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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혜BaekJi Jul 07. 2021

[영화 리뷰] 크루엘라

요소들의 화학작용으로 매력이 폭발하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익숙하나, 경쾌하다. 흥분까지는 아니고, 기분이 살짝 좋아지는 정도.

영화는 내 취향과는 조금 멀지만,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재료로 삼았다.

이 영화의 묘미는 스토리의 독창성보다는 화려한 이미지와 음악의 향연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1. 이미 관객은 판을 알고 있다.


캐릭터가 빌런이 되어가는 스토리는 <조커>같은 코믹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보통은 누군가, 혹은 세상을 향한 복수심에 빌런이 된다. "고난 - (비밀의)발견 - 흑화"가 곧 주요한 플롯일테다. 조커나 크루엘라처럼 흑화가 예견된 캐릭터들에게는 그 앞의 과정은 흑화의 설득력을 위해 배치된다. 그러니 관객들은 "주인공이 뭔가 발견하겠지..."하는 심정으로 보게 된다. 그래서일까. 빌런의 탄생이 예정된 영화에서 발견이 주는 반전의 충격은 그렇게 크지 않다. 특히 오늘날 영민한 관객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출처: 네이버영화 

하나는 심심하다. 보통 두개 정도 배치한다. 영화 <조커>에서 주인공은 어머니가 자신을 학대했다는 사실, 웨인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 총 두가지를 발견한다. 웨인이 아버지라는 사실은 코믹스의 문법, 빌런영화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내용이기에 영화도 성실하게 쉽게 알만한 떡밥을 투척한다. <크루엘라>에서도 두개가 있다. 바로네스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것, 바로네스가 사실 자신의 생모라는 것. 크레이그 감독은 첫번째 사실을 관객에게 모두 보여준다. 에스텔레는 이 사실을 중반부에 가서야 깨닫는데, 관객보다 한참 늦은 셈이다. 그나마 바로네스가 에스텔레의 생모라는 사실이 관객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곤 한다.


2. 귀가 심심할 수가 없다.


관객이 인물보다 먼저 인물의 비밀을 발견하는 장르 영화의 스토리텔링에는 한계가 있다. 스토리의 긴장감이 적다. 어차피 알만한 이야기, 그것도 디즈니영화, DC코믹스의 관습도 이미 익숙한데. 감독은 선택해야 한다. 이미 관객이 충분히 예상할 만한 스토리에 설득력을 부여하면서,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시킬 방안이 무엇일지. <조커>에서는 호아킨 피닉스의 신들린 연기였다. 솔직히 과하긴 했다. 무용을 연상시키는 배우의 몸짓은 사실 좀 과하긴 했다. 하지만 피닉스의 연기는 거기에 설득력을 충분히 부여한다. 떨리는 목소리, 표정, 몸짓, 내면의 표현을 보는 것만으로도 <조커>의 두시간은 긴장감이 풀어질 기미가 없다.

출처: 네이버 영화

<Joker> Bathroom Dance Scene: https://www.youtube.com/watch?v=BBY4zUFxUjA


<크루엘라>에서는 음악이라고 본다. 패션, 비쥬얼도 물론 컸지만, 음악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두시간 내내 영화에는 음악이 나오지 않는 순간이 없다. 계속 귀를 채운다. 심지어 영미권 음악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Whole Lotta Love라든지, One Way or Another라든지. 영미권 관객들에게는 거의 신중현의 <미인>같이 익숙한 클래식 록이다. 사실 단순히 스토리에 몰입을 도울 배경음악이라면 이처럼 관객에 귀에 익숙한 음악은 좋지 않은 선택이다. 온 집중이 음악에 쏠리기 때문이다. 영상은 음악의 부수가 되기 싶다. 일부러 의도하는 영화들이 있다. 음악영화같은 것들이다.


<Cruella> soundtrack "Whole Lotta Love": https://www.youtube.com/watch?v=tPywwdb1qks


<크루엘라>는 음악영화다. 정확히는 음악(이 주연인)영화다. 크레이그 감독은 씨네 21 인터뷰에서 "영화는 하나의 캐릭터다"라고 말했다. 영화에는 총 50개의 곡이 쓰였고, 이를 선정하기 위해 감독은 2000곡을 들었다고 한다. "1970년대, 런던, 펑크록" 이 감독이 <크루엘라>시나리오를 봤을 때 떠올린 이미지라 한다. 감독은 1970년대 런던을 <크루엘라>의 시공간적 배경으로 상정한다. 음악들도 그 언저리에 있다. 1960 - 70년대 영미권 록음악들.


3. 이토록 기분좋은 빌런영화


음악 외에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의상의 향연, 기상천회하고 통쾌한 복수에피소드 등이 영화적 재미를 채워준다. 엠마 스톤의 (다소 과한) 발랄한 악랄함과 엠마 톰슨의 적절함이 조화롭게 융화된다. 엠마 스톤의 매력은 톰슨이 없었다면 사실 그렇게 돋보이진 않았겠다.


(톰슨의 섭외는 신의 한수였다)


이 영화. 결과적으로. 빌런의 탄생을 다루지만 결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얕지만 기분이 좋아져서 매력적으로 보인다.


4. 알렉산더 맥퀸


감독은 크루엘라라는 캐릭터를 만들면서 알렉산더 맥퀸을 많이 참조했다고 한다. 패션에 그렇게 큰 관심이 있지 않지만, 맥퀸의 의상에서는 뭔가 지독스러운 불안이 보이긴 한다. 그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출처: pinterest.com

감독이 언급을 하고나서야 알렉산더 맥퀸과 크루엘라를 겹쳐보았다. 그래서 엠마스톤의 연기가 조금 아쉬웠다. 플롯의 설득력을 부여하는데 배우의 역할이 지대히 컸을 이 영화의 특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알렉산더 맥퀸의 캐릭터성을 더 잘 표현했다면 스토리나 연기의 작위적 느낌이 덜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음악도 주인공이라지만 음악만으로는 설득력이 뒷받침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영화는 어쩐지 성긴 부분이 있었다.

출처: 네이버영화

그래도 다시 보고싶은 영화다. 아무리 이래, 저래 분해해서 모자란 점을 찾아도 그것이 합쳐진 결과물로서의 영화가 가진 매력은 또 다른 영역인 것이다. 영화는 요소들의 단순합이 아니라 화합이기 때문이다. 결국에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화학실험처럼.



참고:


씨네 21 [스페셜] '크루엘라'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 인터뷰: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7793

<크루엘라> 음악에 대해 더 알고싶다면

http://www.mydaily.co.kr/new_yk/html/read.php?newsid=202105301927437348&ext=na&utm_campaign=naver_news&utm_source=naver&utm_medium=related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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