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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혜BaekJi Jul 18. 2021

[영화리뷰] <랑종>

페이크 다큐보다는 그냥 일반영화같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4496

스포일러 있습니다.


연기, 카메라 결국 연출의 아쉬운 몇 부분을 빼면, 극장에서 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공포영화.


1. 익숙하나, 여전히 재밌다.


<랑종>은 장르영화다. 그 중에서도 관습이 비교적 확고한 호러장르영화다. 더 들어가면 파운드 푸티지, 빙의-굿(엑소시즘) 스토리의 관습은 더 확고한 편이다. 1999년 영화 <블레어위치>를 시작으로(이보다 전 사례도 있다고 한다) 파운드푸티지는 꽤 빈번히 등장하는 호러영화의 방식으로 자리잡아 왔다. <블레어위치>는 정확히 핸드헬드 기법까지 들어가 있어 저예산 향기도 많이 나면서 리얼하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REC>, <클로버필드>가 파운드 푸티지를 활용해 좋은 성과를 낸 영화들이다. 빙의-굿 이른바, 엑소시즘 스토리라인도 새로움을 도입하기 힘들다.


출처: 네이버 영화 <랑종>

랑종은 그러한 장르 관습을 충실히 따른다. 그래서 익숙하다. 아무리 태국이라는 시공간적 외형을 차용한다 해도 딱 그 정도의 신선함인 것이다. 그럼에도 상당히 재밌는 영화다. 아무리 장르 관습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어도 누가 찍느냐에 따라 소위 '노잼'영화가 될 여지는 있을텐데도, 영화는 재밌다. 다 예상 가능하지만, (공포영화 매니아 수준이 아니라면) 일반 관객이라면 꽤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영화다. 다만 소름보다는 잔혹함이 이 영화가 공포를 유발하는 방식이다.(호불호가 나뉘는 이유일 듯)


페이크 다큐 형식+후반부 학살 장면+비슷한 정도의 공포감을 주는 영화는 아래를 추천한다. 엄밀히 말하면 좀비영화다. 뭐 <랑종>도 끝에 거의 좀비영화같은 느낌...?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69783


2. 주제의식까지 꿰어 넣다.


형식 측면에서 <REC>, <곤지암> 같은 장르영화와 유사한 면이 많지만, 그래도 노력했다 싶은 지점이 있다. '주제의식'을 꽤 잘 꿰어넣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공포감과 잔혹함에 치중하는 것은 싫었는지, '부채'라든지 신의 존재를 향한 회의감, 인간의 나약함 등 주제들이 곳곳에 녹아있다. 퇴마의식을 앞둔 (그나마 가장 믿음직 스러웠던) 님의 죽음이라든지. 그림도 어색하지 않고.


출처: 네이버 영화 <랑종>

아마 이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곡성>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무당의 존재, 현혹시킨다는 것, 선악의 모호함, 인간의 나약함 등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주제들로 저글링하던 <곡성>이었는데.


3. 공포경험 극대화.


<<REC>나 <클로버필드>, <곤지암>을 보면 "페이크다큐"라는 형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극 속 인물이 들고 있는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가게 해 더 강하게 스토리에 이입하도록 한다. 극 바깥의 카메라맨의 카메라에 비춰진 장면을 볼 때 관객은 안도감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자신의 눈이나 다름없는 카메라마저 악귀의 표적이 될 때 공포감은 더 크다. 페이크 다큐라는 형식의 큰 목적은 공포경험의 극대화인 셈이다. <랑종>의 "페이크다큐"라는 형식도 공포경험 극대화를 위해 잘 쓰인다.

출처: 네이버 영화 <곤지암>

극 바깥의 카메라맨의 카메라에 비춰진 장면을 볼 때 관객은 안도감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자신의 눈이나 다름없는 카메라마저 악귀의 표적이 될 때 공포감은 더 크다. 후반부 공장에서 처참하게 죽어가나가는 카메라맨의 모습,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카메라맨의 두려움에 휩싸인 숨소리 등(비로소 카메라맨도 극 중에 놓여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그런 목적은 충실히 수행했다.


4. 페잌다큐보다는 일반 픽션영화같은 느낌적인 느낌?


페이크다큐의 다른 목적은 '사실성의 획득'이다. 이게 허구인가 실제인가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블레어위치>는 그 첫 성공사례다.

