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추운 날엔 역시 김칫국.

살아가기

by 김옥진

만능 반찬인 김치만 맛있다면 겨우내 반찬 걱정은 없다. 해남의 단골 절임배추 40킬로로 담근 김장김치가 새큼하게 익었다. 요즘 식탁 위엔 김치전, 돼지고기 김치찌개, 통 김치를 죽죽 찢어 돼지고기 수육에 둘둘 말아먹는 등 버라이어티 김치요리가 돌아가며 올라온다. 오늘 같은 영하의 날씨엔 뜨끈한 김칫국이 절로 생각난다.

멸치 국물을 내어 콩나물 한 줌 넣고, 익은 김치 한 포기를 쫑쫑 썰어 넣은 후 쌀뜨물을 부어 김칫국을 끓인다. 김칫국에서 엄마 냄새가 났다. 어릴 적 꽁꽁 얼은 논에서 썰매를 타다 배가 고파 뛰어들어온 집에서 나던 냄새다. 세상 어는 음식보다 맛있는 김칫국에는 역시 김치가 반찬으로 제격이었던 시절, 큰 배추김치 한 포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곤 했다. 맛있게 먹는 어린 자식들에게 김치만 즐비한 밥상을 보는 짠한 엄마의 눈빛을 그때는 몰랐다. 일하는 딸을 위해 해마다 온갖 김치를 만들어 보내주셨던 엄마는 간간히 젊은 모습으로 꿈에서만 만난다.


어제저녁에 먹고 남은 김칫국을 아침까지 먹는다. "아빠가 국물을 좋아해서 제가 한국자 더 퍼드렸어요" 김칫국 한 국자에 사랑이 담긴다. 국을 푸며 아버지를 생각한 딸의 마음에 따듯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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