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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혜BaekJi Mar 11. 2023

[독후감] <드라마 맛있게 읽기>

발췌

p.15 매스미디어라는 대중매체는 사회의 지배적 가치와 문화적 규범을 전파하여 우리의 삶의 방식이나 행동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각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선택과 결정에 필요한 동기를 부여하며 사람들의 당면한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유발하고 더 나아가 논쟁과 토론을 통해 합의를 창출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여론을 형성하며 우리 생활의 일부분으로 존재하고 있다. 


p. 15-16 그러나 드라마는 픽션이다. 다양한 소재와 인물의 개연성으로 인과관계를 허구적으로 구성하다. 따라서 드라마 평가가 지적하는 것은 개연성이 없다는 것이지 현실의 복제 정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드라마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적당한 대리만족을 체험하게 한다. 사극 드라마의 경우 대중들의 역사의식과 민족의식을 높이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면 누구나 인정하는 드라마의 상업성으로 유행을 창출하고 중독성으로 인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무수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뜨면 주제곡도 뜨고 협찬 소품들도 줄줄이 유행하고 주인공들은 기업의 광고모델로 활약한다. 


p.17 드라마의 인기는 얼마나 어떻게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느냐에 의해 상당 부분 결정된다. 드라마는 대중에 의해 '널리 선호되고 호감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산된 작품'으로 유통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p.52 소재들을 과격하게 휘두르지 않고 알맞게 섞어가며 사람들의 삶 속에서 보듬고 있어 리얼리티와 닿는 '공감'에서 승부수를 걸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일일드라마가 가지는 유일한 힘이며 긴 호흡으로 가는 일일드라마의 매력이다. 


p.65 사극 드라마는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단지 드라마일 뿐이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역사적 고증이 필요한 것이다. 

...

<주몽>은 이미 성공적으로 방영된 <허준> <서동요> <대장금>과 마찬가지로 조연들의 양념 연기와 함께 영웅, 라이벌, 스릴, 명랑 여인, 상상력이 모두 합해져 성공했다. 즉 <주몽>의 성공은 95%의 익숙함과 과거사 기록의 새로운 재현에 대한 어색함과 낯섦 5%였다.

시각적인 새로움이 등장했을 뿐, 지난 몇 년간 흥행에 성공한 기존 사극 드라마의 서사구조가 고스란히 둥지를 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몽>의 성공은 새로운 점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주몽>이 기존 인기 사극 드라마의 성공 코드를 집대성하고 있었다. 사극 드라마의 성공법칙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1. 남성영웅의 성장서사 2. 숙명의 라이벌 3. 게임을 연상케 하는 서사구조 4. 남성과 맞먹을 정도의 지략과 기개를 갖춘 여성. 


전문직 드라마의 성공 법칙

1. 직업의 리얼리티 2. 제작 여건이 중요 3. 직업군을 고를 때 시청자들을 인식하라. 4. 직업과 환경의 리얼리티 5. 인물의 리얼리티 


기획 및 연출, 작가의 필력 그리고 출연 배우의 연기력이 잘 조화되었을 때 그리고 관행적 스토리 구성보다는 파격적인 문제의식을 지닌 콘텐츠가 충실한 드라마가 시도되었을 때 드라마의 작품성과 흥행성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


독후감)

비문과 불필요한 중문이 껴있고, 군더더기같은 내용들이 중간중간에 언급되어 가독성은 다소 낮다. 그럼에도 영화에 비해 작품 평론이나 산업 분석이 턱없이 모자란 드라마라는 분야에 대해 체계적으로 얼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드라마는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다. 저자의 말대로 드라마 시대의 시작을 1961년이라 한다면 60년이 넘는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드라마들이 만들어져왔겠는가. 그러나 그 중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가 전하는 드라마는 아주 소수다. 대중적으로 압도적인 성공을 이룬 '대박 드라마'이거나, 그만큼의 성공은 하지 못하였어도 높은 완성도로 드라마 역사에 기억되는 '수작 드라마'를 다 세어봐도 서른 편은 넘기지 못한다. 그 이면에는 번쩍 나타나 유유히 역사의 이면으로 사라진 작품들이 있을 것이다. 


말그대로 실패의 리스크가 큰 드라마라는 장르. 거기다 편당 제작비는 점점 높아진다. 그러니 드라마 제작에 관여하는 누구든 궁금할 것이다. '무엇이 성공한 드라마고, 실패한 드라마인가.'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답을 누구나 원한다. 그 대답을 해보겠다고 선언한 저자는 <주몽>, <하얀거탑>, <쩐의 전쟁> 등 2000년대 중반에 큰 성공을 거둔 드라마들의 성공요인을 분석해낸다. 구체적 원인은 각각 다른듯 해도 이 드라마들은 공통적으로 두가지 요소를 갖고 있다. 시청자를 이끄는 참신함과 참신함을 매끄럽게 굴려 이야기와 재미, 주제의식을 창출하는 이야기의 탄탄함이다.


