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킬링타임
이누야시키 1-10권
작가: 오쿠 히로야(간츠 작가, 다분한 우익성향, 문제적인 여성 묘사)
1. 빠른 전개
만화방에서 무슨 만화든 제목이 끌리면 1권씩 쌓아두고 보는 타입이다. 1권 읽고 재미가 있어야 그 다음 권을 보는데, 이 만화는 전개가 빠르고 단순해 금방 이입이 되었다. 아주 좋았다거나, 취향에 정확히 맞아들거나 한 건 아니었다. 다만 글 적고, 생각 많이 안하면서 볼 수 있을 만화는 오랜만이라 보기 시작했다.
스토리는 대강 집에서나 사회에서나 인정 받은 적 없는 중년 남성이 위암 선고를 받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사이보그가 된다, 는 얘기다. 이누야시키는 하늘을 나는 건 당연하고, 사람도 살리고 그러면서 삶의 의미를 비로소 체감한다. 당연히 빌런도 있다. 빌런도 사이보그가 된 인간이다. 잘생기고, 어리다. 다만 그 능력을 이누야시키와 반대로 사용한다. 사람을 살상하는 데 능력을 발휘한다.
액션 스릴러에 최적화된 연출도 돋보이기는 했다.
2. 일단 던지고 본다
일단 작가가 그렇게 깊은 철학을 가지거나 꼼꼼한 설계에 기반해 만화를 그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충분히 철학적, 시의적인 질문을 던져볼만한 요소들이 많았는데, 작가는 그저 현상을 제시할 뿐이다. 그를 뒷받침하는 대답은 결국 결말에 가족주의로 퉁쳐버린다.
예를 들면
1. 사이보그로 변한 이누야시키 : “나는 인간인가, 이누야시키가 맞나”
2. 같은 능력을 반대로 사용하는 이누야시키와 히로.
3. 히로 어머니의 사망 이후 대중들의 반응: “살인자를 키운 여자는 그냥 죽어라”
등의 요소들은 살상과 급한 용두사미 결말 아래 사유를 진전하지 못하고 현상만 남은 채 사라진다.물론 이러한 단순함이 통쾌한 서사전개를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3. 용두사미 결말
솔직히 <왕좌의 게임> 급 아닌가 싶다. 빌런이 갑자기 저렇게 백화 한다고..?
킬링타임용으로 딱 좋다. 나름의 스릴도 있고 액션도 통쾌한 편이고, 무엇보다 전개 빠르고 단순하고 글 적다. 10권도 두시간 안에 클리어할 수 있는 수준.
4. 작가의 인성 문제
문제적인 역사관의 소유자다. 일본에서 기득권이거나 유명인이 자국 역사를 두고, 빻은 말을 하는 게 한 두번도 아니고, 놀랍지도 않다. 기억이 안난다든지, 피해자 탓을 하는 거라든지 하는 전형적인 가해자 심보. 가해자 심보가 일본 시스템 내 권위자들의 주된 감수성인데 이 작가도 별반 다를 게 없어 작품에 정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여성 캐릭터를 묘사하는 지점에서도 문제적이었다. 여성의 신체를 묘사하는 방식이라든지, 강간 장면들을 보면 남성 판타지에 이 작가가 얼마나 성실히 봉사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일본이란 국가가 여성의 권리억압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워낙 강해서 이러한 성향도 단순히 “수위” 혹은 “작가성향”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듯 하다. 독자의 관음증적 욕구 충족만을 위한 여성 신체묘사, 성범죄 묘사에 금방 피드백이 가는 우리나라가 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