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불러 주세요

아기를 낳다.

by 김옥진

내가 그녀의 출산에 함께 하기 시작한 시점은 60프로 진행된 상태에서였다.

"아~~~~~~악

병원 가서 수술할래요~

119 불러 주세요

진통제 없어요?

더 이상 못하겠어요!

왜 이렇게 아기가 안 나와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요?"


잠시 진통이 사라지자 조용하다.

그리고는 또다시 진통이 시작되면

"119 불러주세요!!!!

"

"

"

같은 소리를 몇 시간째 반복한다.


또다시 시작된

" 119 불러주세요~~~~~~~~~~~~~~~"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되는

"119 불러주세요~~~~~~~~~~~~~~"


정말로 119를 불러 병원으로 보낼지 말지를 결정해야 했다. 산모가 원하면 조산사는 산모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진짜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니까.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아기를 낳고 있는 산모이기 때문이다.


이번엔 좀 달라 보인다. 나의 경험이, 연륜이 그렇게 말한다. 한 번쯤 다짐을 해야 했다.

"정말로 119 불러 드릴까요?

또다시 첫아기 낳을 때처럼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배를 누르며 난리를 치고 아기 상태가 안 좋아 아빠가 탯줄도 못 자르는 그런 출산을 하고 싶으신 거예요?

그런 것이 싫다고 해서 조산원 출산을 결정하셨잖아요. 아니면 정말로 제왕절개를 하고 싶으세요?

무통주사는 병원에 가더라도 지금의 진행상태에선 놔주지 않아요.

아기가 예상보다 크고 엄마의 골반은 너무 비좁으니 아기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2.8킬로의 첫아기를 낳을 때 간호사들이 돌아가며 배를 눌렀던 , 넉넉지 않은 골반을 가지셨잖아요.

그럼에도 이번 아기 임신하시고 입맛 당기는 데로 드시고 운동도 안 하셨어요. 아기가 예상보다 당연히 크는 건 이치에 맞아요. 자연출산하시려고 조산원 찾아오셨으면 진통을 견딜 마음도 함께 가지셨어야죠. 비록 진행은 더디지만 아기는 건강하게 잘 참고 견디며 내려오고 있는데...

엄마가 아기를 칭찬해 주고 호흡하며 힘을 내야죠.

정말로 강력하게 병원으로 가길 원하면 저희는 보내드릴 수밖에 없어요. 가시겠어요? "

진통하는 산모에게 섭섭하게 들렸을지 모르겠으나 조산사는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가끔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조금은 겁이 나기도 하지만 나의 힘까지 보태서 아기를 낳게 도와야 할 때도 있다.


설명을 들은 남편은 이런 이야기가 진짜로 병원으로 가야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고 다시금 아내에게 조금만 더 참자고 위로를 건넸다. 소리를 질러대는 산모의 경우 남편의 부재가 훨씬 효과적이라서 남편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 후 산모의 비명소리는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 후부터 우리들은 산모를 더욱더

어르고,

달래고,

쓰다듬고,

붙잡아주고,

일으켜 세우고,

응가 닦아주고,

땀 닦아주고,

물 먹이고,

앉혔다가,

누웠다가,

다리 올려주고,

껴안고,

칭찬하고...

반복을 거듭하며 우리도 점차 지쳐갔다. 얼마나 더 애를 써야 할까?


사실 내가 이 상황을 더 기다리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우선 아기의 심박동은 아주 건강했고,

양수도 깨끗하고 맑았으며 ,

조금씩이라도 진행이 되고 있다는 거였다.

엄마 골반에 아기 머리를 맞추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평균의 출산 시간에 맞추려다가는 아기가 다친다. 자연스레 기다리는 것이 아기나 산모에게 최선인 거다. 출산의 최고봉은 모두가 진득이 기다리는 거라는 것을 조산원을 열고 터득했다. 특히나 촉진제를 쓰지 않는 한 아기는 대부분 건강하다.


산모의 외침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 태아 방출 반사가 나타났다. 반갑게도 진통도 제법 자주 왔다. 골반에 아기가 잘 적응을 하고 아두응형(moulding)이 잘 된 결과인 거다.


드디어 아기의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 역시 첫아기 낳는 것처럼 더디다.

'둘째를 이렇게 낳다니~~~ㅠ ㅠ 누가 둘째 낳는 것을 쉽다고 했던가!'


둘째 아기는 조산원에 온 지 17시간 만에 3.7킬로의 길쭉한 머리를 하고 엄마품에 안겼다.

첫아기보다 1킬로가 크다. 보통 첫아기와 500gm이상의 차이가 난다면 초산인 경우처럼 힘들 수 있다. 힘든 과정을 거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애쓰셨어요. 수고했다 아가야!


"119 불러주세요~~~~ 오"는 그녀의 별칭이 되었다.


타 동물들과 비교하면 인간만 출산 때 몸부림을 치며 소리를 지른다. 출산을 눈여겨본 영국의 의사 딕 리드는 출산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서 더욱 그러한 일이 보인다고 생각하여 연구 끝에 통증 이론을 발표하였다.

통증이 생기면 긴장을 하게 되고, 긴장은 수축을 유발하며, 수축된 몸은 산소부족을 발생시켜 더욱 통증을 심하게 느낀다고 발표했다. 이 통증 이론은 지금까지 유효한 척도가 되었다.

즉 산모가 자궁수축이나 기타 출산의 기전으로 인해 통증을 느낄 때 긴장 혹은 두려움> 수축> 통증>의 기전은 반복되어 일어난다. 진통을 덜 느끼게 하려면 스스로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들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완, 따듯한 물 사용, 명상 등이 그 실례다. 이완을 하려면 긍정을 해야 하는데 주위의 대부분은 부정적인 상황이 더 많이 산재한다. 정상적인 출산 현장에서 의료진이나 산모 모두에게 긍정의 문화가 필요하다.

이만하면 괜찮다. 좀 더 지켜보자. 잘하고 있다. 멋진 엄마가 될 거다. 등등의 말 한마디는 아기를 낳는 산모에게 더 없는 긍정을 유발하게 한다.


첫아기를 낳은 경험이 긍정적이지 않았던 위의 사례는 둘째 아이를 낳는다는 일이 공포로 변한 실례이다.

출산 시 자신이 골반이 좁다는 것을 알았다면 둘째 아기를 임신해서는 운동과 먹는 것을 조절했어야 했다. 결국 아기가 커버린 형국이 되었다면 좀 더 상세한 출산의 과정을 알리는 것도 중요했다. 견딜 수 있는 마음의 힘은 바로 긍정이다.

무조건 견디라고 하며 혼을 내는 것은 사실 옳지 않지만 그러한 긴 이야기를 하기엔 세상이 너무 바쁘게 돌아간다. 바짝 단호히 이야기해주는 것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

심신이 건강한 여성은 스스로 아기를 낳을 힘이 있고 아기 또한 자연의 힘을 부여받았다.

진통은 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지혜롭게 견디는 방법 등을 알려주어야 한다.

늘 하는 말이 있다.

"괜찮다!"

생명은 만만한 것이 아니니 사소한 것은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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