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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혜BaekJi Dec 11. 2020

착한 손님들

에게 하고픈 지적

 식당에서 알바할 때 이런 저런 손님들을 많이 거쳤다. 갑질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대신 '아가씨' 하면서 굳이 팔을 만지는 아저씨, 내 실수를 직설적으로 지적하는 손님 등 손님군상은 꽤 다양하다. 그런데 개중에는 보통보다 '착하신' 손님들이 있었다. 굳이 내 일이 많아질까봐 걱정해주는 말을 건넨다든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말끝마다 해준다든지, 나갈 때 그릇을 깨끗이 정리해준다든지 등이었다.


 그들이 이런 선의를 보일 때마다 나는 뭐 그 그저 아싸리 잘 누렸던 것 같다. 유독 착한 손님들은 아무튼 갑질 손님들만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엄마도 그랬다. 예전에 1-2년 정도 엄마는 목동에서 작은 점포에서 떡볶이, 핫도그, 호떡, 오뎅 갖가지 것들을 팔았었다. 스테인레스 가판대 하나를 주황색 비닐천막으로 감싼 그 점포 맞다. 엄마는 딱 한 손님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어떤 총각이었는데 늘 저녁 시간 즈음에 와서 남은 호떡들을 다 사간다는 것이었다. 음식이 다 팔리면 엄마는 마감을 준비했다.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딱해서 사 준 거 같애"


 그 사람의 진의를 엄마는 으레 짐작했다.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전히 그 청년이 호떡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선의가 있어도 그렇게까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난 여전히 생각한다. 그러나 엄마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무언가가 그녀의 사고회로를 막고 있었다. 그 방해물이 무엇인지 정확히 명명할 수는 없어 그녀의 말을 빌려오고자 한다. "우리같은 밑바닥 인생-" 누가 침을 뱉은 것도 아니고, 누가 와서 이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엄마, 아니 그녀와 아빠는 늘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단순히 자존감의 문제라 볼 수도 없는 것이다. 이들의 가슴과 사고를 지배하는 그 기제라는 것의 디폴트가 그렇다. 누군가의 친절, 선의가 지독히도 창피한 자신의 불행덕분이라는. 


 착한 손님들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그 '좋은' 마음이 도리어 누군가가 스스로를 깎아 먹게 하는 심리적 기제가 될 수도 있다니. '선의'는 도리어 쓸 데 없는 혹은 비도덕적인 동정 혹은 연민이 되어버린다. "(당신같은)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다시 우리에게로. 우리 삶이 정말 '밑바닥'인가라 물으면 또 아니었다. 풍족하지는 못해도 부족함에 찌들어 살지는 않았다. 할머니가 물려주신 집이 서울에 있었고(비록 오래 됐더라도), 건강했고, 정기적인 수익이 있었다. 인간극장이나 다큐 3일에 나오는 '불쌍한 사람들'을 동정할 수는 있을 정도였다. 엄마가 말하는 그 '밑바닥 인생'이란 타인이 자신을 볼 때를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 저 사람들은 내가 기생충 가족들처럼 냄새 폴폴 나는 반지하에 산다고 생각하겠지' 이쯤되면 누구 잘못도 아니고, 인간극장 잘못이라 볼 수 있겠다.


 책임을 회피하고 싶겠지만, 착한 손님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에 직설적인 지적을 해주고자 한다.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 저 사람들은 내가 기생충 가족들처럼 냄새 폴폴 나는 반지하에 산다고 생각하겠지' 여기서는 사람을 불쌍하게 그려내는 인간극장 잘못도 있지만 손님들의 '상상'에도 문제가 있다. 티비가 만들어낸 불쌍함을 우리 주변의 이웃의 삶과 동치시키는 것은 상상의 빈곤이다. 상상의 빈곤은 간혹 '나쁘게도' 작용한다. '저런 일을 하는 사람은 고졸이거나, 머리가 안좋은 사람이다' 빈곤한 상상 속에서 비롯하는 손님들의 친절 혹은 갑질. 설령 그 상상이 들어맞는다고 하더라도 남을 동정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 삶의 형태가 단 하나인 것처럼 다른 삶도 그러하다. 애초에 상상하여 단정하는 것이 불가능 한 일. 단정하지 말고 상상의 날개를 위해 마음과 눈을 더 넓혀라. 나 스스로도 되고자 했던, 이 세상에 많은 착한 손님들에게 하고픈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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