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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Nov 13. 2022

뚝딱이가 태어나려 합니다> 뚝딱이가 태어났습니다

며칠 남은 예정일을 앞두고 가진통이 서너 일 계속되다 말다를 반복했다. 그런데 지금 양막이 열려서 양수가 마구마구 나온다는 전화가 왔다.

오전 11:22분.

오늘이 딱 예정일. 주말마다 아기가 태어났는데 이번 주도 거르지 않는다.

다행히도 십 분 간격으로 진통이 시작되었다.

두 번째 아기이니 차분히 준비해서 오시라 했다.

12:48분, 운전 중인 남편의 다급한 목소리.

"선생님! 2~3분 간격으로 무척 짧게 진통이 오는데 힘이 들어간데요!!!"

"최선을 다해 오세요"

허무맹랑한 답처럼 느껴지지만 이 말이 지금에서는 정답이다.

이 상황에서 최선은 안전하고 빠르게 조산원으로 오는 거다. 더하여 산모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밖에 나가 기다렸다가 함께 부축해서 들어오는 것.

도착 삼분 전, 11:10분, 남편이 거의 다 왔다는 전화를 했다. 눈앞에 펼쳐질 광경에 놀라지 않고 대응하기 위해 심호흡을 한다. 반짝이는 검은 차가 비상등을 켜고 들어온다. 주차를 위해 차를 돌리려 하는데 그 시간조차 허투루 쓰면 안 될 듯싶다. 뇌가 팽팽 돌아간다. 길 복판에 차를 세우고 산모를 부추겨 3층까지 가는 것, 최선이다. 차 문을 여니 또다시 진통이 왔는지 꼼짝도 못 하고 손잡이를 부서져라 잡고 있는 산모가 있다. '사라져라 사라져라 진통아 사라져라!' 최고의 기압을 넣은 목소리로 산모를 부추겼다. 신발도 신지 말라고 했다. 출산 방까지 들어가는 삼사분은 내게 '일일이 여삼추'다. 허리를 부여잡고 하나둘! 하나둘! 산모의 걸음마다 구령을 붙인다.

온 영혼을 끌어다 기운을 모은다. 산모를 안전한 곳에 눕힌 후 다른 한 손으로는

양말과 다른 옷들을 벗기고 아기 받을 준비를 했다. 그 사이 또 한 번의 진통이 오는데 아기의 머리가 6cm나 보인다. 얼른 회음 열상 방지를 위해 힘주기를 조절해야만 했다.

짧게! 짧게!  쉬고~~~

짧게! 짧게! 짧게!  쉬고~~~

내 목청은 이 세상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다.

출산 방에 들어와  세 번째 진통에 아기의 이마가 조금씩  보이며 머리가 나왔다. 탯줄을 목에 감았다. 다행히도 조여지지 않은 것이라 몸이 나올 때 등쪽으로 벗기며 아기를 받았다. 나온 양수가 바닥에  흥건하다. 또다시 내 손은 날렵해졌다.

양수가 충분한 아기들은 건강하다! 요 녀석도 그렇다.

출산 가방을 들고 뒤쫓아 들어온 아기 아빠는 아기의 울음소리에 헐레벌떡 들어왔다.

어??? 벌써 낳은 거야???

기쁨 반 , 당황 반!

순조로이 태어난 뚝닥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와! 작다!


뚝딱이가 온다고 하여 출산 준비를 해 놓고는 글을 쓰려다... 도착하자마자 뚝딱이가 태어났다.

잘 태어나거라 덕담의 글을 쓰다 말고 출산기를 쓴다.

반갑다 뚝딱 아!

건강히 와 주어 참 고마워!

무럭무럭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길 바란다.


아기가 너무 잘 자요 똥을 싸서 갈아도 자고 자고 또 자네요 가온이랑은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새벽 두 시 좀 넘어서 많이 배고파하는 거 같길래 분유 줬더니 10미리정도 먹었나 봐요 먹고 자다 새벽에 깨서 젖 물리고 나니 열심히 빨더니 아직 자고 있어요

어제 첫째랑도 만났는데 집에 오자마자 동생이 가져온 장난감으로 돌진해서 한참을 만지작 거리면서 놀더니 자기한테서 제일 소중한 인형 한 개를 동생 옆에 놔주더라고요 고맙다고 토닥토닥도 해주고 뽀뽀도 해주고 만지기는 무서운지 자꾸 저보고 만져보라고ㅎㅎㅎㅎ 걱정했는데 무탈히 지나가 너무 좋아 말씀드려요 ㅎㅎ

과자도 주고 싶다며 가지고 가서 한참을 뭐라 뭐라 하더라고요 ㅎㅎㅎ 저희도 감동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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