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대학강의를 가곤 한다. 강의 내용은 늘 출산에 관한 것이다. 간호 대학생들에게는 조산사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 추가된다. 세계의 조산사들의 활약상도 알려주며 조산사가 여성들, 특히 임신과 출산을 앞둔 여성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도 강조한다. 영국 조산사 리어 해저드는 "힘주세요!(hard pushed) "라는 제목의 책에서 "조산사의 역량은 99%의 배짱과 1%의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40년을 똥배짱으로 버텨온 경험은 이 세상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강의의 가장 밑바닥엔 똥배짱 경험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파고 파도 나오는 단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된 출산 언저리의 이야기들이 강의를 하게 하는 힘이다. 부드럽게 순서를 메기고 엮는 일만 남는다. 보기에 근사하게 귀에 쏙 들어오게 하는 강의 기술만 있으면 된다.
남의 앞에 선다는 것이 점점 더 괴롭게 느껴질 즈음, 동생이 던진 말에 정신이 들었다.
"누나만큼 자연출산을 경험한 조산사가 있을까? 다시 책을 들고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생 경험한 아기를 받은 일은 묻어두기엔 너무 아깝지. 게다가 자연출산에 관한 것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힐 만하잖아. 썩히지 말고 가르쳐야지. 이젠 그래야 할 때야. 용기 내어 가르쳐. 그게 옳아. 불러줄 때 가. "
풀어진 마음을 다시 모아 자연출산에 대한 갖가지 책을 펼친다. 예전에 못 보던 문장이 가슴을 살려내고 머리카락을 쭈뼛거리게 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가르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84명의 반짝이는 눈빛들은 잠들려 하는 나를 일으켜 세운다.
"안주하지 말고 밖으로 눈을 돌려보아! 조산사라는 직업은 정말 괴롭고 힘들지만 뒤따라 오는 감동은 어느 직업보다 강렬하지. 누군가가 칭찬을 해주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할 수 있는 직업인 거야. 혼자 무릎을 치고 혼자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돼.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하면 할수록 빛이 바래진다는 것도 알게 되지. 가려진 곳에서 묵묵히 여성을 도우며 갓 태어난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 바로 조산사인 거야. 의지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지. 모두들 오늘 한 번쯤은 조산사라는 직업을 생각해 보자. 너희들은 이미 한 발을 디딘 거야. 시작이 된 거지. 축하한다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