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 산모 출산

아기를 낳다

by 김옥진

질경이, 여린 민들레, 듬성듬성 몇 해 묵은 달래들을 케어, 간장 양념에 계란 하나 올리고 아침을 먹는다.

개중에 가끔 쌉싸름 씀바귀에 인상이 써지지만 쓴 약은 몸에 좋다 했으니 꼭꼭 씹는다. 얼른얼른 쑥쑥 자라라고 서풍이 여린 가지와 풀들을 재촉한다. 심어놓은 하지감자는 언제나 싹이 돋으려나! 마음 쓴 구근들은 또 싹이 언제 나오려나 하염없이 땅을 바라본다. 혹시 목이 마를까? 주전자에 한가득 물을 담고 솟아오를 새싹들에게 목축여 준다. 아! 자세히 보니 글라디올러스가 올라왔다. 아주 단단하고 굳세다.

중학교 조창래 사회 선생님께서 좋아하셨던 붉은 글라디올러스, 장을 보다가 눈에 띈 붉은 꽃 사진은

선생님을 떠올리게 했다. 열정 많으셨던 선생님을 꽃이 피면 만날 것이다.


새들이 짝짓기를 한다. 꽁지 푸른 이름 모를 예쁜 새, 터줏대감 참새, 작년에 가족을 이루었던 박새는 아직 둥지를 찾지 못한 듯하다. 겨우내 동네 고양이들이 하나둘 모여드는 시골집은 둥지를 틀기엔 적당하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새집을 높은 곳에 달아 놓았다. 모두들 자손을 내어놓느라 조용히 바쁜 시골, 서둔다고, 게으르다고, 일어날 일들이 미뤄지거나 빨라지지 않는다. 흰나비 한 마리가 오전부터 뜰안을 넘나 든다. 예쁜 하얀색 날개가 바쁘다.

봄날을 보러 오신 엄마인가? 조용히 앉아 각자 제 일을 하는 만물들의 소곤거림에 빠져보는 벚꽃 만개한 오늘이다.


열이 나기 시작한 산모가 진통을 시작했다. 남편이 자가 격리 중인데 아무래도 수상하여 오늘 PCR 검사를 했단다. 십중팔구 코로나에 당첨이 된 것 같다. 일단 여기저기 출산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봤는데 모두 거절이다. 보건소에서는 아직 확진되지 않았으니 대학병원 응급실이라도 밀고 들어가셔야 할 것 같다는 조언만 주었단다. 산모가 겪어내야 할 일들이 불 보듯 뻔하다. 남편은 자가 격리 사일째, 당연히 산모와 함께 있을 수 없다.

출산을 할 수 있는 병상을 찾아야 했다. 정말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119를 타고 가다가 흘로 아기를 낳을 수도 있다. 출산이 질병으로 간주되는 팬데믹 세상, 어쩔 수 없이 운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운이 따르고 순조롭다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산모가 살고 있는 근처에 코로나 확진 산모의 아기를 받아주는 병원이 있으면 된다. 그러나 정부도 산부인과에 코로나에 걸린 산모를 받으라고 강제할 수 없다. 병원 입장에서는 코로나에 걸린 산모를 받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상황은 너무나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모두의 입장은 누가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코로나 산모를 제왕절개 했다, 낳자마자 아기와 격리를 해야 했다, 코로나 테스트에 음성이 나왔는데도 마스크를 쓰고 아기를 낳느라고 해서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 보호자 면회는 금지다, 라는 이야기들은 이미 맘카페 등에서 공유되는 이야기들이다. 모든 아기를 가진 엄마들은 상상만으로도 걱정스럽고 내게서 아기를 낳을 엄마들도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사실 답이 없다.


그녀는 결국 궁여지책 끝에 내게 아기를 받아줄 수 있냐고 물었다. 어쩔까! 이번 아기를 갖고 전화로만 임신 사실을 알려왔지 다른 준비를 하지 않은 분이었는데 단지 그녀와의 인연은 첫아기를 나와 함께 낳았다는 것뿐이다. 병원에서 둘째를 낳으며 출혈을 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이번 아기는 태반도 좀 아래에 있고 다행히 자연출산은 가능하지만 출혈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단다. 코로나는 둘째 치더라도 혹시라도 출혈을 하면 어떻게 할까? 조산사가 그런 위험을 인지하고도 아기를 받는 것이 옳은 일일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일단 산모를 만났다. 열이 38°7도다. 산모는 가지고 온 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다. 얼마나 힘들까? 코로나 감염으로 나도 똑같은 증상을 겪었다. 어지러워서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더하여 근육통까지 호소하며 진통인지 근육통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일단 좀 누워서 쉬라고 했다. 야속한 것은 진통이 걸렸을 때 누우면 더 강한 진통이 온다는 거다.


엄마가 아프면 태어날 아기는 머뭇거린다. 건강히 태어나려면 엄마도 함께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아기는 감지한다. 그래서인지 누웠는데도 진통은 세지지 않았다. 급기야 산모는 잠을 잔다. 아직 때가 아닌 듯해서 조용히 나왔다. 굳이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내 몸이 이미 코로나에 당첨되었었다는 거다. 물론 다시 걸리는 경우도 있다지만 그 누구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정부 정책대로 나는 격리기간이 끝났고 그런 사람은 일상으로 돌아가도 된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출혈에 철저히 대비하고 잘 살펴서 아기를 받아주기로 결정했다.


아침까지 연락이 없다. 밤새 코로나 증세로 잠을 자지 못했고 오후 세 시경 다시 시작된 진통 연락이 왔다. 30% 진행, 진통은 여전히 약하다.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열이 내려갼 산모는 다시 잠을 잔다.

나도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밤 11시 다시 시작된 진통, 이번엔 아기가 태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태어나면 바로 격리를 해야 해서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아가방은 이미 철저히 소독을 해 두었다. 아쉽지만 엄마의 격리기간 동안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혹시 모를 응급상황에 대비해 밖에 남편을 대기시켜 놓았다. 조산사 마누라 덕분에 평생 별별일을 다 한 남편이 있어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 모른다. 어디 가지 마시고 핸드폰 꼭 쥐고 계시라!


열 이난 아픈 엄마 뱃속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 내가 할 수 있고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한다.

산모 배를 만지니꼬물꼬물 마음을 전달해 온다. 오냐오냐! 정신 똑바로 차리고 건강히 나오려무나!

탯줄 하나 목에 꼭 감고, 두 번의 진통으로 만나자 했더니만 한 번만에 세상으로 나왔다. 어쩔 수 없이 산모와 남편은 k94 마스크를 썼다. 직접 만지지 않게 얼른 강보에 쌌다. 어머나 이뻐라! 큰 형아랑 똑같아요! 이제 살았네요! 감사합니다!

한걸음에 달려온 친정어머니는 방에 들어오지 못하고 문간에서 새 생명에게 칭찬을 한다.

고맙다! 고마워!


약간의 출혈 기미가 보여 처치를 했다. 염려했던 것보다 양호하다. 뭐니 뭐니 해도 아기가 건강하다.

염려했던 모든 것들은 사라졌다.

나도 기운이 쭉 빠진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는 일사천리로 정상적인 길 위에 있었다.


편의점 냉주스가 이렇게 맛있다니, 감사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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