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꿀팁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단어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스스로 준비하지 않고 다른 이가 공부해서 정리한 것을 슬쩍 뺏어오는 도적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학생 시절 선배로부터 족보를 얻어 공부하는 친구가 있었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친구가 한 노력은 보지 않은 채 친구를 경멸스럽게 보기만 했다. 나보다 부지런하고 약싹 빠른 친구를 은근히 폄하하기도 했다. 친구는 좋은 성적을 거두어 장학금을 받았고 훗날 좋은 취직자리를 교수님으로부터 추천받았다. 평생 따라다니는 성적표에는 장학생이라는 훈장도 부여되었다. 반면에 장학금은커녕 취업조차도 스스로 찾아다녀야만 했던 나의 성적표는 말해 무엇할까. 지금에서야 부지런하고 약싹 빨랐던 친구가 지혜로왔음을 인정하게 된다.
떠도는 정보조차 채 인지하기도 전에 진화하는 정보들 때문에 혹시나 세상살이에 뒤떨어지는 것이 아닌지 가끔 두려워지기도 한다. 이제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꿀팁에 환호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일까? 사실 다른 이가 정리한 꿀팁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사용하면서 그런 모순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꿀팁을 전달하는 방식도 함께 진화했다. 온 국민이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고 다니고 어디서든지 세상의 뉴스를 접하는 시대가 되었고 나를 알려야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광고를 하면 어떠냐는 제안서가 수없이 배달되었다. 혹자들은 그동안 애써 공들인 블로그가 광고로 인해 지저분해진다며 광고를 하지 말라는 조언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말에 동의한 채 열심히 날아오는 광고 문의를 무시하며 깔끔한 나의 블로그를 보면서 자랑스럽다는 생각도 했다.
며칠 전 광고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두 번 그런 설득을 받아본 터라 처음보다는 광고에 대해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녀의 설득에 솔깃해졌다. 광고를 올리게 되면 블로그 지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덩달아 블로그 메인 테마에 접속수가 늘어난다고 했다. 조산원과 자연스러운 출산이 주제인 나의 블로그가 광고를 보고 들어온 사람들에게도 노출이 된다고 했다.
이제는 좀 쉬어갈 나이라 생각하곤 했지만 조산원이라는 자체가 잊혀가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기에 도전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자연 출산을 돕는 직업인 조산사, 산파인 나는 사십 년의 경험으로 조산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때는 사라져 가는 조산원을 알리려 수많은 방송에 출현을 하기도 했다. 여성의 삶 중에 출산이라는 사건은 '자연스러움'을 전제로 할 때 가장 건강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1%대로 떨어진 지 오래라서 조산원 출산도, 조산원 수도 함께 대거 줄어들었다. 조산원에 대한 인식, 운운하기 전에 조산원은 출산율 저하로 사실상 존폐위기에 놓여있다. 하지만 여전히 작은 퍼센트의 여성들은 출산이 병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의료적인 개입 없는 출산을 하기 위해 조산원을 찾아온다. 대부분은 그들이 원했던 방식의 출산 후에 이구동성으로 조산원에 대한 홍보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하고 간다. 늘 했던 고민이었다. 정보 전달을 위해 조산원 홍보를 해야 할까? 아기를 낳을 산모들에게 출산에 대한 꿀팁을 전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고 나아가 옳은 일이긴 하다.
지난주 결국 광고를 해 보기로 결정했다.
주로 교육 쪽의 광고를 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으로 세 가지 광고를 받아보았는데 사실 맘에 썩 들지 않았지만 약속을 지켜야 했다. 하루 두세 개의 광고를 올려달라고 요청이 왔으나 한 개만 하겠다고 말했다. 새 글이 광고로 뜨는 것이 불편하여 열심히 이틀째 내 글을 올리고 있다.
아! 그런데 하루가 지났는데 예상외로 방문자와 구독자 수가 두배 정도 늘어나 있다. 광고도 이득이 될 것이고 나의 메인 테마도 조금은 읽고 나가는 것 같다.
조산원과 조산사라는 직업, 출산의 현장 이야기가 읽을거리로 여겨진 거다.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광고가 절로 되는 거다. 첫 광고 문구가 "방과 후 교사"자격증을 따는 것을 홍보하는 것인데 소제목이 "방과 후 교사 핵심 파악 꿀팁"이었다.
"꿀팁"이란 단어에 마음이 흔들렸다. 바쁜 세상에 꿀팁은 너도나도 좋아라 하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꿀팁이라는 단어를 하루 종일 생각했다.
그래, 꿀팁이란 단어를 갖고 놀아보자!
예를 들면 "출산에 대한 꿀팁" 무겁지 않고 편안히 다가올 문구같이 느껴졌다. 광고 문구로부터 아이디어가 솟는다. 비록 블로그에 협찬광고 카테고리가 하나 더 늘긴 했지만 필요 없는 분들은 눈여겨보고 패스를 할 테니까 걱정은 접어두기로 했다.
아끼는 나의 블로그가 광고로 도태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출산에 대한 꿀팁"에 대한 글을 써 올려야 한다.
나의 글이 우리나라 모든 임산부에게 꿀팁이 되는 날까지 힘을 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