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의 산문집을 읽고 있다,
어떤 사람의 라이브를 잠깐 봤다,
웬만하면 산문집도, 누구 라이브도
안 찾아보는 내가 굳이 이들에 손을 뻗은 이유는 하나다
내가 부러워 해서다
끼가 충만하면 대개 사람이 감정적이기 쉬운데
이 사람들은 평온하기 그지 없어보인다
그 안정감에서 지속적인 성취를 내는 이들한테
(게으른) 내가 질투를 느끼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곧 알게 된다.
상관 없는 거 아닌가? 라는 쿨한 제목은 사실
장기하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기실 스스로를 향한 주문에 가깝다. 그는 자신을 괴롭히는 것들을 털어버리기 위해 책까지 쓰게 되었다는.
유독 눈이 큰 “어떤 사람”은 정말 관심을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눈 안에 괜시리 외로움이 읽힌다.(내가 알아보는 건가?)
생각해보니 이 두사람은 공교롭게도 창작을 하는 이들이다. 꾸준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하는 이유는 마음에 쌓아두기 답답한 것을 어떻게든 남에게 표출해 보이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한 것일테다. 과시일수도 있고, 인정 욕구일 수도 있고, 매슬로우 욕구 피라미드 가장 꼭대기에 있는 자기 실현 욕구일구도 있고 자기실현까지는 비약이더라도 앞에 두개는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본다.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피곤할 것이다.
굳이 갖다 붙이자면, 나랑도 통하는 면이 있다. 중학생 때부터 창작하는 일을 하고 싶어했고(너무 내성적이고 기을러서 실행한 적은 딱히 없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를 꽤 오래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나도 어느정도 창작을 향한 욕구가 있다. 요즘 들어 글을 부쩍 많이 쓰게 되는데, 늘 댓글은 없는지, 얼마나 많은 분들이 내 글을 읽고 표시를 남기는 지 확인하는 일이 여간 재밌지 않다. 인정받는 느낌을 둘째치고 일단 외로움이 어느정도 해소된다.
여하튼 이들의 어쩌면 구린 부분을 발견하는 것은 괜히 안도감을 준다. 외로움이나 예민함이 그런 꾸준한 창작의 원동력이구나, 내가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일단 뿌듯하다. 그리고 그들만한 성취를 이룬 적은 없으나, 적어도 내가 이 세상을 못 살아나갈 정도로 이상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다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