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그렇게 넷을 낳았어!

아기를 낳다.

by 김옥진

출산에 대해 의혹이 없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기를 받아내는 조산사 입장에서 보면 행운이다. 출산에 대해 긍정보다는 부정을 이야기하는 이 시대에도 그녀처럼 편안한 사람이 있다. 사랑해서 아기를 품었고 달이 차올라 아기를 낳는다. 젖 먹여 키우고 뒹글고 함께 가족이 된다. 또 다른 아기가 생기면 똑 같이 열 달을 뱃속에서 키우고 낳고, 역시 젖을 먹여 기운다. 그렇게 셋을 품고 낳았으며 넷째를 품고 있다.

첫아기를 낳은 후 그녀가 내게 한 말이 생각났다. "선생님 저는 한 두 명으로 끝내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남편 때문이지요. 저를 잘 도와주고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아빠거든요. 네 명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셋도 많이 낳는 거라고 다들 놀라는데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따듯한 물 안에서 낳은 첫 아기의 사진은 아직도 내 사진첩에 있다. 물론 둘째도 그렇게, 셋째는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수중 출산으로 낳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문득, 정말 넷째도 낳을 것 같았다.


드디어 넷째 소식을 전해왔다. 정말이구나! 농담이 아니었어!

셋째와 터울을 두고 싶었다던 그녀, 생각지 못하게 넷째가 생겨 태명을 '뜬금'이라고 지었다. 또다시 달이 찼고 막달이 되어서 그녀를 만났다. 품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출산 예정일이 다 되었다. 무슨 진찰이 필요할까 싶어 대신 함께 밥을 먹기로 했다. 무엇하나 거리낄 것이 없는 그녀의 출산이 이제는 하나도 걱정스럽지 않다. 단지 그녀의 '아기 낳기' 파티에 초대되는 것이 기쁠뿐이다.


잠이 들려하는 새벽 한 시, 넷째가 태어나려 한다는 소식이 왔다. 넉넉한 골반에 하마터면 혼자 태어날뻔한 둘째 마지가 생각났다. 셋째 출산도 매한가지였다고 했다. 꾸무럭거릴 사이가 없다. 일사천리로 출산준비를 마쳤다. 진통이 온 지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아 넷째가 태어났다. 역시 이번에도 빨랐다. 그리고 건강했다.


자다가 깬 첫째는 아무렇지도 않게 진통하는 엄마를 위로했다. 출산 막바지 몇 번의 신음소리에도 당황하지 않는 여섯 살 아이가 신기했다. 처음으로 친정어머니가 딸의 출산에 함께하게 되었다. 할머니는 무섭다 하는데 어린 손녀는 외려 아무렇지도 않다. 엄마가 애쓰며 몇 번의 힘주기 끝에 물속으로 동생이 태어나자 그 새벽에 목청을 돋워 소리친다. '와!! 이쁘다!!!' 금방 태어난 아기가 뭐 그리 새삼 이쁘겠냐마는 청을 높여 이쁘다를 연발한다. '너도 그렇게 태어났단다' 괜스레 뿌듯해져 혼자 읇조렸다. 둘째마저 일어나 한밤중에 난리 북새통이지만 분위기는 잔치다.


이번 출산엔 처음으로 온 남동생과 친정어머니는 모두 아기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부산스러운 분위기는 출산에 긍정적이지 않지만 내게는 외국 여자들이 가족들과 파티하듯 출산을 즐기는 광경이 사뭇 부럽기도 했었다. 이번엔 내가 바라던 '출산 파티'다. 외삼촌과 할머니는 처음 보는 광경에 애써 덤덤한 척하는 듯 보였다.


넷째도 수중 출산을 했다. 두둥 물속에서 눈을 뜨고 엄마를 쳐다보는 아기, 여유로운 그녀는 조심스레 아기를 건져 올렸다. 당연히 건강하며 힘차게 젖을 찾고 노련하게 젖을 먹인다.


네 번째 출산을 함께한 남편은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이렇게 출산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남자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수중 출산을 위한 포터블 풀 준비, 적당히 양의 물을 받는 것, 물의 온도를 맞추는 것, 진통하는 산모에게 어떻게 해 줘야 하는지 말 안 해도 척척이다. 아기가 태어나자 슬쩍 일어나 부엌으로 가 밥을 안치고 소고기 미역국을 거침없이 끓여낸다. 조마조마 마음을 졸이던 친정엄마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참기름에 볶고 끓여진 소고기 미역국 냄새와 함께 압력밥솥의 증기 빠지는 소리가 고요를 깬다.

밥 냄새가 구수하니 내 배에서도 꼬르륵소리가 난다.


"다른 사람들에게 저의 출산에 대해 이야기하면 멸종 동물을 보듯 이야기해요. 뭐? 무통주사 없이 생으로 아기를 낳았다고? 무섭지 않아? 그것도 두 번은 조산원에서 낳았다고? 남편이 괜찮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그러면 그저 그렇게 대답하죠.

응, 그냥 그렇게 낳았어~"

자연스레 아기를 낳다 보니 더 이상 설명도 필요 없고 강요도 소용 없음을 이젠 잘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함축된 그녀의 응수에 네 아이 엄마만이 가지는 저력이 깔려 있다.


동이 튼다.

새 생명이 처음 만나는 새 날,

아기의 앞날이 오늘처럼 늘 찬란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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