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두렵습니다.
둘째를 낳을 산모는 자궁 문이 6센티 열려있는 상태로 입원하였다. 보통은 자궁 문이 10센티가 열려야 모두 열린다고 말한다. 첫 아기인 경우에는 10센티가 모두 열렸더라도 아기가 내려오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둘째 아기 이상의 경우 7~8 센티가 열려 있다면 출산이 임박한 상태다. 잠시 후면 아기를 만날 것이라 기대하였다.
“아~~~~~~악
병원 가서 수술 할래요~
119 불러 주세요.
진통제 없어요?
더 이상 못하겠어요!
왜 이렇게 아기가 안 나와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요?"
잠시 진통이 사라지자 조용하다. 그리고는 또 다시 진통이 시작되자
“119 불러 주세요!!!!“
같은 소리를 몇 시간 째 반복한다.
왜 이러는 걸까. 너무 소리를 지르는 통에 모두가 넋이 나갈 지경이다. 해도 해도 너무 심하다. 너무나 두렵거나 통증에 유난히 예민한 경우 그럴 수 있다. 산모가 진통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산모들의 아기를 받을 때 보다 소리를 질러대는 산모의 출산에는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혹시나 내가 잘못 판단을 하고 있지는 않나? 걱정이 계속 몰려온다.
단호하게 상황을 알려 정말로 119를 불러 병원으로 보낼지 말지를 결정해야 했다. 산모가 원하면 조산사는 산모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진짜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를 일이니까. 뭔가 이상을 감지 할 수 있는 사람은 내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산모이다. 제 아무리 아기를 많이 받은 사람일 지라도 열 달 품은 산모보다 더 잘 알 수 없다. 한 번 쯤은 확실한 다짐을 해야 했다. 나의 경험이, 연륜이 그렇게 말한다.
"정말로 119 불러 드릴까요?
또 다시 첫 아기 낳을 때처럼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배를 누르며 난리를 치며 낳았다고 하셨죠? 겨우 2.8킬로의 아기를 낳으면서 말입니다. 아기 상태가 안 좋아 아빠가 탯줄도 못 자르고 황급히 신생아 중환자실로 갔죠.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어요. 이번엔 좀 다른 출산을 위해 조산원에서 아기를 낳겠다고 하셨잖아요. 아니면 정말로 제왕 절개를 하고 싶으세요? 무통 주사조차도 지금 진행 상태에선 맞을 수 없어요. 아기가 예상보다 크고 엄마의 골반은 너무 비좁으니 아기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요. 그럼에도 이번 아기 임신하고 입맛 당기는 데로 드시고 운동도 안 하셨어요. 아기를 키운 건 본인이고 조산원 찾아 오셨으면 진통을 견딜 마음도 함께 가지셨어야죠. 비록 진행은 더디지만 아기는 건강하게 잘 참고 견디며 내려오고 있어요. 엄마가 아기를 칭찬해 주고 호흡 하며 힘을 내도 모자랄 판에 이게 무슨 일이래요. 정말로 강력하게 병원으로 가길 원하면 저희는 보내드릴 수밖에 없어요. 가시겠어요? "
진통 하는 산모에게 섭섭하게 들렸을지 모르겠으나 조산사는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가끔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나도 겁이 나지만 있는 힘을 모두 모아 아기를 낳게 도와야 할 때도 있다. 설명을 들은 남편은 이런 이야기가 진짜로 병원으로 가야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다. 그는 아내에게 조금만 더 참자고 위로를 건넸다.
우리들은 산모를 더욱 더 어르고, 달래고, 쓰다듬고, 붙잡아주고, 일으켜 세우고, 응가 닦아 주고, 땀 닦아 주고, 물 먹이고, 앉혔다가 눕혔다가, 다리 올려 힘주고, 껴안고, 칭찬했다. 진통이 올 때마다 반복되는 일들로 점차 우리들도 지쳐갔다. 얼마나 더 애를 써야 할까? 얼마나 큰 아기가 태어나려고 이럴까.
이 상황을 더 기다릴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까지 아기의 심박동이 아주 건강했고, 양수도 깨끗하고 맑았으며, 아주 조금씩 이나마 진행이 되고 있다는 거였다. 뭘 더 바랄까! 소리를 질러대는 산모의 경우 남편의 부재가 훨씬 효과적이라서 남편을 밖으로 내보냈다. 남편이 사라지자 산모의 비명 소리는 서서히 잦아들었다.
출산의 최고봉은 모두가 진득이 기다리는 것이라는 것이다. 산모의 외침이 조금씩 줄어들자 태아 방출 반사가 나타났다. 드디어 힘들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기의 머리가 골반에 맞춰진 것이다. 드디어 아기의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 역시 첫 아기 낳는 것처럼 더디다. 바깥 골반도 만만치 않게 좁다. 대부분 두 번째 아기부터는 머리가 보이기 시작해서 30분 내로 아기가 태어난다.
이 산모는 그렇지 않았다. '누가 둘째 낳는 것을 쉽다고 했던가!' 함께한 모두는 계속해서 진땀을 뺏다.
둘째 아기는 조산원에 온 지 17시간 만에 모두의 진을 뺀 후 3.7 킬로의 길쭉한 머리를 하고 엄마 품에 안겼다. 첫 아기보다 1 킬로나 더 크다 .보통 첫아기와 500gm이상의 차이가 난다면 초산처럼 힘들다. 힘든 과정을 거친 것은 당연했다. 아기가 저렇게 커버린 것은 결국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골반이 비좁아 첫 아기를 낳을 때 고생을 한 경험이 있다면 둘째도 반드시 꾸준한 운동과 음식 조절을 해야 한다. 귀가 아프도록 들은 "119 불러 주세요." 소리는 이제 사라졌다.
잘 낳았다고 말 할 수 없었지만 두 생명이 모두 건강하다. 어떤 과정을 겪었던 간에 나의 목표는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손목 어깨 허리 ... 모두 다 아프다.
* 태아 방출 반사 ; 출산 직전 아기의 머리가 보일 즈음에 느껴지는 자동 반사이다. 산모의 직장까지 아기의 머리가 내려오게 되면 자궁 수축과 함께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만약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 경우는 출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힘이 주어지지 않는데 힘을 주라고 하는 것은 빨리 아기를 태어나게 무리를 하는 것이다. 자궁문이 모두 열렸다면 서서 움직이는 것이 출산을 앞당기는 자연스러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