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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혜BaekJi Apr 11. 2021

4/10

“제발 그 말만 하지 말아줘.”

털석 주저않아 머리를 쥐어싸매는 너가 입을 열 때 나는 불안할 따름이다. 그 말을 할까봐. 기어코 너는 뱉어낸다.

“...내 ㅇㅇ가... 양성 떴대...”


누가 그랬던가, 공포란 일상의 면을 슬며시 뚫고 나오는 서늘함으로 극대화된다고. 오늘이 그랬고, 이 시대가 진정한 공포를 우리의 일상 전반에 심어놓았다. 코로나 1년. 이쯤되니 전세계인에게 코로나란 그저 뉴스에서 보여지는 숫자 통계에 지나지 않는 듯했다. 누가 걸리든 어떻든 그것은 결코 나에게 벌어지는 일은 아니라고 여겼는데. 지나치게 내 일상이 평온한 탓이라고 자기위로를 해본다. 그런데 오늘은 그 서늘함이 피부로 느껴졌다. 옆에 있다, 이 집요한 녀석 코로나.


서늘함 다음에는 뜨거움이 부풀어 오른다. 기분 나쁜 뜨거움이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내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부터 내 방심이 얼마나 그들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그런 죄책감까지. 친구를 향한 원망은 들지 않는다. 다만 이 코로나라는 게 나의, 우리의 일상을 한순간에 공포영화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힘을 충분히 지녔다는 깨달음에 코로나를 저주할 뿐이다. 단순히 병치레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만약 내 가족이 코로나에 걸린다면,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당신들은 일을 나갈 수 없고, 최악의 경우 잘린다. 지금 상황에서 다른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 아, 그런 다음에는 경제적 궁핍과 스트레스가 기다리고 있겠지. 이 생각의 연쇄가 또 불안이라는 기운을 마음에 채운다


자가격리를 함으로써 나는 가족을 지켜내고 있다. 누군가는 위드코로나 라면서 앞으로 이러한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는 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솔직히 그런 안일한 생각 왠지 내키지가 않는다. 코로나나 유사한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에 침투시킬 그 공포란 결코 생리적인 것만이 이니다. 어떤 병이야 걸리면 치료하면 그만일테다. 그로 인한 일상과 경제사정의 변화가 정말 무서운거다.그리고 그 타격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게 이미 정설이다. 그들은 안일할 수 있을까, 나보다?


성질 급한 나는 더 급진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위드코로나고 자시고, 다 싫으니 차라리 멸균사회를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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