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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혜BaekJi May 06. 2021

5/6

“한학기만 더 있으면 안돼?” 


한학기 교환학기가 끝나갈 때, 미국에서 만난 남자친구가 부탁했다. 고민이 됐다. 순수한 소년미를 가진 그 아이와의 시간이 너무도 행복했다. 취준을 하고, 취업을 하면 인생에서 다시 없을 힘들 여유, 감정, 사람일 것 같았다.


그래도 두려웠다. 나는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삶을 꾸려야 한다.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불확실한 삶에서 졸업, 취업 확실한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준비를 해야했다. 미래의 불확실함을 담보로 한 여유에 딸려올 불안이 무서웠다. 예정대로 귀국했다.


“넌 이기적이야" 


내 삶에 성공적으로 적응할수록 지구 반대편의 애인도 그렇게 떠나갔다. 센치함에 젖어 그 시간과 공간, 사람을 추억하는 것도 지금의 나에게는 사치라고 스스로 다그쳤다. 서러웠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생각보다 슬픔은 오래가지 않았고, 내 감정은 더욱 무뎌졌다. 그렇게 쉽게 식을 감정보다 내 미래를 택한 것은 합리적이라 여겼다. 나는 그렇게 서럽고, 무디게 어른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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