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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Oct 13. 2023

쓰레기통  속의 크리스마스

명랑남편

대형 매장에서 사 온 캐러멜은 남편의 최애 간식거리다.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 간병인과 병동 간호사에게 주려고 선물로 샀다가 친해진 캐러멜이다.


어릴 적 먹었던 무명실로 봉한 신앙촌 캐러멜 맛은 환상적이었다. 아버지는 그것을 '미루꾸'라고 불렀다. 미루꾸 한 개를 더 얻어먹으려 아버지께 과한 미소를 날리기도 했다. 진열대에서 빛나고 있는  큰 통에 담긴 영국제 캐러멜은 기억 속의  신앙촌 캐러멜 맛을 꺼내왔다.  나와 비슷한 연대를 산 남편도 신앙촌 캐러멜을 먹고 자랐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맛에 더하여 추억도 함께 먹으며 즐거워했다.


이 영국제 캐러멜은 포장 색마다 맛이 다르다. 캐러멜이 주는 즐거움으로 '당뇨'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골고루 모두 먹어 보았다. 어릴 적 신앙촌 캐러멜의 맛보다는 좋지 않았으나, 달달한 것은 모두 그런 것처럼 맛이 있다.


우리 집 간식도 할 겸 두 개를 사 온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밤도깨비인 남편이 야금야금 쉬지 않고 캐러멜을 까먹는  것이다. 헐!!! 한 통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비워졌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쓰레기통 안에 크리스마스가 왔다.

빨강.파랑. 초록.하늘.보라!!!


남편의 입심은 천하장사! 다시 캐러멜을  사 온 후에는  궁여지책으로 집안 깊숙한 곳에 캐러멜 통을 숨겼다. 내가 엄마가 된 기분이 들었다.

잠자리에 먼저 들었던 어제, 집안의 서랍들과 장을 열었다 닫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캐러멜을 찾는 것이 분명하다. 끈기는 그의 장점, 진짜 집안에 있는 모든 서랍과 장을 오조리 열었다 닫는 소리를 듣다가 웃음이 터졌다.


내 집요함에 손을 들은 그는 결국 자고 있는? 자는척하는 나를 깨웠다. "여깄다 여깄어. 오늘은 이것만 먹는 거다. 알았지!"딱 다섯 개만 그의 손에 쥐여준 후 또다른 장소로 캐러멜을 숨겼다. 그리고 침대로 다시 들어갔다. 쫓아들어온 그가 다시 징징 댄다. "다섯 개만 더 먹자! 더 줘!" 나를 쫓아다니며 징징 대는 그.

내 참!!!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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