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진이 죽었다.

살아가기.유서

by 김옥진

너희의 삶 하루 하루가 행복 했으면 한다.

아옹다옹 살지만 결국은 다 똑같더라.
작은 것에도 행복은 반드시 있다.

안에도 가득하단다.
아침마다 눈 뜨면 거울을 보고 '나는 행복하다'를 세 번만 말하거라. 그럼 그렇게 될 꺼다.
지금은 일하는 곳은 집이라서 좋은데, 만약 회사를 다니게 된다면 걸어서 30분 이내인 곳으로 주거지를 정했으면 한다. 돌아 보니 많은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는 것 만큼 헛된 것이 없더라.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은 최고의 善이다.
잘 살피고 아끼며 살아라.
내가 너희에게 남겨 준 것 중 가장 훌륭한 것은 자매라는 거다. 평생 서로 친구하며 사이좋게 지내도록 하거라.

너희에게 남긴 자잘한 부동산들은 잃어버리지 말거라. 그리고 너희 자식에게도 그렇게 대물리면 좋겠다. 가끔씩은 너희 행복을 다른이들과 함께하는 기쁨도 맛보길 바란다.
가족이나 남에게 절대 돈은 빌리지 말거라.
그냥 있는 만큼 만 쓰고 살아라.
가족 일 경우 주고 싶다면 댓가 없이 그냥 주는 것은 좋다.
빚 보증은 서지 말라는 생전 할머니 할아버지의 당부가 계셨다. 살면서 그런 일은 없었지만 너희도 그 당부를 꼭 기억하고 살길 바란다.
부지런함은 스스로를 기분 좋게 해 주지. 너희도 그 맛을 알고 살았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살면 힘들다.

환경을 위해서라도 소비는 최소화 하길 바란다.
일 년에 한 번씩은 최소 열 흘 간 여행을 가거라. 속해 있는 곳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해안을 갖게 된다.
작더라도 남 모르게 좋은 일을 하거라. 너희 자식이 잘 살게 될 꺼다.
더워서 옷을 벗게 하는 햇님 같은 지혜를 가졌으면한다. 강하면 부러져서 정신이 없다.
부드러운 것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
결혼을 했다면...남자는 안아 주며 사는 거다.
칭찬하고 많이 사랑해 주거라.


병원서 맞을 마지막 시간은 짧기를 소망한다.
굳이 살리려 소생술이나 연명의료장치는 하지 말거라. 중환자실은 정중히 사양한다.
나의 장례식은 최소화하고 많은 이들에게 굳이 알리려 애쓰지 말거라.
남에게 장례 부조는 받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갔지만 너희들이 내가 알고 지낸 지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한끼 대접한다 생각하면 좋겠다.
꽃 화환은 받지 말거라.
장례 때 입는 옷은 구색을 안 맞춰도 된다. 한 번 입고 버릴 검은 옷이나 흰 옷은 낭비다.
평소 입던 검소한 옷을 입으면 된다.
내가 마련한 옷을 입혀다오. 삼베옷은 입기 싫다.
편안히 구겨지지 않은 몸을 하고 떠났다면 입관전에 너무 꽉 묶지는 않았으면 한다.
내가 좋아하는 연핑크 립스틱을 바르고 싶다.
삼일장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영정 사진은 나를 그린 그림으로 정하고 싶다.서너장 그려서 전시회 처럼 붙여 놓아도 좋겠다.
통곡의 장례가 아닌 행복한 장례를 치루거라.
평소 내가 리스트업 해 놓은 팝송 좀 가는 길에 들었으면 좋겠다.
생전 행복한 모습의 기념사진도 몇 장 붙여 놓으면 멋질거다. 그 사진들은 남은 시간에 내가 골라 놓으마.
몸은 화장을 하거라.
뼈를 거두는 것이 부담이 되거든 산야에 뿌리거라.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긴 하다만.
제사는 지내지 말고 일 년에 한 번 가족 모두 모여 맛있는 것 먹으며 나를 추억하길 바란다.
소소히 남겨진 내 물건들은 미련 없이 버려도 된다. 간직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려나?
알다시피 나에 관한 통장및 증권등은 너희들에게 이미 알렸으니 유용하게 사용하길 바란다.

너희가 있어 고되기도 했지만 행복할 때가 훨씬 많았다. 부족한 어미노릇에 화나고 속상했을테지만 이제사 용서를 구하고 또한 너그러이 봐 주길 소망한다.
내가 떠났다고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명은 끝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몸은 없어지지만 영혼은 늘 너희 곁에 머물러 힘을 보태 줄 테니 힘내어 잘 살거라.
내 딸들로 태어나 주어 참 고맙고
자랑스런 딸들로 살아 주어 또 고맙다.

~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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