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I want to book a meeting

With you again

by 김옥진

낮잠을 잤다. 왜 나는 아직도 꿈에서 조차 산모들의 아기를 받아내고 젖먹이는 것을 도와주려 애를 쓰는지... 꿈속의 아기 엄마는 모유도 펑펑 잘 나올뿐더러 아기도 입을 크게 벌리고 젖을 잘 물었다. 에구 그 녀석 기특도 하지..... 지.... 기특한 모습에 막 흡족해하고 있는데...

남편이 호들갑을 떨며 소양강댐도 방류된다는 뉴스소식을 전하는 통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래, 이것이 현실이지, 홍수가 나서 차가 떠내려가고,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지, 사람을 구한 의인들의 이야기가 떠돌고, 지금도 비는 경기와 강원을 가로지러 구름 띠를 형성하고 장대비를 쏟아붓고 있지. 내가 머물고 있는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에도. 점차 정신을 차리고 더듬더듬 늘 나와 한 몸인 핸드폰을 잡고 새로 온 문자를 확인했다.


Hi,,

I want to book a meeting with you again .

단란한 가족사진, 부부의 웃는 사진, 아기의 밥 먹는 사진, 그리고 임신 테스트기 두 줄 사진이 보인다. 슬그머니 미소가 번진다. 흠! 셋째 아기를 가졌군!!! 작년 이맘때 둘째를 낳은 노르웨이 처자였다.

이번 셋째 아이를 받아줄 조산사로 나를 찜하고 싶다는 문자도 보인다.


처음 그녀를 만난 건 그녀가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온 지 삼 개월이 채 되지 않았던 때였다. 낯선 곳에서 아기를 낳아야 했기에 열심히 자연스럽게 아기를 낳을 출산 장소를 찾고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나를 발견하고는 바로 찾아왔다고 했다. 조산원 벽 한편에 쓰여 있는 Natural Way 단어에 부부 모두 나를 향해 엄지 척을 했다. 두 말하면 뭐하랴! 이런 산모라면 언제던 아기를 받아도 된다. 미소와 함께 나도 함께 엄지 척을 했다. 우리는 두 번의 진찰과 상담을 하고 둘째 아기의 진통을 기다렸다. 낯선 곳에 온 그녀를 위해 소소한 정보도 간간히 전달해 주었다. 건강하고 젊은 산모라서, 또한 경산이라 쉬울 거란 생각을 했다. 그러나 무색하게도 삼고초려를 했던 그녀의 둘째 출산은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해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나 보다.


대부분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현대의 출산문화는 아기를 낳는 이의 엉킨 마음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출산을 잘하려면 낳는 이나 받아내는 이의 마음도 잘 보살펴야 한다. 스스로가 잘 이겨낼 수 있는 강단 있는 마음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산모들은 아기 낳는데 애를 먹는다. 출산 진행이 더디거나 아기의 위치가 문제 되거나 자궁문이 돌처럼 딱딱해서 잘 열리지 않는 경우다. 평소에 부정적이거나 임신 중에 걱정을 많이 한 사람, 화를 잘 내거나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에서 많이 생긴다. 출산은 마음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사십 년간 아기를 받아내며 터득한 지혜다.


그녀는 막달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자궁수축을 진짜 진통으로 착각을 했다. 배가 아파오면 놀라서 내게 전화를 했다. 그중 하루는 어제오늘처럼 앞이 안 보이는 폭우가 내렸고, 또 하루는 땡볕에 숨이 턱턱 막히는 날이었다. 덕분에 두 날 모두 그녀 곁에서 밤샘을 하고 진통이 사라져 버린 아침에서야 되돌아오곤 했다. 세 번째 시작된 진통은 다행스럽게도 진진통이었다. 우리는 진통하면서 남편이 치는 피아노에 맞춰 함께 노래도 부르고 밥도 먹고 산책도 나갔다. 그녀는 노래를 꽤나 잘했다.


한밤중, 진통이 강해졌다. 감통을 위해 따듯한 물을 받았다. 객관적으로는 평화로운 출산 축에 들진 않았지만 (키 큰 그녀는 물 안에서 조차 난리를 쳤었다. 물이 엎질러지고 그 물을 닦아내고, 호흡시키고, 소리를 지르고......상상해 보시라!) 아기가 가슴에 안기고 진통이 사라지자 난리를 쳤던 조금 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너무나 행복해하며 의학적 개입 없는 출산에 매우 흡족해했다. 나를 향해 두 번째 엄지 척을 했다.

많은 의미가 들어있는 두 번째 엄지 척! 그것이 무슨 뜻인지 잘 안다.


그렇게 태어난 녀석이 채 돌이 되지 않았다. 좀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열렬히 사랑하는 그들에겐 어쩌면 당연한 일일 거란 생각을 한다. 지금부터 10개월 후가 되면 22개월 차이의 셋째가 태어날 거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출산을 준비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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