐츠를 소비할 때의 그 쾌감이 느껴진다. toxic relationship의 예시를 든다면 바로 이들의 관계 아닐까.)

아키토 또한 '못된 어머니(아주 뻔---한)'로부터 정신적인 학대를 받아 인성이 뒤틀린 인물이다. 이 세상에 자신은 혼자라는 생각에 더욱더 십이지간의 유대에 집착하고, 그들의 숨통을 조인다. 2까지는 그가 악의 근원으로 비춰지지만 결국 그녀는 피해자인 가해자였던 것이다.

혼다 토오루의 놀라운 치유력은 이 시즌에서 강력한 키로 기능한다. 멘탈이 완전히 붕괴된 아키토를 말 몇마디로 치유해버리고, 모든 갈등을 순식간에 풀어나가는데.. 그 수준이 작가가 얄미울 정도다.

막장이 심하지만, 인물 심리묘사에 있어서 작가는 꽤 대단한 통찰을 선보였기 때문에 여전히 과몰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