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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혜BaekJi Feb 11. 2020

봉준호가 오스카 수상했다니 또

봉준호도 잘했지만 오스카도 잘했습니다.

제가 그냥 든 생각이 너무 많아서요.

Non-english 최초! 한국영화 최초 아카데미 4관왕!!

헤드라인 뉴스가 한국에서는 현재 난리가 날 거 같은데. 짧은 영어로 6개월 미국 생활 해보고, 예....전에 할리우드와 영화를 덕질하던 기억을 더듬어보며 이번 오스카에서 기생충의 선전으로 드는 생각이 많아져 몇자 적어보자면

1. “한국어영화 최초, 아시안영화 최초로 업적을 이뤄냈다” 정도로만 이 영화의 오스카 수상을 설명하는 건 좀 아쉬운 일인 듯하고.. 뭔가 이번 수상이 나한테 생각할 거리를 정말 많이 던져줘서..

  기생충 오스카 수상은 한국영화사의 업적이라고 보면 충분한 건가? - 이건 오스카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해석이다. 우리는 또 오스카를 칭찬해줘야 한다. 오스카는 자신들의 역사를 다시 쓰러고 노력한 티를 냈다. 그간 그 대단한 오스카를 탈만한 한국영화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한해 미국영화보다 미국영화가 아닌 영화가 더 많은데 그들이 위대하지 않아서 아카데미에 없는 것이 아니다. 전세계 영화인이 추앙하는 구로자와 아키라선생도 세번의 “Foreign Language Film” 노미니와 한벙의 감독상 노미니가 전부다. 정의한 “미국영화”라는 그 바운더리가 그만큼 높았던 거다. 오스카는 역사가 길고, 할리우드 영화의 축제이므로 영향력이 크겠지만 생각만큼 그리 완벽한 영화제가 아니다.

 지들 말로는 미국 내에서 일정기간 개봉한 영화들은 모두 nominee의 조건을 충족한다고 하는데 그 찬란한 90년 역사를 보자면 “외국어 영화상(Foreign Language Film)” 카테고리를 제외하고는 그냥 “미국 영화사에서 돈 들여서 영국 혹은 미국인 감독, 배우(주로 백인)들이 만든 ‘짜잔 미국영화:)’들 갖고 노는 그들만의 리그”가 거의 맞다. 당연히 그들이 선택한 모든 영화의 언어도 “영어”겠지. 이름에서부터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인 부산국제영화제, 칸느, 베니스와는 성격이 아예 다르다. 이런 영화제들이 “international”이란 단어를 쓰며, 특정문화권ㅇ 지배구도를 형성하지 않고 세계 모든 문화, 언어의 영화 축제의 장을 만들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갔다. 그럴 때도 오스카는 “오스카”라는 “너무 유명해서 자칫 전세계 최고 영화들만 후보에 오르는 듯한” 착각을 일게하는 세계적인 이름값에 묻어가며 “foreign language film”을 고수했다. 그들은 열심히  “(무언가 지들이 한 말과는 좀 앞뒤가 안맞는)미국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고수했다.

 이러한 역사를 되짚어 본다면, 칸 영화제 황금종려 수상이력이 있고, 아직도 미국영화관에 걸려 있기는 하지만 미국 제작사가 아니며, 감독, 배우들 모두가 (그들이 보기를 ) 미국인(Asian American을 포함)이 아닌 Asian이며, 영어가 아닌 언어(한국어)인 영화에 메인 상을 모두 주는 건 표면적으로 엄청난 이변인 거다. 사실 타이완 사람인 이안 감독이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적이 있어 한국인 봉준호가 감독상을 탔다는 사실만으로 놀라울 것은 없을 거다. 그러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제이크 질렌할, 히스레저 출연의 미국 단편소설을 각색한 미국 제작사의 작품이었다. 물론 언어도 영어다.  오스카가 이 모든 (암묵적)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데 미국개봉이라는 사실만으로 이정도로 상을 퍼줬으니 아카데미가 자기들이 한 말을 지켜보려는 건지, 아니면 자신들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영화제”라는 명성이 있으니 미국을 벗어나 그 “세계”의 흐름을 따라부려는 건지. 어찌됐든 그 노력은 칭찬할 만하다. 이것도 달리보면 칸영화제의 현재 영향력을 실감할 만한 대목이기도 한데. 그건 뭐 나중에.

