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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Nov 27. 2023

침대 위에 2인용 탠트를 쳤다.

어설픈 전원생활

시골집은 웃풍이 세다. 특히 겨울에는 자다가 어깨가 시려 깨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다. 이번 늦가을에는 틈새를 찾아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폼을 쏘아 막았다. 기세등등하게 겨울을 기다렸지만 미처 찾아내지 못한 틈이 숨어 있는지 겨울바람은 여전히 내 어깨 속으로 파고든다. 춥지 않은 계절 동안은 틈사이로 바람이 들어와서 자연 환기가 된다. 공기청정기가 따로 필요치 않다. 단지 겨울만은 예외다.

나로서는 형체도, 냄새도 없는 바람을 막을 재간이 없다.  


어깨가 시리다는 말을 들은 동생이 캠핑 갈 때 쓰던 2인용 텐트를 빌려주었다. 퀸 사이즈 침대 위에 2인용 텐트는 안성맞춤이다. 침대는 다소 비좁아졌지만 바람이 들어올 곳은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탠트의 양쪽 문을 지퍼로 닫으면 사람열기로 온도가 올라가면서 땀까지 솟아난다. 중간에 있는 모기장 달린 창을 환기구로 열어두기로 했다. 움직일 때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긴 하지만 올겨울은 탠트 덕분에 어깨가 시려서 자다 깨는 일은 없을 것이다.

2인용 탠트 안에서 잠을 자려면 남편과 나는 좀 더 친밀한 관계가 돼야만 한다. 인심 썼다! 겨울 내내 친밀해져 보기로 한다.

며칠간 탠트 속에서 자니 후끈후끈해서 좋았다.

그런데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코골이의 짝꿍 콧바람이다. 뭐 젊지도 않으니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자는 것이 편하다. 탠트를 장착한 후부터는 거리가 좁혀져서 불편하지만 어깨가 시린 불편감보다는 낫다. 추우면 들러붙어 자기도 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다 엉덩이가 닿기도 하는데 엉덩이가 맞닿는 자세가 콧바람을 피할 무풍의 최적 자세다. 어쩌다가 얼굴이 딱 마주치는 자세가 나오면  내 얼굴은 무풍지대를 벗어나 작은 태풍을 마주하게 된다. 탠트도, 폼을 쏜 것도, 다 소용없다. 얼굴 쪽에만 칸막이를 해야 할까? 펜데믹시절 식당마다, 교실마다 쳐놓았던 가림막도 제법 쓸만하겠다. 2인용 탠트  안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하릴없는 낮에 텐트에 들어가서 책을 읽는다. 누웠다가, 엎드렸다가, 다시 앉았다가. 눈이 아프면 눈을 감고 파도소리를 불러오기도 하고 숲바람소리도 가져온다. 멀리서 들리는 뻐꾸기 소리를 상상하면 나만의 씨에스타가 시작된다.

둘 중 누군가 밤에 화장실을 가려면 곤란해진다. 남편의 몸은 더듬거리며 기어나가는 나의 몸무게를 견뎌야 한다. 무참히 밟힌 남편은 나의 화장실 행차로 인해 비명소리와 함께 잠에서 깰 수밖에 없다. 탠트밖에 있는 스탠드도 무용지물이고 충전하고 있는 핸드폰라이트도 탠트 밖으로 나가야만 유용한 물건이 된다.

아! 생각났다. 무선 캠핑용 라이트. 탠트 천장에 라이트를 달 수 있는 훅도 장착되어 있다. 또다시 동생캠핑용품에서 득탬을 했다.

라이트를 머리맡에 달아 놓으니 정말 캠핑을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주변머리 없는 남편 덕분에 평생 탠트에서 잠을 잔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원체 나가는 것, 걷는 것, 등산은 질색인 사람이다. 한여름에도 긴팔을 입고 캠핑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저었다. 추운 한데서 자다가 입이 돌아갈 걱정을 하는 사람이다.

차근차근 탠트가 채워진다. 또 어떤 신박한 물건이 나를 홀릴까. 일단은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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