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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혜BaekJi Apr 10. 2021

자화상 -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나는 아무의 제자도 아니며

누구의 친구도 못 된다.

잡초나 늪 속에서 나쁜 꿈을 꾸는

어둠의 자손, 암시에 걸린 육신.


어머니 나는 어둠이에요.

그 옛날 아담과 이브가 

풀섶에서 일어난 어느 아침부터

긴 몸뚱어리의 슬픔이에요.


밝은 거리에서 아이들은 

새처럼 지저귀며

꽃처럼 피어나며

햇빛 속에 저 눈부신 천성의 사람들

저이들이 마시는 순순한 술은

갈라진 이 혀끝에는 맞지 않는구나.

잡초나 늪 속에 온몸을 사려감고

내 슬픔의 독이 전신에 발효하길 기다릴 뿐


배 속의 아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구하듯

하늘 향해 몰래몰래 울면서

나는 태양에의 사악한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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