 영어가 아닌 언어의 영화에 오스카를 수여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더 와닿기는 한다. “영어와 외국어” 아카데미는 올해 “into the unknown”을 각 나라별 엘사 성우들이 각자의 언어로 부르는 모습은 볼만했다. 그리고 각 노미니 작품을 설명할 때도 스크린 전체에영어자막이 등장하는 것이 아카데미가 영어가 제1언어가ㅜ아닌 미국인 인구의 증가, 그간의 영어권 중심주의를 의식하고 있구나를 보여줬다.  미국은 사실 점점 이민자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영어 못지 않게 스페인어사용인구도 굉장히 늘어나는 중이다. 영어가 제1 언어가 아닌 “미국인”이 더 많아지는 관계로 듣기평가에서 듣는 그런 발음, 액센트의 영어보다 훨씬 다양한 영어가 존재한다. 누군가에게 Broken English라는 조롱섞인 단어도 함부로 사용하다간 “ignorant”하다는 어택을 받기 십상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전의 오스카에서 전혀 “다른 억양”의 영어는 듣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올해 아카뎀에서는 더 많은 억양의 시상자들을 볼 수 있었다. 진보했다고 봐도 되겠다.

 영어와 영어가 아닌 언어 간의  한국에서 태어나 평생을 한국에서 살고, 제1 언어가 빼박 한국어다. 미국에 와서 영어를 하면 내 영어를 듣는 미국인의 반응은 여어가지다. 외모와 내 액센트는 “어디에서 왔니?”, “영어 잘하는구나”, “영어는 어디서 배웠니”라는 반응을 일궈내곤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완벽하지 않으니 “언어의 장벽”도, 은근한 소외도 으레 느끼곤 했는데. 나는 이때문에 어찌나 슬펐던지. 제2 언어라고 이해를 해주는 모습이면서도 broken English라는 조롱섞인 말을 듣지는 않을까 보통 불안한 것도 아니었다.으레 영미권이 아닌 문화권에서 더 영어실력에 있어서 높은 기준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에 서글프기도 했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할 때는 관대하게 바라보면서 왜 자신들이 영어를 하는 것에는 그렇게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지.. 한국어 억양이 묻어나는 영어는 절대 틀린 영어가 아님에도 외국에서 한국인의 영어를 들으며 괜시리 창피해 하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서울말이 정답이고 방언은 틀린 게 아닌것처럼, 틀린 영어는 없다. 이 복잡한 영어 숭배현상은 있지도 않은 언어간의 우열을 매겨, 외국어인 영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것에 자괴감이 들어야 하는 이상한 현상을 낳았다. 영어가 아닌 언어의 영화가 오스카를 수상하고, 그 오스카에서 자신있게 한국어로 수상소감을 했으니 오스카처럼 우리도 언어의 서열을 털어버리는 것이 어떨지.

그리고 이런 국가적 사회적 맥락을 떠나 “작품”으로만 두고 봤을 때도 아카데미의 선택은 진정 이변이었다. 아카데미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미국적”인 영화(대표적인 예로 “포레스트 검프”)에 주로 관대했다. 그 “미국적인 가치”도 미국 사회자체가 다양성의 총체로 진입함에 따라 더이상 내세울만한 게 못되었다. 그래도 그 보수적인 휴머니즘은 아카데미가 항상 높이 평가해 온 것이기도 했다. 작년인가에 여전한 백인영웅서사, 팩트논란이 많았던 “그린북”에 작품상을 주며, 여전히 그들의 90년역사 영화취향을 드러냈다. 그럴 때면 이동진 평론가는 “역시나”했겠다. 그런 영화들의 장점은 분명히 크다. 보고나면 조금의 눈물로 마음이 따뜻하고, 가족들과 같이 보기 좋고, “불편한”마음이 들지 않는다.

나도 옛날에 한창 아카데미 수상작들 찾아 볼때,(소위 명작영화 검색하면 나오는 영화들) 그런 매력에 매료되었었다. 도리어 칸영화제 작품이라고 봤는데 지루하고, 잔혹하고,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는 경우가 더 많았다. 영화와 거리를 두고, 학생시절을 보내고,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를 경험하고, 사회의 소식들을 봐보니 인간군상은 더 다채로웠다. 선과 악은 생각보다 모호하며, 나 한사람의 감정도 한 순간에 극과극을 오갔다. 사회는 그들 영화보가 훨씬 불편했다. 그리고 세상에 더 재밌는 영화도 참 많았다 ㅋ아카데미명작영화들, 그 외 많은 미국영화들이 오히려 이러한 현실을 포장하다못해 외면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영화가 불편하면 돈이 일단 되지 않으니까. 그나마 상업성이 덜한 작품에 빛을 비춰주는 영화제의 선택도 여전히 다른 나라의 영화들의 비해서 보수적이었으니. 점점 아카데미의 선택을 뉴스로 듣긴 해도, 굳이 찾아보지는 읂게 되었다. 그리도 아카데미 덕분에 폴 토마스 앤더슨, 스파이크 존스같은 이들을 알게되어 ㅎ

