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조산사가 되었냐고요?

산파일기

by 김옥진

작은 딸이랑 동갑내기인 인터넷 신문 '청년의사'기자가 인터뷰를 하러 온다. 의사들이 주인공인 인터넷 신문사에서 의사가 아닌 사람을 왜 궁금해할까 생각도 들었다. 아기 받는 일이 아주 조금이라도 의료와 겹쳐지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미디어의 기자들이 조산사인 나를 주인공으로 놓고 하는 질문들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나 지나온 시간만큼 나의 대답은 조금씩 변해간다. 다시 나의 삶을 되짚어 보며 멀찌감치 나를 떼어 놓고 보는 것 또한 생경하지만 짜릿하다.

라벤더 오일 두 방울과 따듯한 아메리카노가 그녀를 기다린다.


10분 정도 늦은 그녀는 헐레벌떡 들어왔다. 결혼도, 출산도 물론 안 했다. 그런 그녀는 왜 조산사가 궁금했을까? 애써 한 인터뷰는 윗선에서 no를 하게 되면 실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뉘앙스에 이번 인터뷰는 딸 같은 젊은 처자에게 '소박한 여성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십 년 전 허황돼 보이는 조산원을 개원하고 가뭄에 비 만난 사람처럼 임신한 엄마들을 만날 때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연출산의 중요성에 대해 열변을 쏟았던 정열의 나를 슬그머니 불러 옆에 앉혔다.


왜 조산사가 되었냐고 묻는다. '건강한 사람, 여자'를 만날 수 있어서라고 했다. 임신과 출산을 병으로 보는 관점을 거부하고 정상적인 여성의 삶 일부라고 보는 조산사는 사실 의료와 많이 동떨어져 있다. 의료적 입장에서 임신과 출산은 대부분을 질병의 차원으로 본다. 그런데 조산사가 보는 임신과 출산의 개념은 고유한 개인의 삶의 과정으로 본다. 그래서 현대 의료와 조산사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위에 있다. 다가갈 수 없지만 늘 곁에 있어 볼 수 있는 사이다. 참 얄궂다.


태어나려는 자와 낳으려는 자 사이의 콜라보는 병 때문에 나는 신음의 경계를 넘어선다. 출산은 한 여성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어 재편성되는 과정이며 여자는 또 다른 세계로 한 차원 올라선다. 건강한 여자가 갓 태어난 아기를 마음껏 앉고 행복해하는 모습에 이 일을 할 힘을 얻는다. 그때는 선명하지 않았던 조산사가 된 이유를 딸 같은 기자가 꺼내 주었다.


살짝씩 마스크를 내리고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이쁘다. 그리고 보니 모두가 다 이쁜 구석은 있다.

내가 한 말을 조금이라도 기억하여 예쁜 아기가 생기면 잘 낳을 수 있을 힘이 보태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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