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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혜BaekJi Jan 09. 2021

어른

일도 몰아치고, 감정도 몰아치는데 해소는 해야겠고. 글 쓸 힘은 없고.

요즘에는 어른이 된다는 게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무뎌진다' 정도로 이해해 왔었던 것 같다. 열정에도, 냉소에도 점차 무뎌진다는 것이 어른이라면 나는 어른이 되어가는 게 맞겠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짜게 식을 열정을 품는 척 하기 때문에 완전한 어른이라고 보기는 힘들겠다. 어른아이 뭐 이 정도로 정의해볼까.


'어른'들을 만날 일이 잦아졌다. 단순히 만 19세 이상인 성인이 아니라, 가족이 있고, 자신의 사업체가 있거나 자신의 일이 있는 그런 어른들 말이다. 그들의 도움이 필요해서였다. '외람된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내 열정 좀 알아주십사...)해당 사안의 긴급성을 인지해 주시어,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타이밍을 고려해 주세요. 지금 상황이 많이 안 좋습니다." 

"번거로울 거 같아요."


열정에 찬물이 끼얹어지는 거야 워낙 여러번 경험해서 이제 이런 것도 무디다. 그러나 여전히 쓰리다. 내 열정이 식어서가 아니라, 이게 바로 '어른'이라서. 악한 것도 아니고, 무심한 것도 아니다. 원래 지친 것이 어른이라서. 남에게 베풀어 줄 자비는 쪼그라들었고, 설령 남아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위해 써주고 싶은, '어른'인 것이다. 


"책임진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잖아요."


책임을 진다는 것의 무서움을 아는 것이 또 어른이다. 내 인생을 스스로 지탱하는, 뼈저린 변태의 과정을 겪은 후에도 그 고통은 사라지기는커녕 더 커질 뿐이다. 스무살, 스물다섯살, 서른, 마흔. 어른이라는 사뭇 달갑지 않은 훈장 때문에 하소연을 하기에는 또 체면이 서지 않는다. 혼자 삶을 겪어낼 때의 최선의 방책은 예전에도, 지금도, '무뎌지는 것'. 남의 사정은 결국 남의 사정일 뿐. '조금 더 여유로운 '당신'이라면, 남의 일까지 신경써 줄 수는 있겠지.'

(고등학생, 대학생들은 흔쾌히 오케이하는 것들에 어른들은 상당히 '이유 있는' 까탈스러움을 보인다.)


"애들이 그걸 원할까요? 꿈나무 카드도 자존심 상한다고 안 내는 애들이에요. 얼마나 자존심이 센대요. 저기 꿈터에 있는 애들, 자기들끼리 엄청 강해요. 쟤네들이 학교에서 짱 먹는다구요."


 그러면서도 어른은 귀신이다. 어른아이는 상상도 못한 마음들을 짐작하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어른이다. 치통, 복통, 성장통 별의별 통증은 다 겪어 본 이들의 통찰은 늘 새롭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난 정말 어른이 아니구나' 어른과 비어른(?) 사이에 애매하게 놓인 내가 '어른'이라는 곳으로 더욱 다가갈 때 드는 불안감과 실망감. 이 감정들이 잠시나마 기대감으로 바뀔 때, 나는 '무뎌짐' 외에 어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 지를 더욱 알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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