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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Nov 28. 2023

"도시락을 싸다"다음 플럿폼브런치메인에 오르다

자랑질

"도시락을 싸다" 딸에게 도시락을 싼 이야기가 다음 플랫폼  홈&쿠킹에 올라갔어요. 가슴이 두근두근해요. 벌써 읽은 사람이 2000명이 넘어가고 있답니다. 뭔 일이래요!

사실 저 깊은 속내엔 자식에 관한 마음을 쓰고 싶었어요. 이미 다 자라서 성인이 되었지만 꼬물거리는 몸짓으로 내게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한 두 딸을 보면 지금도 뭉클하거든요.

아! 자식은 속 썩이고 힘들며 귀찮은 존재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결혼이라는 것이 책임과 의무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아기를 품고 낳는 것이 손해고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저는 아기를 받는 조산사로 지금껏 살아왔어요. 결혼도 하고 아이 둘도 낳았답니다. 물론 저도 힘들었어요. 어리면 어린 데로, 해마다 커가며 닥친 여러 가지 상황들은 녹녹지 않았지요. 그 안의 보석 같은 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답니다.

딸은 십오 분 정도 거리에서 켈리그라피를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바쁜 날은 중고등학교 시절처럼 머리도 채 말리지 않고 나가기도 해요. 엄마의 잔소리 각도로 볼라치면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서 느긋이 밥 먹고 머리를 말릴 수도 있지 않냐고 잔소리를 해댔겠지요. 아마 그 옛날 수없이 그런 소리를 했었을 거예요. 저도 별수 없는 엄마였죠. 게다가 일까지 하는 제 경우에는 아마도 더하면 더했지 싶습니다.

도시락을 싸 줄 일도 없고 싸달라고 하지도 않는 시절이 오긴 오더라고요. 이제야 도시락 생각이 자꾸 나는 이유가 뭘까요.


느지막이 일어나 일찍 나간 딸을 생각했어요. 내 배가 헛헛하니 딸도 그럴 거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갓 지은 밥을 담고 집에서 키운 대파 한줄기 송송 썰어 계란말이를 했어요. 고백하자면 계란말이는 남편이 했답니다.

문득 도시락을 싸며 고마운 마음이 올라왔어요.

아직도 도시락을 싸 줄 딸이 있다는 것에 뭉클해졌지요. 내 마음도 들어있는 밥을 먹는 딸도 몰랑해질 거라는 기대도 하면서요.


도시락이 배달된다는 문자를 보냈어요. 곧바로 "홍홍홍'기분 좋다는 이모티콘이 날아왔지요.

마중 나오겠다는 문자를 보고

발걸음도 가볍게 길을 걸었어요. 어디쯤 올까? 침침해진 눈을 비비며 가끔씩 먼 길을 내다봤어요.  중간쯤에 딸이 두 팔을 흔들며 걸어옵니다. 나는 한 팔을 올려 대답했지요. 가까워지며 행복했어요.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이 순간은 아기를 낳고 기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아기를 낳아라! 결혼을 해라! 이런다고 아기를 낳고 결혼을 할까요? 우습게도 돈도 준답니다.


꼰대 61년생인 저는 젊은이들을 만나면 가르치고 싶어 몸이 뒤틀렸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상대를 이해시키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많이 모자라지만 따듯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시락을 싸줄 누군가가 있다면 기분이 좋아지지요.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는 그 순간이 빛나는 걸 알게 됩니다. 그거면 족하지요. 조금 부족하더라도 삶에 사랑이 조금씩 싹이 트일지도 모릅니다.


앞에 앉아 딸이 달그락 소리를 내며 밥을 먹는 것을 봅니다. 햇살도 들어와 반찬을 더해주고요. 기분 좋은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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