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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Nov 27. 2023

도시락을 싸다.

산파일기

지금껏 도시락을 쌀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도시락에 나의 마음을 담으며 따듯해졌거든.

그 나이에 도시락을 싼다고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새삼스럽게 옛 생각도 떠올랐어.

정말 바쁜데 도시락을 싸야 하던 시절을 말이야.

그때보다 반찬은 덜할지 몰라도

오늘 도시락처럼 뜨끈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때보다 더 자라난 내 마음이 추가되었거든.

별 반찬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담으며 너를 생각했지.

부지런을 떤 내 손끝의 맛도 담고,

식지 않은 잡곡밥도 꼭꼭 눌렀어.

맛있게 먹는 너를 상상도 했지.

얼마나 좋으니 이 순간이.

사랑을 줄 네가 있어 엄마는 좋아.

계속해서 도시락을 싸는 것도 좋아.

네가 맛있게만 먹어준다면 다 좋아.

도시락을 싸줄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아.


마중 나와 손 흔들며 내게로 뛰어와줘서 고마워.

바닥 드러나게 싹싹 먹어줘서 기뻐.

배고프면 언제든 말해.

도시락 들고 네게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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