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꽃비 맞으며 온 새 생명

아기를 낳다.

by 김옥진

어렵지 않게, 하지만 고비고비 용기를 내며 세상으로 왔답니다. 얼마나 많은 아빠의 태담을 들었는지, 엄마는 얼마나 열심히 운동과 식이조절을 했는지,

제가 증인입니다.

하마터면 힘들 뻔했을 출산이 엄마 아빠의 노력 덕분에 잔치로 변했지요.


진통이 오자 엄마는 그동안 아기가 클까 봐 못 먹었던 라면 생각이 났답니다. 자칭 대식가인 그녀에게 라면 한 봉지는 성에 차지 않았죠. 두 개를 게눈 감추듯 먹고 난 후, 과자 몇 봉지, 더하여 바나나 한 개까지... 그 소리에 우리 모두는 눈을 크게 뜨며 서로 깔깔댔습니다. 진통하는 산실에서 웬 웃음이냐고요?

우리의 웃음이 채 사라지기 전 산모는 또 다른 진통으로 신음을 하긴 했지요.

사실 알고 보니 입맛 당기는 데로 먹었었다가는 넉넉지 않은 골반 때문에 큰일 날뻔했어요.

여러 노력 덕분에 용림이는 2.9킬로의 아담한 크기로 생각 외로 수월케 태어났답니다.

진통 중 먹었던 음식 때문에 진통 내내 속이 좀 부대끼긴 했어도 힘내어 아기를 내보낸 것이 라면 덕분이려니 생각하렵니다.


요즘 세상에 임산부에게 이건 먹어라, 이건 먹지 말아라 말한다고 따라 하는 산모가 있겠습니까마는 정말로 용림이 엄마는 철두철미하게 약속을 지켜냈답니다. 제가 좀 산모를 귀찮게 하긴 하지요. 열심인 그녀에게서 날마다 보내오는 운동량과 식이조절에 참 고맙더이다. 임신 30주에 만난 그녀는 이미 13킬로가 늘어 있었지요. "지금 이 체중으로 아기 낳아 봅시다. 더 늘리시면 아기 못 받아들입니다 " 반 협박의 말에 그리 노력해 보겠다고 답한 그녀는 딱 1킬로가 늘은 64킬로로

용림이를 낳았습니다.


노력하는 그녀였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을 떨굴 수가 없었죠. 노산에, 날씬했던 과거 사진이 자꾸 어른거려 내심 마음을 졸였습니다. 의심하고 풀리고, 그래도 걱정되어 되짚어 보고, 확인하고 통화하고,,,

임신 내내 우리는 연애편지 주고받는 연인들 같았죠. 초산은 이렇게 노력해야 자연출산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결국 우리는 해냈답니다.

노산, 좁은 골반, 날씬한 이유조차 걸림돌이 되지 않았답니다.


갓 태어난 용림이는 아빠랑 붕어빵이네요. 길 가다 잃어버려도 금방 뉘 집 딸인지 알 수 있겠습니다. 유전자의 승리죠. 아빠 켕거루 케어를 하고 있는 용림이는 다른 아가들과는 다르게 조용합니다. 아빠 목소리가 익숙해서 그렇겠죠.


소박한 미역국 한 상을 한 그릇씩 싹싹 비우셨어요. 드시는 모습에 저도 침이 꿀꺽 넘어갑니다. 함께 힘쓴 저도 미역국 한 그릇 먹어야겠어요.


한밤중 젖먹이는 어미 옆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잘 견디고 낳아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건네면 부부는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제게 되돌려 줍니다. 몸 부대끼며 함께 애쓴 우리들은 아기를 낳는다는 것이 어떤 건지,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어떤 건지 희미하게나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부부가 보내준 신뢰 또한 저의 불안을 일부 잠재웠어요. 성공적인 자연출산을 위한 기초를 단단히 세웠던 거지요.


다시 아기 받을 힘이 생기네요.

감사한 밤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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