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월, 닫아버리고 싶은 2월이 갔다. 전장의 잔해처럼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떠오르는 감정과 물건들을 이제 따듯해진 공기 중으로 날려 보낸다.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나를 다시 보살피고 보듬어야지. 햇살이 구름 위에 있는 오늘, 구름 위의 햇살을 꺼낸다. 맑아지는 생각들로 눈에 물기가 고이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새가 난다. 나는 새의 시선은 어디에 머물까? 미쳐 떨구지 못한 겨울 나뭇잎이 새싹에 밀려 하나둘 떨어진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마른 잎사귀들도 자연의 공전에 수긍해야 하는 봄, 봄이 온다.
봄바람을 타고 호랑이 띠 아기가 오전에 태어났다. 가느다란 엄마는 아기의 기운을 내어 놓느라 무진 애를 썼다. 나도 오랜만에 산 정상을 오르는 듯한 괴력을 발산했어야 했다. 탄생은 경이로운 만큼의 대가를 요구한다. 그래도 더하고 빼면 똑같은 삶의 반복 중, 탄생의 자리 한 모퉁이에 내가 있어 봄이다.
씻기고, 먹이고, 입혀 그들의 자리로 돌려보냈다.
처음으로 동생의 탄생을 본 아이는 함께 놀 동생이 생겨서 좋았다고 했다. 물론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공작으로 받은 선물이 그 즐거움을 배가 시켰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훌쩍 커서 중학생이 된 소년은 이번 두 번째 동생의 탄생의 순간을 '신비'라 말했다. 머리가 쭈뼜서면서 소름이 돋았다. 일곱 살 아이의 마음에서 열네 살 소년 마음은 많이 자라 있었다. 덤덤히 출산을 바라보며 동생을 챙기는 따듯한 소년 때문에 눈물이 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