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동생 태어나는 것 봤지롱

아기를 낳다.

by 김옥진

예정일이 한 달이나 남은 넷째 산모의 *가 진통으로 나는 4 주째 출산 대기를 하고 있다. 37주인 어제도 출산 조짐이 보였다가 다시 사라졌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무슨 이유인지는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지만 예정일 3~4 주 전부터 가 진통으로 고생을 하는 산모를 본다. 이럴 때마다 사실은 아기 받을 나도 덩달아 예민해 진다. 게다가 *이슬 같은 분비물도 나오고 있다. 보통 이슬이 보인 후 24시간 전후로 진통이 시작되는 것이 보통의 산모들 이다.

불안을 더 느끼는 이유는 그녀의 셋째 아기가 뜬금없이 진통을 많이 겪지도 않은 채 빠르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36주가 되던 일주일 전, 규칙적인 진통이 와서 입원까지 했으나 아침이 되자 진통이 사라져 버렸다. 태아는 어느 날 *하늘을 보고 있기도 하고 어느 날은 제 위치에 있기도 했다. 이럴 경우에도 *진 진통이 걸리기 쉽지 않다. 그래도 이제 태아는 37주가 넘었으니 태어나도 무리가 없는 것은 다행이다. 두 번째 양치기 엄마가 된 그녀는 내게 볼 면목이 없다며 미안해했다.

예정일을 3일 앞둔 오늘에서야 제대로 진통이 온다는 소식을 보내왔다. 산모의 목소리는 그녀의 성정처럼 덤덤하다. "남편은 오늘 바쁜 일이 있어서 못오구요. 큰 아이는 동생 태어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가려 해요. 두 아이는 지금 막 유치원으로 보냈어요. 이번엔 진짜 같은데 진통 간격은 들쭉날쭉, 5분, 11분, 3분, 여전히 불규칙 하지만 강도는 점점 세 지네요. 택시 타고 가고 있어요!" 나도 거의 한 달 간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터라 진통 소식이 반가웠다. 남편이 없으면 어떠랴. 우리끼리 행복하게 낳으면 되지. 산모는 나의 작은 딸과 같은 90 년생, 늘 볼 때마다 짠 하다 가도 한편 기특한 마음도 들었었다.

아들과 둘이서 만 조산원에 온 그녀는 자궁 문이 8cm나 열렸는데도 미간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어쩜 저럴 수 있을까? 여간 대단한 것이 아니다. 빠르게 아기 받을 준비를 마친 후 긴장한 큰 아이를 보듬느라 작은 소리로 잠시 너스레도 떨었다. 삼 십분 지났을까? 산모는 아기가 골반으로 내려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연이어 두 세 번의 진통이 오고 갔다. 산모가 조용히 다시 아이가 골반에 더 많이 내려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나 역시 출산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진통 하는 산모의 곁을 지키고 쓰다듬으며, 위로를 하다 문득 내가 위로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기를 받아내며 느끼는 감동은 아기를 낳는 이와 다르지만 이이의 출산을 마주하며 자꾸 무언가가 목구멍으로 올라온다.

이제부터는 *회음 열상을 최소화 하기 위해 호흡 조절을 해야 한다. 산모는 그것도 아주 잘 따라 했다. 그로부터 세 번의 진통이 오고 간 후 아기가 태어났다. 지금껏 보지 못한 최고로 조용한 출산 현장이다. 어쩜 이렇게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 그녀의 출산은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 했던 또 다른 한 경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네 번째 출산을 하는 산모는 아기가 언제 내려오는지, 그 느낌이 어떤지, 어떤 자세가 아기 낳기에 편안한지, 이미 정확하게 모두 다 알고 있었다.

3.7 킬로 사내아이는 아주 깨끗이 엄마 몸에서 나왔다. 7살 형은 두려움 없이 동생의 탄생 순간을 낱낱이 보았다. 출혈은 없었고 작은 상처 세 바늘만 꿰매 주었다. 잘 견딘다. 안 아프냐고 물었더니 아프긴 한데 참을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참는 거였다. 마음이 짠했다.

