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살아가기

by 김옥진

나의 아이가 남들보다 특별했으면 하는 마음은 모든 엄마들이 바라는 것일 거다. 꽃씨를 심고 가꾸면서 내가 심어놓은 녀석들이 돋보였으면 하는 마음을 본다. 아이를 품고 낳고 기르며 느끼는 엄마 마음과 다르지 않다. 목축여 주고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고 풀들보다 키도 크고, 예쁜 꽃도 더 남달랐으면 좋겠고, 실한 열매를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 굴뚝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발에 치이는 작은 풀꽃들은 누군가 돌봐주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제자리를 지킨다. 마음을 주지 않았는데도 참 씩씩하고 당당하다. 작은 냉이꽃 속의 꽃잎, 수술과 암술, 잎사귀는 순리를 지키며 돌아가며 핀다. 사람도 기본적인 것만 제공된다면 이럴 수 있을까? 화초를 가꾸는 것이 아이를 기르는 마음과 똑같음을 터득한다.


바쁜 도시 생활로 잊혀진 시골집은 일주일 사이, 대부분 풀들로 점령당한다. 어설픈 시골살이를 하는 내겐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들풀이다.

점점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일주일 사이 그들은 나의 꽃밭을 제집처럼 여길 거다.

한여름 땡볕에 마구마구 자라나는 들꽃들을 '꽃밭 정리'라는 이름으로 뽑아내지만 나의 노고는 늘 허탕이 되기 일쑤다. 어떤 때는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건너편 산과 마당의 색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일부러 심어놓은 씨앗들도 바쁘겠지만 자연히 날아들은 그들 또한 앞다투어 내기를 하겠지.

보랏빛 제비꽃 무더기가 푸름을 더하는 담장 밑에 피었다.


출산 예정일이 코앞인 산모에게서는 소식이 없다. 지난 월요일, 아주 잠깐 진통의 기미가 보인다 해서 시골 흙을 만지던 손을 얼른 씻었다. 돌아가는 길은 한 시간 반쯤 걸리는데 아기가 태어나는 것은 그 시간보다 많이 걸리니 사실 걱정 없다. 이 소식을 알리자 진진통이 오지 않는데도 산모는 무척이나 불안해했다. 많은 경험상 내가 도착하기 전에 아기가 태어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생명의 태어남은 제각각이니 이럴 경우엔 되도록이면 빨리 가는 것이 좋다. 많은 날들을 헐레벌떡 되돌아가고 기다리는 날들로 보냈다.


깨끗이 목욕재계를 하고 아기를 기다렸다. 하루가 다 지나가고 어두워져도 연락이 없는걸 보면 진통이 시작된 것이 아니었던 게다. 결국 진통은 오지 않았고 오늘, 그날부터 벌써 4일이 지나간다. 불쑥 시골집의 꽃망울들과 새싹이 보고 싶어진다.


임신 37주부터 42주 사이에 아기들이 태어나므로 머릿속 한편엔 아가들의 예비 생일날이 저장되어 있다. 먼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늘 언감생심이다. 다른 조산사에게 부탁을 하고서야 여행을 가곤 했지만 출산을 하는 입장에서는 내가 아기를 받아주기를 모두들 기대한다. 내가 받지 못한 산모는 둘째 아기를 낳으러 와서 함께하지 못했던 섭섭함을 꼭 이야기하곤 한다.


결국 한 명의 출산에 5주간 대기를 하는 셈이니 평생 기다림으로 세월을 보낸 셈이다. 기다리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가 인생의 두 번째 화두였던 거 같다. 아기를 받는 일을 놓기 전에는 더욱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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