출처: 네이버 영화 <블레어 윗치>

<랑종>은 "이게 허구야, 실제야" 라는 의심은 잘 들지 않을만큼 다큐보다는 픽션영화의 느낌이 강하다. 물론 훔쳐보는 장면이라든지, 카메라의 흔들림이라든지, 인터뷰 영상 등으로 다큐느낌을 내려하지만 여전히 카메라는 극 바깥에 있다는 느낌이 더 다분히 든다. 페이크다큐가 사실주의를 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카메라맨이 극 속에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가 중요하다.


1) 페이크 다큐영화 속 카메라맨의 위치.


<블레어위치>, <곤지암>같은 영화는 아예 주인공이 카메라맨이다. "카매라맨"이라는 단어보다도 주인공들이 카메라를 들었다는 게 더 적합한 표현인 것 같다. 그래서 주인공의 서사 = 카메라맨의 서사다. 특히 <블레어위치>는 특유의 저예산+인디 영화의 분위기가 합해져서 다큐같은 느낌이 난다. 이리저리 주인공의 손에서 움직이는 카메라를 따라 관객의 시선이 움직인다.


<블레어위치>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MBZ-POVsrlI


<REC>에는 카메라맨이 있다. 취재라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리포터를 찍는 카메라맨이다. 그래서  영화들에 비해 카메라를  사람이 꾸준히 얼굴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카메라맨은 리포터와 함께 영화  주인공이다. 리포터는 카메라맨의 이름을 부르며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랙션이 강조된다. 호러의 기승전결이 이미 충분히 진전된 곳에 주인공이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리포터와 카메라맨은 " 상황 뭐야..?" 이러면서 대화를 나눈다. 관객은 카메라맨을 자처하는  남자 또한  안에 놓여있다고 생각하고, "실제상황일 수도 있겠는 " 하는 각을 하게된다.

출처: 네이버 영화 <R.E.C>

취재라는 설정, 카메라"" 존재라는 측면에서 <랑종> 모큐멘터리는 형식적으로 <REC> 유사하다. 그런데 <랑종> 카메라맨은 <REC> 카메라맨보다 훨씬  극의 바깥에 놓여있다. 극의 인물보다는 완벽히 관찰자의 입장을 자처한   카메라맨은 웬만해선 극에 관여하지 않는다. 앞선 영화들에서 카메라맨(주인공) 성격이나 말이 쉽게 드러났던 것에 비하면 <랑종> 카메라맨에게 그런 서사성은 배제되어 있다. 대신 그들은 카메라 뒤에서 대신 충실하게 ' 가족' 서사를 전달한다.


그런데  서사가 크다. 설명이 많이 필요하다. 거기다 주제의식까지 껴놨다. 밍이 빙의되기까지의 과정, 신을 향한 님의 신념  기승전결을 충실하게 펼치는 와중에 카메라맨까지 주인공처럼 서사에 개입해 버리면 불필요하게 복잡해진다. 극의 바깥에 놓여 있는 카메라맨은 경제적인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래서 촬영 직전의 카메라 셋팅을 하는 카메라맨의 모습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블레어위치>, <곤지암>, <REC>에서 주인공이 떨어진 상황은 기승전결의 '서사'라기 보다는 서사의 한 단계에 가깝다. 이미 귀신이 판치고 있는 장소에 이들이 들어가버렸다. 그래서 귀신이나 저주의 존재에 대해서는 간략히 대사로 전달하고, 휘몰아치는 상황만 보여준다. 그러다보니 카메라 뒤에 있는 인물의 서사도 영화 속에 녹아들 여유가 생긴다.


<랑종>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yC62Q_qAdgY


페이크 다큐의 두가지 목적(사실성, 공포경험)이 있다고 한다면 <랑종>은 후자에 몰입한다. 커다란 서사를 전달하는 중 카메라맨은 극의 바깥에 있고 "음 다큐보단 일반 픽션영화같군?"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재미 있고 잘 짜여 있는 영화다. 돈이 아깝지 않았다.



<랑종>하고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한 영화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69783


페이크 다큐의 원조격 영화. 상당한 사실성(제작비 7만달러 - 수익 2억달러)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5584


<랑종>과 비슷한 주제의식을 공유하는 영화


"현혹되지마라"

불명확함. 선악의 모호성. 인간의 나약함.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21051


"만약 실패한다면..?"

악의 앞에 선 인간의 두려움.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0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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