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걱정은 달아나 버렸다.

아기를 낳다.

by 김옥진


달이 차오르는 모습을 보며 이번에 태어날 셋째 아기의 몸과 마음이 달과 같기를 바란다. 보름달이 다시 기울고 작아져야 약속된 날이라는 걸 알면서도 혹여 큰달을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품었다. 지난주에도 그 전 주에도 간간이 들려왔던 진통 소식에 그런 마음이 훨씬 더 들었다. 가을이 어느 해 보다 성급히 찾아와 나뭇잎들을 흔들어 놓듯 내 맘도 잠깐잠깐씩 어지럽다. 소소한 것이 큰일이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몰려온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머뭇거릴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출산때문에 멀리 떠날 수 없으니 단풍 구경은 2주째 미루어진다. 그저 하릴없이 단풍보다 고울 녀석을 기다린다.


살살 진통이 오다가 멈추는 이유는 대부분 아기가 크거나 골반이 작은 경우이다. 만약 이번 셋째가 둘째보다 클 경우 모든 것이 편치 않을 수 있다. 3.8킬로의 둘째를 낳으며 애썼던 자궁은 잠시 정신줄을 놓았었다. 자궁수축제를 투여하고서야 진정이 되었었다. 만약 둘째 아기보다 이번 아기가 더 크다면 출혈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고 더불어 산모의 회복도 더딜 거다.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 나도 그들도 속앓이를 한다. 애써 아닌 척했다. 잘 될 거다라고 계속 되뇐다.

적절히 응급을 대비해 둔다.


5년 전 둘째를 쏟아내듯 낳은 후 기진했던 기억이 남았단다. 강해진 진통에 조산원까지 오는 길은 많이 고되고 급하게 진행된 출산은 재난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이번에는 아기 낳고 바로 앉아서 젖을 물리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바람을 들어주려면 먹는 것과 운동을 조절해야 했다. 며칠에 한 번씩 주고받은 문자엔 그녀의 노력이 보인다. 응원과 갈등, 의기소침의 소용돌이에서 정신을 차리는 그녀를 만났다. 그럼에도 막달이 다가오자 아기는 쑥쑥 커졌다. 자궁이 큰 이 이는 원래 아기를 크게 품는 체질인 거라 생각된다. 아기를 낳자마자 앉아서 젖을 물리고 싶다는 산모의 바람을 들어줄 수 있을까? 약 3킬로 정도의 아기를 낳는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거다. 나의 바람은 그녀의 바람보다 더 복잡하다. 넷째 생각은 전혀 없는 마지막 출산이 행복하길, 아기 낳고 바로 앉아서 젖을 물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거다.


출산예정일이 4일이나 지나가는 한 밤중, 두 시, 드디어 진통 소식이 왔다. 보통 같으면 조금 더 집에 머물다가 오는 것이 맞지만 이번엔 느긋이 아기를 받아내려 한다. 그렇게 약속을 했다. 천천히 출산 풀을 준비하고 선듯한 밤길을 달려오는 애쓸 그들을 위해 방도 따듯이 준비한다.

어쨌던지 출산 예정일이 4일이나 지나가는데 아기마지가 시작되었으니 한 가지 걱정은 달아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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