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산파일기

너무나 평범해서.

산파일기

by 김옥진

배가 고프면 밥을 먹듯 임신과 출산은 너무나 평범한 일이다. 사람의 얼굴이 모두 달라서 개개인의 상황만 조금씩 다를 뿐 아기를 낳는 일은 똑같은 과정을 지낸다.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잉태된 아기는 때맞춰 태어난다.

20대 초반, 내가 출산을 알기 시작한 때부터 보아왔던 장면들은 행복하다기보다는 두려움 투성이었다. 아기를 낳는 것도 무서운데 낯선 장소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사람들과 함께 아기를 낳는다. 남들도 다 그렇게 아기를 낳으니 그저 그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산사였던 나조차도 시간아 빨리 가라고 속으로만 외쳐댔던 출산 때를 떠올린다. 누군가의 위로와 따스함은 언감생심 생각할 수 없었다. 진통 내내 허용된 내 공간이라고는 침대뿐이었다. 바닥을 긴다든지 엎드리는 자세를 하다간 침대에서 떨어질 것이고 간호사에게 혼쭐이 날 것이 뻔하다. 차가운 병원 침대의 쇠봉을 잡는 것이 유일한 위로라면 위로였을까. 조산사가 되는 과정서 알게 모르게 배운 것은 아기를 낳을 때까지 참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나도 홀로 참으며 아이를 낳았다.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남편의 시선은 단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조산사가 된 후에도 왜 기를 쓰며 참고 아기를 낳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자연주의 출산이라는 이상한 단어가 생겨났다. 출산에~주의라는 말을 붙여도 되는 걸까.

'~주의'에서 느껴지는 어감은 아기를 낳는 분위기와는 반대로 느껴진다. 내려놓고 받아들이며 아기를 만나는 것에' ~주의'라는 말은 외려 출산을 방해하는 말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뿐일까. 왜 이토록 사람들은 ~주의라는 말을 붙여서까지 출산에 힘을 주는 걸까.


내가 아이를 낳으며 느낀 감정들에 따스함과 위로가 더해졌으면 어땠을까. 따듯한 바닥, 위로의 손길, 내 숨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공간, 강제되지 않는 분위기, 달콤한 음식과 물. 아기를 만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 아기를 잘 만날 거라는 확신, 나를 돌봐주고 있는 사람에 대한 신뢰.

출산 때 구비되어야만 하는 메뉴판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너무나 평범한 출산에 필요한 것들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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