 <주몽>은 고구려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룬 최초의 사극이라는 점이, <하얀 거탑>은 병원을 배경으로 한 '정치물'이라는 장르의 비틀기가, <쩐의 전쟁>은 사채업이라는 세계를 다룬다는 점이 호기심을 유발했다. 그리고 잘 짜여진 세계관과 극본이 긴 회차동안 시청자들이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는 작품 내적인 성공요소다. 기본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는 앞선 두가지 요소가 충족되면 어느정도 보장이 된다. 그리고 대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실패한 드라마들은 두개 중 하나의 요소가 미흡하거나, 두 요소 모두를 충족하지 못했다.


더불어, 예산, 광고, 관계자들의 인지도 및 사건사고 등 작품의 성패를 가르는 복잡다난한 작품 외적 요소들도 존재한다. 급변하는 드라마 환경에서 무거운 드라마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한 수단들, 예를 들어, 연기력이 부족한 스타 위주의 캐스팅, 무분별한 PPL 남용 등이 드라마의 내적 요소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이것이 곧 좋은 드라마의 실패를 이끌어낼 위험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대형화되는 드라마 스튜디오, 어느정도 정착된 사전제작 시스템, 눈 높아진 대중들의 영향으로 이러한 리스크들도 많이 줄었다. 오히려 드라마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외주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불공정 관행, 드라마 스태프의 부당한 노동 관행 등 문제점은 아직 산재해 있지만... 


이 책은 2000년대 중반에 쓰였다. 책이 언급한 작품 내적 성공요소 분석은 현재까지, 아마 앞으로도 통용될 좋은 서사의 조건일 것이다. 그러나 몇가지 요소는 2023년이라는 시대에 들어 수정이 필요해진 게 사실이다. 지금은 산업규모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커졌다. 제작규모도 커졌고, 더 이상 TV 송출이 유일한 선택지도 아니다. 글로벌 OTT의 각축전 속에서 오히려 한국 드라마업계는 일정 부분 수혜를 보기도 한다. 콘텐츠 경쟁력이 높은 K-드라마에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OTT 기업은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손실에 대한 리스크 부담도 줄었다. 그만큼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시청률지상주의는 여전하지만 과거만큼 극심하진 않다. 이미 사람들은 TV보다 OTT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 해 드라마 제작편수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늘었다. 그리고 대부분 좋은 작품의 내적 요소를 충족하고 있다. 과거에는 잘 만든 드라마와 못 만든 드라마가 있었다면, 요즘엔 대박 드라마와 중박 드라마, 소소한 성공을 거둔 드라마들이 있을 뿐이다. 하나같이 잘 만든 드라마들이나, 다만 얼마나 많은 시청자층에게 소구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오히려 과거에는 매니악한 소재여서, 타겟 시청층이 작아서 만들어지지 않았을 드라마들이 요즘에는 제작된다. 즉, 중박, 소소한 성공 드라마의 존재가 우리나라 드라마 산업의 다양화를 알리는 시그널인 것이다. 스타권력화도 과거보다 약하다. 2030 시청자들은 다양한 통로를 통해 신예 배우들을 접하고, 제작자들도 적극적으로 스타보다는 이들을 기용한다. 


책이 언급한 드라마 산업의 문제들은 2020년대에 들어 어느 정도 해결된 듯 보인다. 그러나 아직 누군가 먼저 지적하지 않았을 뿐, 우리 드라마는 또 한계를 이미 마주했는지도 모른다. 용두사미식 전개, 자극적인 소재와 전개가 그 문제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요근래 장르 드라마들의 플롯이나 극본 전개가 어느정도 고착화되어 있다는 생각도 든다. 복수극이라 하면 결말이나 반전이 뻔하고 이에 따라 시청자의 피로도가 증가하는. 많은 드라마가 제작되고, 그들 중 대부분이 '앵간히 좋은' 드라마들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날카로운 문제 의식을 갖고, 리얼리티가 뛰어난 인물과 대사로 이뤄진 '대박, 명작 드라마'를 갈구한다. 인간과 삶의 진실을 탐구하는 극적 실험이 드라마의 본령이다. 우리는 결국 상업적 성공, 수익성, 산업의 규모에 대한 고려에 머릴 쓰다가도 드라마의 본질적인 고민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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