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사여 세상을 평화롭게 하라

조산사 이야기

by 김옥진

2002년, 처음 조산원을 열었을 때 사람들은 내게 세상을 거꾸로 산다고 말했다. 그런 말들을 뒤로 하고 굳세게 버티며 20 년이 흘렀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희귀종이다.

사람들에게 조산사가 아기를 받는 조산원 이야기는 낯설다. 그러나 세계 인구 중 몇 퍼센트는 여전히 조산원을 찾고 있다. 임신과 출산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다. 가끔은 북적이는 장소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조산원을 찾아온다.

지금은 임신과 출산이 병이 된 듯 보인다. 건강한 여성들은 임신을 하면서 난생처음 기꺼이 병자가 된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출산을 하기 힘들어졌다. 아기는 출산 예정일에 맞추어 늦지 않게 나와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출산을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거의 없다. 그나마 조산원이 선택에 여지를 제공하는 곳이다. 병자가 되지 않으려는 소수의 여성들이 선택한 장소다. 진통을 하며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고 굶지 않아도 된다. 자유롭게 움직이고 원하는 것들을 요구할 수 있다. 가장 큰 다른 점은 태아와 산모가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산모의 요구는 대부분 받아들여 진다.

가끔은 출산을 지켜보며 두렵다. 건강의 의미를 확대 해석하면 편안하지만 좁은 의미로 들여다보면 사실 모두 병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출산을 바라보는 관점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응급을 초래할 상황이 아닌 이상 정상으로 보는 것이다. 아기를 받으며 끊임없이 되뇐다. “지금의 과정은 정상이라고.”

현대 의학과 조산학은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 선상에 있다.

허허로운 길로 임신한 산모들을 만나러 다녔다. 내 입술은 바짝 마르고, 컬컬하게 변한 목소리는 나의 수고를 대변했다. 조산원을 열고 처음으로 아기를 받은 날, 친구는 축하 케이크를 사 들고 와 나를 응원해 주었다. 지구 어디서 인가 순수한 자연 출산을 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알아차림에 나는 묘한 흥분을 느꼈다.

맞아 맞아!!! 자연 출산은 이런 거였어! 아기를 받으며 무릎을 쳐댔다. 누가 보면 제 정신이 아닌 여자처럼 보였을 것이다. 아무런 간섭 없이도 아기들이 태어났다. 건강히 태어난 아기와 회복이 빠른 산모를 만날 때마다 조산원 열기를 잘 했다고 스스로 칭찬을 했다.

관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깨끗하게 아기를 낳았다. 회음 절개를 하지 않았는데도 회음이 멀쩡한 것을 보며 내가 더 놀랐다. 교과서 내용에 세뇌가 된 내가 어처구니 없었다. 진통 중에 움직이게 하니 아기는 더 쉽게 태어났다. 진통 하면서 굶지 않으니 산모가 더욱 활기찼다. 가장 큰 보람은 아기를 함께 낳은 부부가 더욱 더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산모들은 대부분 출산에 대해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의 몸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며 출산 개입이 산모와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개중에는 병원이라는 곳에 대한 무조건적 공포를 느끼는 사람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출산을 마친 그 곳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탄생의 신비' 를 온 몸으로 맛본다. 어머니, 아버지가 되는 순간, 철이 든다.

해마다 출산율이 줄어들긴 하지만 이곳 조산원엔 아직도 출산은 자연스러운 것임을 믿는 산모들이 찾아온다. 아기를 품고 낳아본 여성만이 아는 자연의 힘이다.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부터 여성들은 아기를 낳았다. 그 중 누군가는 아이 낳는 사람들을 돌보며 태어나는 아기를 받았다. 은하계에서 지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조산원과 조산사는 늘 여성과 함께 할 것이다. 여성의 몸에서 몸으로 전해져 온 지혜를 믿기를 바란다.

다시 용기를 불사른다. 건강한 여성 들이여 자신감을 가져라!

나는 오늘도 산모들을 돕는 이들에게도 외친다. 조산사여 세상을 평화롭게 하라!


회음 ; 항문과 질 사이의 부분. 출산 시 열상을 입을 확률이 많아 회음 절개를 하는 곳이다.

회음절개 ; 출산을 위해 항문과 질 사이를 절개하는 것. 출산 시 꼭 필요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와 세계의 조산원에서는 회음 절개를 하지 않는 곳이 많다.

출산개입 ; 관장, 제모, 회음절개. 출산 촉진제 약물의 사용, 마취제 . 배를 누르는 행위 등의 힘의 개입. 흡입 분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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