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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Nov 26. 2023

대박 난 고구마 농사

어설픈 전원생활

올해 농사 중 제일 만족스러원던 작물 중 하나는 고구마다. 평생 농사로 잔뼈가 굵어진 옆집 오이 아저씨 보다 작황이 좋다. 동생과 나는 미안한 척하며 뒤돌아서 키득키득 웃었다. 자꾸자꾸 웃음이 나왔다.

여행 삼아 들렀던 지방 장날에서 우연히 사 온 고구마 모종이 대박을 친 거다.  사실 어설픈 시골살이에 또다시 내년의 대풍을 기약할 만큼 자신감은  없다. 게다가 고구마 모종을 샀던 곳이 어디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어쩌면 내년엔 오이아저씨가 웃을지도 모른다. 서로 사이좋게 한 해 걸러서 웃어도 좋다.

작년 겨울에 마사토를 25톤 트럭으로 다섯 차나 부려 놓았다. 거름을 붓고 객토도 했다. 모종도 한몫을 했겠지만 이것 또한 고구마가 풍년인 이유다.


줄줄이 달려 나오는 고구마를 커면서 계속 환호성이 나왔다. 많아서, 적당한 크기라서, 골고루 땅속에 달려있는 모습이 기특해서 소리를 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

고구마를 캐는 즐거움을 오랫동안 누리기 위해 열흘 간격으로 한 고랑씩만 캤다. 친구가 놀러 오는 날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도 방금 캔  실한 고구마를 보며 싱글벙글했다. 이웃과 나누어 먹어도 나의 곳간엔 고구마가 넘쳐난다. 놀러 온 사람들의 웃는 모습들이 제 각각인 것을 보는 즐거움도 있고 웃음소리를 듣는 재미도 있다.


크기도 크기지만 참 달다.

황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올 고구마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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