오전 열 시가 넘어간다. 미역국을 끓이고 밥을 안쳤다. 방금 첫 발을 디딘 갓난아기에게 젖을 물려주고 정리를 마치니 문득 아침밥도 못 먹고 온 큰 녀석이 보였다. 뭔가를 먼저 먹이고 싶어졌다. 산모와 아기는 건강하니 잠시 밖에 나갔다 와도 될 듯 싶었다. "미역국 먹기 전에 김밥 먼저 먹으러 갈까?" 나의 물음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공간에서 몇 시간 동안 함께 해서 인지 흔쾌히 따라 나선다. 손을 내미니 덥석 잡는다. 따듯한 작은 손이 두툼한 내 손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명랑한 발걸음으로 조산원 근처 단골 김밥 집을 향해 걸었다. 여동생 둘에게 오빠 소리만 들었었는데 형아 라고 부를 동생이 생겨서 좋단다.

배가 고팠었는지 김밥 한 줄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조산원으로 돌아와서도 엄마와 함께 미역국 한 그릇을 또 다 먹었다. 말은 하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

배가 불러 느긋해진 녀석이 엄마 곁에 누워 갓 태어난 남동생을 팔로 감싸 안았다. 순간 우연히도 아기의 팔이 큰 형의 목을 감쌌다. 동생이 자기를 정말 좋아하는 거 같다며 무척 기뻐했다. 엄마와 오랜만에 단둘이 있어서 목소리가 더욱 의기양양하다. 게다가 자기를 좋아하는 남동생이 생겼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간이 있을까.

유난히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산모 남편을 대신해서 내 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엄마를 돌보느라 애써서 그랬을까, 미역국을 배불리 먹어서였을까, 형아는 뒷좌석에 앉자마자 예쁘게 코를 골았다.

그녀가 사는 아파트 옆엔 숲이 있었다. 임신 내내 오르내리고 계절을 느끼며 걸었던 그 숲, 아기와 함께 자란 나무와 꽃과 풀들이 환영의 손짓을 한다. 집에 다 왔다고 아이를 깨웠다. 눈을 비비며 일어난 형아는 낯익은 집을 보더니 정신을 차린다. 들꽃 향 섞인 바람이 지나간다. 제법 더 의젓해진 녀석이 내게 ‘고맙습니다‘. 라며 꾸벅 인사를 한다. 엄마가 든 짐 하나를 뺏어 들고 의젓하게 아파트 안으로 사라져 간다. 아기를 안은 산모와 형이 된 아이의 뒷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가 진통; 자궁 수축이 오면서 진통을 느끼지만 더 이상 강해지지 않고 자궁 수축 간격 또한 줄어들지 않는다. 잠을 자면 사라진다.

하늘을 보는 아기; 진통이 시작되어 아기의 머리가 골반 내로 진입을 하게 되는데 아기의 얼굴이 엄마의 치골 쪽으로 쳐다본다. 아기의 머리가 골반과 잘 맞지 않거나 골반이 비좁을 경우에 자주 발생한다. 진행이 매우 더디며 자칫 제 위치로 돌아가기 않을 경우 난산을 하거나 제왕 절개 확률이 높아진다. 진통이 오기 전 네 발로 엎드리는 자세를 자주 하면 아기가 하늘을 보는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진통 중에도 엎드리는 자세를 취한다.

진 진통; 예정일 전후로 자궁 수축이 오며 통증이 있고 진통 간격과 강도가 짧아지고 강해진다.

이슬 ; 자궁 경부를 막고 있던 점액질이 빠져나오는 것. 보통 혈성 분비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슬을 젤리처럼 보이면서 불투명하다. 점도가 있어 늘어나기도 한다.

회음 열상 ; 아기의 머리가 나오면서 외음부 중 가장 약한 부분이 찢어지게 된다, 보통 질 입구에서 항문 쪽으로 열상을 입는다.

이전 06화*필리핀 미역국은 홍합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