 그럼에도 아카데미는 수상작 선택에 있어 여러모로 “젊어”지려고, 덜 보수적인 시도를 해왔다. 허트 로커, 문라이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의 작품들을 선택한 것이 그 시도의 결실이었다. 미국 반응을 보니 대충 사람들은 1917, 조커, 기생충 중에 작품상이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 거 같다. 물론 사람취향 다 다르니 생각이 다르겠다. 노미니 영화를 다보지도 못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결혼이야기(the marriage story)를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오스카 이전에 영화제 결과들, 뉴스들을 봤을 때, 오스카의 경향을 봤을 때 다 너무 잘 만든 영화지만, 1917>=기생충, 조커 순으로 작품상 수상이 예상되었다. 각 영화들이 장점이 확실했다. 1917의 시네마토그래프, 기생충의 시나리오, 조커의 연기 등. 이 중에서도 조커는 개인적으로 호아킨 피닉스 연기는 ㄷㄷ했지만 기생충과 비슷하게 사회의 불편한 면을 고발하는 듯 하면서도 장르영화인지르 그 방식이 상투적이었고, 또 이때문에 작품성에 대해 논란도 많이 된 거 같아서 그 오스카가 굳이 이정도의 모험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생충은 그에 비하면, 디테일 면에서 한국 현대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옮겨 놓아서인지 이야기와 전달방식에서 오는 그 불편함이 무언가 발가 벗겨진득한 사뭇 다른 차원의 감각이었고, 신선했다. 봉준호가 그간 전작들을 통해 보여온 여러 주제들이 완성된 느낌이었다. 물론 봉준호 영화에서 소외되는 여성캐릭터들이 여기서도 여전히 소외되어서 아쉬운 점은 컸다. 1917은 촬영면에서 정말 와...싶었고, 워낙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현대 사회를 고발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 전쟁터의 이야기는 상투적인 면이 있어도 확실히 뭉클했다.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휴머니즘 느낌이 가장 강했고, 감독도 나도 좋아하는 샘 맨데스였다.

 예상과 기대는 되었지만 정말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모든 영화들이 각자의 매력이 충분한 수작이었을 것이다. 아카데미의 선택이 기생충ㅇ었다고 해서 기생충이 더 “feels elevated”한 것은 아ㄴ다. 해의 마스터피스라도 찬사를 받은 명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아이리시맨도 후보에 있었다. 새삼 미디어와 대중과 완전히 동떨어진 영화제는 없구나 싶었다. 오스카가 이들 눈치만 봤다기 보다는, 시대의 흐름과 변화의 어느정도 요구에 응답한 것이겠다. 보수적인 게 나쁜 것은 절대 아니지만 매년 비슷한 작품만 상주면 또 재미없지 않은가. 이번에도 오스카는 자신의 경향을 벗어나 변화를 시도했다. 조금 더 다채로워지고 싶다는데 칭찬을 안할 수가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아시안을 보는 미국 사회내에서의 시선도 조금도 다채로워졌으몀 한다. 미국대학 영문과 수업에서 만화 창작 과제를 할 때 나는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있었다. 아시안 아메리칸이었던 교수는 내게 미국 내에서 아시안으로서 인종차별을 이야기 해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 한국사회 조금 곁들여서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싶어도 이곳에서 나는 그저 인종 아시안으로 퉁쳐지는구나. 내게 ㄱ대되는 이야기는 동양적이거나 그렇게 정치적이구나 이정도?

 굉장히 잘 만든 영화와 변화를 갈구하는 오스카가 만난 것이 기생충의 선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오스카는 foreign language film 이란 상의 이름을 international film이로 바꿨다. 영어와 그외 언어라는 분리에 어느정도 상하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은 인지했기 때문일 거다. 타문화권 영화가 미국내 약세인 것에 자막 싫어하는 미국관객들이 어느정도 이유라는 것은 안 봉준호의 골든글로브 수상소감, “1 inch barrier”를 의식해서일까. 그래서라면 그 말이 대중의 지지를 얻었으니 대중의 미움을 받기 싫다는 것일수도.

 오스카의 이런 선택은 특정 인종, 민족, 문화, 언어가 중심이 되어 주변부의 윗대가리 노릇을 하는 세상을 변화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은 단순하게 “한국영화사 최초, 한국영화 최초” 만으로 보기보다 더 의미가 있다. 오스카 또한 계속 변화 성장 소통해야하는 영화제라는 사실이 저러한 뉴스프레임에서는 간과되어 도리어 중심, 주변부의 도식을 재생산하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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