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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혜BaekJi Oct 23. 2020

Fan Movie에 대한 생각

방탄소년단 Break The Silence , 김호중 <그대, 고맙소>

아이돌 덕질을 인생 처음 시작하면서 알게 된 하나의 사실은


"아이돌 산업의 승자는 결국 덕질을 위한 최상의 상품과 환경을 제공하는 이"라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멤버들 스스로도 '아이돌'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고, 실제로도 상당한 음악적 성취르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앨범, 곡이 해가 갈수록 진보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원래 아이돌 음악을 즐겨 듣기는커녕 아이돌 가수 팬질(덕질)을 이해할 수 없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내가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슈가에게 입덕하고 결국 올팬을 하게 된 지 어언 4개월이다... 이전에 마이클 잭슨, 라디오헤드, 레드제플린을 덕질하던 때처럼 똑같이 앨범을 모았다.


왠걸, 앨범은 버전이 여러 개고 포토컨셉들이 제각각이다. 옛날에는 장사치라고 욕을 했겠지만 팬이 되는 순간 모든 버전을 갖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이고, 지갑을 털어낸다. 그나마 국내 음반은 해외 음반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 돈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ㅎㅎ. 


태생이 기획사의 '기획'이기 때문에 아이돌은 '음악'만으로 승부를 보기 힘들다. 적어도 시작할 때는 그렇다. 편견과 그에 기반한 백래시 때문이다. 음악에 음자도 모르는 인형들이 무슨 음악을 하겠냐는 거다. 자연히 엄청난 팬덤의 확장과 유지가 결국 이들의 주력사업이 된다. 팬덤이 커지고, 아이돌 가수 스스로도 음악적 성장을 이루면 그때부터 아티스트로 성장을 노려볼 수 있게딘다.  GD가 그 성공적 사례가 아닐까싶다. 유튜브에 떠도는  '무제'라이브에서는 그가 정말 아티스트 중의 아티스트로 올라섰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눈빛 속에 머무는 공허감 무엇...


여하튼 주력사업이 팬덤사업인 만큼, 아이돌 산업은 곧 음반사업 외에도 "팬을 위한" 여러 사업을 개진한다. 아이돌 입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로서는 참 신기할 따름이다. 물론 전해 듣기로 어떤 기획사는 뭘 한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빅히트는 "물 들어올 때 노젓기"의 최고 장인이다. Tinytan, BT21, 자체예능(In the Soop), 넷마블 게임, 드라마 등 그들의 사업은 도대체 어디까지 갈런지.. (일본은 2D의 3D화를 못해 안달인데, 한국 K-pop은 어째 3D의 2D화가 되는지..) 여러가지 해보고 있다. 가끔 항마력이 달릴 때도 있지만 그저 팬은 즐겁게 회사의 콩고물을 받아 먹을 뿐이다.


그러다가 BTS의 영화 Break The Silence를 보게 되었다. Fan Movie를 내 돈 주고 본 적은 처음이었다. 궁금함 반, 기대 반이었다. 팬무비는 도대체 어떤 걸 보여줄까, 유튜브 영상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하는 궁금한 반, 우리 애들을 볼 수 있구나 하는 기대감 반.


결과적으로 나는 팬무비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다만 영화가 재밌어서라기 보다는 영화가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아서 정말 갈 길이 무궁무진하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지점이 꽤 있었던 거 같다.


1. '영화'라는 매체는 무의미한듯?

사실 요즘 시대에 사람들이 극장영화를 보기로 하는 선택의장벽은 훨씬 높아졌다. 유튜브에는 예능, 드라마 다 있고, 넷플릭스는 "굳이 극장을 갈 필요가 없"도록 프로그램을 만든다. 아이돌 콘텐츠는 말그대로 넘쳐난다. 공연영상 뿐만이 아니다. 기획사만 만들어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팬분들이 2차 창작물을 우후죽순으로 만들어낸다. 정말 금손이 많다... '관계성 영상(팬픽의 영상다큐화...)', '입덕영상 편집본' 등. 입덕하는 사람들은 왠만하면 이런 영상들을 다 보기 때문에 각 멤버들의 성격적 특성이나 개인적 스토리는 모두 꿰찰 수 있게 된다. 즉, 이들 영상을 통해서 팬들의 요구는 어느정도 충족이 된다. '영화'까지 나온다면 이들 매체들이 다룰 수 없는 영역들을 다뤄야 했을 것이다.


영화는 Persona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온앤오프를 보여준다. 적절한 시도였다. 하지만 유튜브 다큐에서 보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묻는다면 난 그 차이를 말하지 못할 듯하다. 다큐'영화'라는 말이 조금 어색한 감이 있다. 멤버들 개인의 이야기가 그 표면적 층위에서 더 깊이 있는 층위로 나아가지 못한 점은 많이 아쉽다. 특히 지민이 장면(이나 정국이 "전 게으르고.. 뭐가 없어요."하며 시선을 떨구는 장면에서는 궁금증이 폭발했다. (지민이와 정국이는 정말 그 둘만 가지고도 영화 한편을 뽑아낼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거 같다.)저기서 더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2. 타겟이 누구라도 만족하긴 힘든?

팬이 보기에도, 일반 대중이 보기에도 영화는 "온앤오프 - 방탄소년단 특집"이라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소 피상적인 서사. "팬들을 위한 영화"가 "팬들은 봐주는 영화"에서 머물지 않기 위해서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매력을 방탄소년단과 어떠한 시너지를 가질 수 있는 지 더 연구해보고 속말로 더 뽑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ㅠㅠ.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까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더 깊은 곳까지 엮어낼 수 있었다면. ㅠ.ㅠ 

RM이 말을 잘해서 그 층위를 좀 건드려준 거 같긴 했는데, 다른 멤버들의 언어도 더 그 깊이를 가졌으면 어땠을까. RM은 자신의 오프를 "미치지 않기 위한 대안적 행동"이라 말한 바 있는데 다른 멤버들은 어땠을까. 그 미친다는 건 뭐였을까. 스타란, 아이돌이란 무엇일까. 음악은 아직까지 그등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런 이야기를 엮어냈다면 일반 대중도 보고 싶은 BTS영화가 될 수 있었을까. 


3. 김호중 팬미팅 영화.

23,000원이다. 티켓값이. 중년 여성 관객분들께서 많이들 오셨다. 

영화의 구성은 정말 단순했다. 김호중의 중간 중간 인터뷰(팬분에게 고마워요. 노래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와 김호중의 라이브공연 녹화영상이 주를 이룬다. 말 그대로 팬미팅영화다. 


흠. 내가 김호중 팬이라도 김호중의 삶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을 텐데. 일반 대중은 오죽할까. "노래 잘 부르네" 이 정도만 알면 되는 거면 굳이 영화로 만들 필요가 있었나...



"팬을 위한 영화"는 사실 예전부터 있었다. 동방신기는 자체 제작 영화를 연세대 대강당에서 상영하기도 했고..(네이버 브이앱, 유튜브가 없는 옛날 동방신기는 그렇게 팬서비스를 해야 했다.) 요즘은 그렇게 하는 게 트렌드는 아닌 거 같다. 그저 있는 그대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팬들의 심정인 거 같기도 하고. 여하튼 무궁무진한 영역이다 .팬무비라는 영역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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