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아프다. 애써 오른손에 온 힘을 다했던 출산 때문이려니 했다. 며칠 지나면 나아지겠거니 했다. 그런데 스무날이 지나도록 낫지 않고 점점 더 심해지는 거 같았다. 일주일 전, 시골집에서 잠을 자는데 가슴이 조여오며 또 아프기 시작했다. 심장이 탈이 났다고 직감했다. 가슴이 조여 오는 와중에도 코 골고 자는 남편이 만약 심정지가 온 나를 깨울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대로 그냥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태어날 세 명의 아기들을 먼저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아파서 뒤치락거려도 남편은 잘도 잔다. 날이 새니 또 괜찮아졌다.
아픈지 열흘이 지나가는 지난 목요일, 드디어 병원에 가서 흉통에 먹는 응급약 니트로글리세린 0.6mg 열 개와 일주일치 심장약을 처방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가슴이 아파서 니트로글리세린 한 알을 혀 밑에 녹여 먹었다. 5분이 지나자 먹구름이 바람에 밀려가듯 심장의 통증이 사라졌다. 내 심장이 아프긴 한가 보다. 일주일 내로 심장조영술을 하기로 예약을 했다.
죽음이 아주 가까이 느껴지니 기분이 묘해진다. 심장질환은 대부분 급작스럽게 생을 마감한다. 이대로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요망한 생각이 주위를 둘러보게 한다. 너저분한 것들이 너무 많아 보여 며칠간 정리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요 며칠,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아기 셋을 받아냈다. 그중 한 명이 출혈을 하는 통에 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기를 받아내며 철렁거리며 내려앉았던 심장은 병이 날만도 하다는 생각을 한다. 통증이 있어도 살아내는 일들은 현재 진행형이니, 인간은 일을 하다 죽게끔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 남은 한 명의 아기를 받아내고 나서 검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유난히 출산에 대해 걱정이 많았던 올 마지막 출산을 할 그녀가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내가 없어지면 그 일도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우선 검사를 받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입원하는 동안 아기가 태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어쩔 수가 없다.
마음을 먹고 검사날을 정하니 한결 편안하다.
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원래 움직이고 일을 해야 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놀고먹었으면 좋겠다고들 하지만 실제 그런 상황이 되면 되려 무료해지고 피폐해지는 것이 인간사다. 한 동안은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직장을 다닌 것이 정말로 후회스러웠던 적이 있다. 아주 오랫동안 뇌리엔 죄책감으로 남았었다. 돌이켜보니 누군가 직장을 다니라고 해서 다닌 것이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좋아해서, 행복해서 일을 한 거였다. 직장을 다니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은 지금, 더 좋은 학교에,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갔을까?
서른 살까지 키워냈으면 최선을 다한 거다. 아기를 받는 일이 드물게 가슴이 터지는듯한 극한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보람되어 즐거웠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다.
아프다는 것은 나를 돌아볼 시간을 주고 쉼을 준다. 모든 이들이 옳다 그르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깨닫게 한다. 지금의 나를, 가까운 주위의 사람들을 돌아보며 더욱 감사한 마음이 그득해진다.
아파트에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다. 큰 빨강 구슬에 얼굴을 비춰보며 어린아이처럼 포즈를 담았다. 삶의 순간순간이 환희라는 어떤 이의 말을 실감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